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고 한 번도 기분 나빠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기야 음식 탓하는 성격도 아니고 까다롭게 굴지도 않는 인사인지라, 그저 어디를 가서 무엇을 주던지 말없이 고맙게 먹는 스타일이다. 4일 아침 일찍 안산시의 문화재 답사를 떠났다. 모처럼 떠난 답사 길이라 한 곳이라도 더 돌아보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7월이나 8월의 답사 같으면 해가 길어 상당히 많은 문화재를 돌아볼 수가 있지만, 3월에는 아직은 오후 시가 넘으면 촬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안산 별망성지를 거쳐 대부북동에 있는 쌍계사를 들려, 내친 김에 선재도와 영흥도까지 오전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조금 늦은 점심시간에 들린 식당

 

계획은 영흥도에 있는 소사나무를 촬영하고 십리포 해수욕장에 있는 식당에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평일이라 손님들이 없어 그런지 한 집도 문을 열지 않았다. 할 수없이 차를 돌려 영흥도를 나서 선재도 방향으로 가다가 길가에 커다랗게 바지락 칼국수가 있다는 간판을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이 집 음식이 꽤 먹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메뉴판을 보고 좀 색다른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 낙지 한 마리 칼국수를 시켰다. 해물 칼국수니 낙지 한 마리를 넣고 거기다가 바지락이나 게 정도는 기본으로 들어갈 것이란 생각에서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후라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고 잠시 기다렸다.

 

 

낙지대가리는 어데 있는고?

 

낙지 한 마리 칼국수는 2인 기분으로 24000원이란다. 싼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음식 맛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초장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밑반찬이 달랑 깍두기 몇 쪽과 김치 몇 조각, 그리고 양념고추 뿐이다. 그것도 성의 있게 담아 낸 것도 아니다. 그저 집어서 용기에 담아 낸 표시가 난다.

 

하긴 칼국수 먹는데 이것 외에 무슨 반찬이 필요하랴. 마음을 크게 먹고 기다렸더니 커다란 그릇에 낙지 한 마리 칼국수가 나온다. 그런데 낙지가 모두 토막이 나있다. 이런 낭패가 있나. 내 생각으로는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든 것을 촬영하고 잘라내는 것들도 찍을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아니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잘라주면 어떻게 해요?”

미리 말씀을 하셔야죠.”

 

 

당연한 것이다. 어딜 가던지 낙지 한 마리를 시키면 당연히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온다. 이건 기본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 상식조차 지키지 못하는 집이 방송 출연했다고 잡다하니 걸어놓았다. 이 정도면 음식 맛도 엉망일 것이란 생각이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국수가 덜 퍼졌다. 일부러 잘라진 낙지 틈에서 낙지 대가리를 찾아보았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잘라온 이유를 알 듯하다. 더구나 낙지 머리가 남자한테 그렇게 좋다는데 이건 정말 화가 너무 난다.

 

들려가는 손님들이 더 무서운 줄 알아야

 

바지락이야 낙지가 들어있으니 조금 덜 들어가도 그만이다 하지만 칼국수 안에 든, 게 다리를 보니 어디서 다 잘라내고 끄트머리 몇 개만 들었다. 성질 같으면 당장에 상을 엎어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그런들 무엇을 하랴. 다음에 오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기분 나쁜 점심으로 인해 오후 일정을 보두 접어버렸다. 그 기분에 도저히 답사를 할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이다.

 

이 집으로 보면 나야 단골이 아닌 들려가는 손님일 뿐이다. 그저 한 번 먹고 가서 다음에 오지 않아도 망할 일은 전혀 없다. 하지만 기분 나쁜 점심을 먹고 간 사람이 과연 좋은 말을 할까? 그런 싫은 소리 한 마디가 쌓이면 자연 안 좋은 소문이 나기마련. 다음부터는 제발 낙지 한 마리 대가리는 떼먹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끔 입맛이 없을 때 찾아가는 집이 있다. 그렇다고 대단한 집이 아니다. 칼 국수 한 그릇에 5,000원을 받는 집이고, 집도 좁다. 안에 테이블이라고 해보아야 고작 6개가 놓여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집에 손님이 꽤 많이 있다. 왜일까? 바로 맛 때문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다선 칼국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집이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드리는 힘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맛집이라고 하면 음식이 잘 나오거나, 아니면 밑반찬이 거나하거나, 그도 아니면 양이 푸짐하거나, 그도 아니면 식당의 인테리어가 멋지다거나, 혹은 특이하다거나 등등 .. 이런 집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 다선 칼국수 집은 그런 것에 하나도 포함이 되지 않다. 그런데 굳이 무엇 때문에 소개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 답은 무엇일까요?

 

이 평범하고 특이하지도 않은 집을 왜 맛집으로 소개하느냐고? 알아맞혀보시길.

1. 주인이 음식을 그냥 주었다.

2. 평소에 잘 아는 집이다.

3. 누군가에게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4. 포스팅을 할 것이 없다.

.......

 

아닙니다. 만일 위에 것이 있다면 이 집에 늘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근동에서는 소문난 집이다. 이 집의 특징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다선 칼국수로 국수 한 그릇 먹으러 가죠.”

오늘은 입맛이 없는데 다선 칼국수 집에 가서 만두나 한 그릇 먹을까요?”

 

 

바로 이런 이유이다. 다선 칼국수의 메뉴는 칼국수와 만둣국이 전문이다. 손만두 5,000, 손칼국수 5,000, 칼만두 5,000, 찐만두 4,000. 이 집의 메뉴이다. 그 외에 부대찌개도 하고 묵은지 닭매운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난 아직 만두와 칼국수 외에는 먹어보지 못했다. 그러니 더욱 그 맛에 대해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입맛 없는 날에 찾아간 집

 

다선 칼국수를 처음으로 찾아간 것은 1년 전 쯤 되었나보다. 심하게 몸살을 앓고 난 뒤 정말 입맛이 없던 날이었다. 경수산업도로 못골 사거리에서 지동초등학교 방향으로 30m 정도 좌측에 작은 칼국수 집 하나가 보인다. 마침 날이 쌀쌀했기에 그저 아무 생각없이 이 집의 문을 열었던 기억이 난다.

 

들어가 칼만두를 한 그릇 시켰다. 칼만두는 칼국수와 만두를 함께 넣어 끓인 음식이다. 기대도 없었고 입맛도 없었던 터라 국물이라도 마시겠다고 시킨 칼만두였다. 그런데 먹다가 보니 깔끔하다. 당시는 가격도 4,000원 이었으니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난 셈이다. 한 마디로 잃었던 입맛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 집을 가끔 찾아간다.

 

 

그런데 참 음식이라는 것이 이상하다. 별 특별한 것도 없고, 밑반찬이라야 고작 두어 가지인데 왜 그렇게 맛이 있었을까? 몇 번을 간 다음에야 해답을 얻었다. 한 마디로 주인의 정성이다. 누가 오던지 반갑게 맞이하고 정성을 다해 조리하는 탓이란 생각이다. 몇 사람이 함께 찾아간 집.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그릇을 비웠더니, 함께 자리한 아우가 형 배 무지 고팠나 봐요?’란다. 그건 아니었는데. 별로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칼국수집. 다선 칼국수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이라는 마을은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이 마을은 그동안 여러 가지 아픔을 주민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에 뿌리는 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이 마을보다 정이 넘치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2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그런 따듯한 이웃들을 보아오기도 했습니다.

 

지동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도 한 옆으로는 수원천을 끼고 있으며, 수원천의 옆에는 3곳의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이 바로 지동에 소재한 시장입니다. 이 시장은 수원천을 끼고 나란히 형성이 되어있습니다. 말로는 세 곳의 시장이지만, 사실 넓은 시장 같으면 한 곳도 채 안되는 그런 곳입니다.

 

하지만 이 세 곳의 시장은 나름 특징이 잇습니다. 수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 시장들이 얼마나 후한 인심을 갖고 있는지를.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즐겨찾기도 합니다.

 

 

단돈 만원이면 배불리 살 수 있는 곳

 

사실 이 시장들이 유명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유명한 집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13일(화), 한 가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이곳에서 과연 단 돈 만원을 갖고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요즈음 음식 가격이 10,000원을 갖고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지동마을의 세 곳 시장에서는 만원으로 하루를 배불리 먹을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곳의 인심도 후하지만, 나름 유명세를 타면서도 값이 착한 집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지동시장은 알다시피 순대타운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건물 1층 거의가 순대집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동시장 입구 도로변에 있는 장날만두집은 왕만두가 6개들이 한 팩에 3,000원입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찐빵 등 알아서 취향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모두 6개에 3,000원입니다. 이 6개면 양이 많은 사람들도 배가 부르다고 할 정도입니다.

 

 

미나리광 시장 추억의 도넛도 한 몫 해

 

지동시장과 못골시장 사이에 형성된 미나리광시장. 아마도 예전에 이곳에 미나리광이었는가 봅니다. 이 시장 안에는 ‘추억의 도너츠’집이 있습니다. 40년 전통의 이 도넛집은 날마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것이죠. 이 집의 도넛은 만드는 방법이 특이합니다.

 

우선은 호떡처럼 한편을 기름판에 굽고 난 뒤, 그 안에 팥 속을 집어넣고 다시 기름에 튀겨냅니다. 이렇게 만든 도넛이 1,000원에 세 개입니다. 3,000원이면 9개인데 한 사람이 다 먹기는 버겁다고 합니다. 꽈배기와 손가락도넛 등은 4개에 1,000원입니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도넛은 다 팔려버렸다고 합니다. 남은 것들을 사왔는데, 3,000원에 정말 푸짐합니다. 결국 한 끼에 다 먹지는 못했죠.

 

 

못골시장 칼국수로 한 끼를

 

못골시장 안에 들어가면 ‘통큰 칼국수’집이 있습니다. 이 집 역시 부지런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통큰 칼국수 집의 칼국수는 3,500원입니다. 그 자리에서 직접 반죽을 해서 손칼국수를 만들어 줍니다. 올 초에 가격인상을 한 것이 3,500원입니다. 그 전에는 3,000원을 받았는데, 500원을 인상한 것이죠.

 

결국 세 곳의 시장을 돌면서 만원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것도 각각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들에서요. 지동시장 왕만두 3,000원, 미나리광시장 여러 가지 도넛이 도합 3,000원, 그리고 못골시장의 통큰 칼국수가 3,500원. 만원에서 500원이 남았습니다.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요? 오직 이곳 지동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맛 또한 줄을 설 정도로 일품입니다. 이 정도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단돈 만원을 갖고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가끔은 이런 집들을 볼 수가 있다. 양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남겨야 하는 집. 이런 집이 있다고 하면 남들은 ‘맛이 없겠지’라고 생각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맛도 좋고 음식 값도 착한데 양까지 푸짐한 집이 있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집일까? 라는 궁금증이 든다.

 

27일(토) 아우와 함께 화성시의 산 한 곳을 산행을 했다. 산은 그리 높지는 않았으나 숲 전체가 벌목으로 베어놓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어, 정말로 최근에 한 산행 중에 가장 힘들고 위험한 산행이었던 것만 같다. 그렇다고 소득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장수 버섯 몇 개를 채취한 것이 고작이었다.

 

 

비 온 뒤에 습한 숲, 땀으로 범벅이 돼

 

장마 끝에 올라가는 산행은 힘들다. 그것도 등산로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다. 계곡을 따라 사선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그대로 미끄러지고 만다. 낙엽 밑에 물기라도 있으면 영락없이 미끄러지니, 그 또한 산행에서 힘든 일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편한 길도 아니다. 온 산 전체가 벌목 한 나무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어. 딴 곳보다 몇 배나 더 힘들었나 보다.

 

그렇게 몇 시간을 산을 헤맸지만 결국 찾아야 할 것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각각 물을 얼려 두 통씩이나 준비를 했지만, 그것마저 오래 가지를 않을 듯하다. 워낙 숲이 습하다가 보니 땀이 비 오듯 한다. 전날 과음을 했다고 하는 일행은 어지간히 힘이 들었나보다. 결국 몇 시간 산행을 하지도 못하고 포기를 하는 수밖에.

 

 

이 칼국수 먹다보니 대박일세.

 

돌아오는 길에 보니 ‘얼큰 바지락 칼국수’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나나 일행이나 땀도 흘리고 그 전날 먹은 술기운 탓에 두 사람이 다 ‘얼큰 칼국수‘라는 글씨가 눈에 띠었나보다. 차를 돌려 칼국수 집으로 들어갔다. 화성시 봉담읍 덕리 244-2번지. ’덕봉 해병대 칼국수‘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이곳 가까운 곳에 해병대 사령부가 있어서, 해병대 칼국수 집인가 보다.

 

이 집은 칼국수와 만두 밖에는 메뉴가 보이지 않는다. 칼국수 전문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메뉴를 보니 얼큰 바지락 칼국수 6,000원, 바지락 칼국수 5,000원, 멸치 칼국수는 4,000원이다. 한 편에는 ‘보리밥’과 ‘막걸리 1인1잔은 공짜’라는 문구도 보인다. 가격도 착한데다가 서비스까지 좋다.

 

 

얼큰 바지락 칼국수 2인분을 시켰다. 큰 사기그릇인 함지박에 하나 가득 담아다 주는 칼국수. 2인분이라고 한다. 국자로 저어보니 바지락이 더 많은 듯하다. 작은 그릇에 옮겨 국물을 먹어본다. 정말 얼큰하다. 아뿔싸! 그런데 먹느라고 바빠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지금이라도 찍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지만 폼이 안 난다.

 

무슨 2인분이 이렇게 많아요?

 

두 사람 다 산행을 하고 내려온 뒤라 속도 허하고, 더구나 전날 과음을 한 탓에 얼큰한 것도 당기고. 과음 후에 딱 맞는 음식인데 이건 고민이 하나 생겼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는다, 웬만한 양은 두 사람이 바닥까지 먹어치운다. 그런데 배가 불러 오는데도 함지박 안에는 그대로 남아있는 칼국수.

 

 

“2인분이 왜 이렇게 많아요?”

“여기 오시는 분들 중에는 그 양도 적다고 하는데요.”

“군인들이라 그런 것 아닌가요?”

“아뇨. 마을 분들도 양이 적다고 하세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양을 갖고도 양이 적다고 하면, 그 분들 정말 칼국수 무지 좋아하는 모양이다. 정말 얼큰하고 시원한 것이 속이 확 풀렸다. 이렇게 맛이 있는 칼국수가 양까지 푸짐하니 이야말로 대박집 아닌가? 두 사람이 결국 다 못 먹고 남기고 말았다. 어디가서 음식을 먹을 때 남기는 법이라고는 없었는데 말이다.

 

 

세상에 이런 식당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맛도 좋고 가격 착하고 거기다가 양까지 푸짐한 이 해병대 칼국수집. 식당 앞에는 저수지가 있어, 칼국수를 먹고 난 후 물가에서 잠시 바람도 쏘일 수가 있다. 이래저래 맛있는 집, 자칫 이 좋은 집을 놓칠 뻔 했다.

사실 2013년 새해 들어 첫 답사지를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으로 잡은 것은 꼭 답사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새로 보금자리를 큰 지인도 만날 겸 문화재도 둘러볼 겸 한 걸음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었다. 요즈음은 도통 답사를 자주 못나가니, 이렇게라도 짬을 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고성에 도착한 15(), 추우도 정말 너무 추웠다. 그저 말을 할 때마다 입안으로 몰려드는 찬바람이 목을 아프게 할 정도였으니. 이렇게 추운 곳에서 한 겨울을 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겠지만, 다행히 새로 보금자리를 튼 지인은 그것마저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하기야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살아가야 할 테지만 말이다.

 

 

함께 먹는 밥상이 최고라니

 

16일 일요일.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시작한 답사는 다행히 전날과는 다르게 날이 춥지가 않았다. 바람도 잦아들어 답사를 하기에는 적당한 날인 듯하다. 전날 밤 어찌나 추웠던지 차 안에 있던 카메라가 얼어 아침에는 작동이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둘째 날의 답사가 시작되었다.

 

한 번 나가면 그래도 5~6개의 글거리를 들고 와야 하는 것이 답사 일정이다. 한 두 개 정도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경비를 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보면 자연히 걸음을 빨라지게 되고, 끼니때를 제대로 맞출 수가 없다. 항상 때 늦은 밥을 먹는 것이 답사 일정엔 그러려니 한다.

 

 

함께 동행을 한 지인들이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장칼국수 어때요?’란다. 장칼국수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나이기 때문에 별로 달갑지가 않다. 한데 이 일행 모두가 맞장구를 치면서 좋다는 것이다.

 

처갓집에서 한 상 받았네.

 

혼자 우길 수도 없는 일이라, 옛날에 장칼국수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도 일행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상책. 무조건 따라 들어가야 다음 일정을 당길 수 있으니 어찌하랴. 고성군 거진읍 거진 6리에 소재한 처갓집 해물칼국수. 우리가 점심에 들어간 식당의 상호이다.

 

식당 안에는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뒤라 아무도 없다. 한편에 자리를 하고 앉아 장칼국수 네 그릇을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찬을 갖다 주는데 달랑 두 가지 밖에 없다. 무채무침과 김치, 그리고 접시 하나. 속으로 내 그럴 줄 알았지라며 혼지 투덜거린다. ‘그래도 반찬이 세 가지는 되어야 하는 것 아냐. 난 집에서 밥을 먹어도 서너 가지의 반찬은 꼭 챙기는데’. 혹 남들이 들을세라 입 밖으로는 내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잠시 후 갖다 준 장칼국수. 그런데 전에 먹던 것과는 모양새가 좀 다르다. 우선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어본다, 장맛이 깊다. 전에 먹은 것은 조미료를 많이 넣어 니글거렸는데, 이 장칼국수는 담백하다. 내용물을 좀 뒤집어 본다. 빈 그릇 하나가 바로 칼국수 안에 넣은 조개 껍질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조금 덜어서 맛을 본다. 깊은 맛이 있다. 역시 장맛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래서 이 집을 그렇게 가자고 했나보다. 사람들의 입맛이란 것이 결국에는 비슷한 것일까? 양도 적당하니 좋다. 한 가지가 마음에 들면 그 다음은 굳이 따지지 않아도 좋다. 오전 내내 돌아다녀서일까? 한 그릇 가지고는 조금 부족한 듯하다.

 

 

진한 국물이 남아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밥을 한 공기 시켜 나누어 말았다. 그 맛 또한 이제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우선은 먹고 나니 뒤끝이 개운하다. 꼭 많은 반찬을 차려 진수성찬을 받아야 맛이 좋다고 할까? 이렇게 단출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장칼국수 한 그릇으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바람 부는 날 장 칼국수 한 그릇 어때요?”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 6리

상호 / 처갓집 해물 칼국수

가격 / 장칼국수 6,000원

전화 / (033)682-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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