온 나라가 난리가 난 듯하다. 구제역은 올 설 연휴가 고비라고 한다. 사람들은 구제역으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교통이 번잡한 곳은 한 개 차선만 열어놓고 방역을 하기 때문에, 차가 있는 대로 늘어선다. 그래도 고통 받는 농촌을 생각하면, 그런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가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불평일 수 밖에 없다. 제대로 초기대응을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지금은 이제 그런 불평조차도 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290만 마리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수많은 소와 돼지가 살처분이라는 방법으로 산채로 땅 속에 묻혔다. 죽은 것이라도 묻었다면, 그렇게 처참한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이번 설에 무슨 사단이라도 날 것처럼 전전긍긍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설 연휴에, 얼마나 많은 구제역이 여기저기로 확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흙과 나무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쌓아 놓았다

난 문화재 답사를 하러 왔을 뿐인데요.”

경상북도 영주로 향했다. 이천에서 차를 타고 문경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예천을 거처 영주에 도착을 했다. 영주시 이산면 두월리 877번지에는 중요민속자료인 괴헌고택이 있다. 괴헌고택을 둘러본 후, 인근에 있는 문화재를 답사하기 위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앞에 방역을 하고 있는 초소가 나타난다. 소독약을 잔뜩 뒤집어 쓴 후 안으로 들어가려니, 길을 모래를 쌓아 막아 놓았다.

안으로 못 들어가나요?”

저길 지나야 하는데 어떻게 하죠
?”
영주로 나가서 다시 돌아가세요
.”
그곳은 갈 수 있을까요
?”
그건 모르죠. 돌아가 보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
, 문화재 답사를 하려고요

참 답답한 양반이네. 지금 구제역으로 인해 모두 죽기 살기로 난리인데, 무슨 문화재 답사를 한다고
...”

듣고 보니 딴은 그렇다. 남들은 구제역을 막는다고 도로에 바리케이드까지 설치를 하고 있는 판국에, 문화재를 찾아다니고 있는 내가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괜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뒤돌아 나올 밖에. 지금 설 연휴를 맞이하여 마을에 변고가 생길까봐, 이렇게 주야를 가리지 않고 난리들을 치고 있다.



뚫리면 그만이다. 방법이 있다면 막는 일 뿐

마을에서 돌아 나오다가 보니 내림삼거리에 이산서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왕 답사를 나온 길이니 서원이라도 들려보려고 도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에는 타이어와 흙더미, 차량 등으로 길을 막고 있다. 앞에는 돌아가라는 표지판이 있다. 다시 돌아 나와 옆길로 접어들었다. 이곳도 폐쇄가 되어있다. 어디를 가도 길을 지날 수가 없다. 마을로 들어가는 모든 진입로들은 흙더미를 쌓아놓고 지키고 있다.

여기저기 몇 군데 길을 돌아보았지만 마찬가지이다. 모두 흙으로 길을 막고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고생들 하시네요. 날도 추운데

설에는 어떻게 하세요
?”
지금 설이 문젠가요. 설날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도 마을 진입을 막아야하는데 걱정입니다

정말 큰일이네요

, 방법이 없어요. 무조건 출입을 막는 수밖에. 뚫리면 그만인데요
.”


마치 전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듯하다. 길이라는 길은 모두 폐쇄가 되었고, 안으로 들어가는 차량들은 여기저기 빠짐없이 소독을 한다. 그런 연후에도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 이번 설 연휴는 징검다리 연휴라고 한다. 그만큼 연휴 기간이 길다. 그래서 구제역을 막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늘어난다. “설 연휴만 넘기면 수그러들 것 같아요스스로 위로를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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