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13년 새해 들어 첫 답사지를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으로 잡은 것은 꼭 답사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새로 보금자리를 큰 지인도 만날 겸 문화재도 둘러볼 겸 한 걸음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었다. 요즈음은 도통 답사를 자주 못나가니, 이렇게라도 짬을 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고성에 도착한 15(), 추우도 정말 너무 추웠다. 그저 말을 할 때마다 입안으로 몰려드는 찬바람이 목을 아프게 할 정도였으니. 이렇게 추운 곳에서 한 겨울을 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겠지만, 다행히 새로 보금자리를 튼 지인은 그것마저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하기야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살아가야 할 테지만 말이다.

 

 

함께 먹는 밥상이 최고라니

 

16일 일요일.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시작한 답사는 다행히 전날과는 다르게 날이 춥지가 않았다. 바람도 잦아들어 답사를 하기에는 적당한 날인 듯하다. 전날 밤 어찌나 추웠던지 차 안에 있던 카메라가 얼어 아침에는 작동이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둘째 날의 답사가 시작되었다.

 

한 번 나가면 그래도 5~6개의 글거리를 들고 와야 하는 것이 답사 일정이다. 한 두 개 정도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경비를 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보면 자연히 걸음을 빨라지게 되고, 끼니때를 제대로 맞출 수가 없다. 항상 때 늦은 밥을 먹는 것이 답사 일정엔 그러려니 한다.

 

 

함께 동행을 한 지인들이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장칼국수 어때요?’란다. 장칼국수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나이기 때문에 별로 달갑지가 않다. 한데 이 일행 모두가 맞장구를 치면서 좋다는 것이다.

 

처갓집에서 한 상 받았네.

 

혼자 우길 수도 없는 일이라, 옛날에 장칼국수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도 일행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상책. 무조건 따라 들어가야 다음 일정을 당길 수 있으니 어찌하랴. 고성군 거진읍 거진 6리에 소재한 처갓집 해물칼국수. 우리가 점심에 들어간 식당의 상호이다.

 

식당 안에는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뒤라 아무도 없다. 한편에 자리를 하고 앉아 장칼국수 네 그릇을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찬을 갖다 주는데 달랑 두 가지 밖에 없다. 무채무침과 김치, 그리고 접시 하나. 속으로 내 그럴 줄 알았지라며 혼지 투덜거린다. ‘그래도 반찬이 세 가지는 되어야 하는 것 아냐. 난 집에서 밥을 먹어도 서너 가지의 반찬은 꼭 챙기는데’. 혹 남들이 들을세라 입 밖으로는 내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잠시 후 갖다 준 장칼국수. 그런데 전에 먹던 것과는 모양새가 좀 다르다. 우선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어본다, 장맛이 깊다. 전에 먹은 것은 조미료를 많이 넣어 니글거렸는데, 이 장칼국수는 담백하다. 내용물을 좀 뒤집어 본다. 빈 그릇 하나가 바로 칼국수 안에 넣은 조개 껍질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조금 덜어서 맛을 본다. 깊은 맛이 있다. 역시 장맛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래서 이 집을 그렇게 가자고 했나보다. 사람들의 입맛이란 것이 결국에는 비슷한 것일까? 양도 적당하니 좋다. 한 가지가 마음에 들면 그 다음은 굳이 따지지 않아도 좋다. 오전 내내 돌아다녀서일까? 한 그릇 가지고는 조금 부족한 듯하다.

 

 

진한 국물이 남아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밥을 한 공기 시켜 나누어 말았다. 그 맛 또한 이제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우선은 먹고 나니 뒤끝이 개운하다. 꼭 많은 반찬을 차려 진수성찬을 받아야 맛이 좋다고 할까? 이렇게 단출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장칼국수 한 그릇으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바람 부는 날 장 칼국수 한 그릇 어때요?”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 6리

상호 / 처갓집 해물 칼국수

가격 / 장칼국수 6,000원

전화 / (033)682-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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