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택배로 상자가 하나 왔다. 열어보니 여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 부부가 보내온 것이다. 얼마 전에 들렸더니 꾸러미를 보낸다고 했는데, 그 상자가 바로 꾸러미였다. 열어보니 손으로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두 부부작가의 프로필이 담긴 안내 책자와 함께 안에 이것저것들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역시 채소였다.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로, 이 집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농사를 짓는 집이다. 가끔 들릴 때마다 밭에 들어가 직접 따낸 야채로 쌈을 싸 먹으면 아삭한 것이 그렇게 감칠맛이 난다. 그래서 주문을 한 것이지만 이렇게 많은 양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차도 곁들여 푸짐한 꾸러미

 

봉지에 담은 차들도 눈에 띤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도 손 편지로 일일이 적어 놓았다. 봉지 안에는 인슐린이 많아 당뇨와 체장, 대장에 좋다는 돼지감자차와, 이디오피아 시다모 내츄럴 생콩을 구하여 직접 로스팅한 커피까지 들어있다. 커피는 여과지를 사용하면 맛이 반감된다고 하여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는 잔과 도자기까지 곁들였다.

 

안에 들어있는 물품을 하나하나 꺼내보다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 달에 한 번 보낸다는 이 꾸러미의 가격은 10만원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도자기 숙우하나만도 가격이 10만원이 훨씬 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장순복 화가의 그림까지 하나 곁들였다. 엽서 크기만 한 그림 한 점당 10만원이라고 하는데, 내용물 전체를 따져보니 가격이 40만원을 호가한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많은 것을 주고도 남는 것이 있을라나. 그저 시골에 살면서 야생에서 채취를 한 농산물과 차,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그리거나 전통 가마에서 구워 낸 도자기들이지만 그 땀과 노력을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효소와 전통 장으로 맛을 낸 장아찌도 있어

 

하나하나 들춰볼 때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렵게 농사를 지은 것들을 보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거기다가 자신들이 직접 그리고 가마에서 구워낸 작은 소품들까지 곁들여 보내다니. 이렇게 해서 도대체 이 부부에게 무엇이 남을 것인지가 궁금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그렇게 보내고 더 많은 분들이 주문을 하면 매달 새로운 것들로 함께 보내려고요. 도자기와 주변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저도 즐거움이고요

 

전화에서 들리는 말이 더 사람을 미안하게 만든다. 상자 안에 있는 내용물을 하나하나 펼치다보니 그 안에 봉지 안에 든 것이 보인다. 땅두릅 장아찌란다. 땅두릅을 채취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은데 거기다가 전통간장과 효소를 첨가해 숙성을 시켰다고 한다. 이 부부는 일체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는 한다.

 

 

꾸러미를 판매하는 곳은 많다. 모두가 유기농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많은 것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완전 자연에서 채취한 것만으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직접 농사를 짓고 주변에서 자생하는 것들로 꾸러미를 꾸민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부부가 시골에서 생활을 하면서 정성으로 담아 보낸 꾸러미’. 그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거기에 두 부부 작가의 작품까지 받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그저 고마움만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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