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다녀 온 동생뻘 되는 녀석이 볼멘소리를 한다.

 

“도대체 길을 갈 때도 고개를 들어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으니, 길을 가라는 것인지 집구석에 처박혀 해주는 밥이나 처먹고 살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네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녀석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

 

모처럼 서울 번화가를 나갔단다. 그런데 이 압구정동이라는 곳이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길을 걷는 젊은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남자들의 심리라는 것이 뻔하지 않은가? 날씬한 여인들이 벌건 다리를 내놓고 앞서서 걷다가 보면, 괜히 눈길 한 번 더 가게 되니 말이다.

 

문제는 그런 눈길에 있다. 자연스럽게 걸어야 하는데, 당최 그게 안 된다는 것이다. 절로 눈길이 그리 간다는 것. 그렇다고 길을 걸으면서 하늘만 바라보거나, 아니면 눈을 감고 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다리를 다 내놓고 걷는 여성들의 뒤를 따라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금거리며 다 쳐다본다는 것이다. 졸지에 치한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더란다.

 

쳐다보는 남자가 잘못인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잘못일까?

 

사람의 눈이란 보라고 있는 것이다. 나잇살께나 먹어 그런 여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에도 별 관심이 없는 어르신들이라면 모를까, 한참 혈기왕성한 30대의 총각들이야 절로 눈이 그리로 갈 수밖에.

 

그런데 요즈음 들어 빈번한 강간, 살해 등으로 인해 불심검문을 한다고 하니, 길을 걷기가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눈을 어디다가 두고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세요, 그렇게 입고 다니는 여자분들, 솔직히 보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자신의 몸매자랑을 하는 것인데, 그것을 보면 치한으로 몰리기 십상이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럼 그런 번화가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바글거리는데, 남자들은 눈을 감고 다니란 말입니까?“

 

딴은 그렇다. 길을 걷는 사람이 눈을 감고 걸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버스야 자리가 앞으로 나란히 나 있으니 그나마 조금 낫지만, 지하철을 타면 간혹 그럴 경우가 있다. 맞은편에 짧은치마를 입은 여성이 앉아있으면 정말 불편하다. 눈을 들어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이건 머 완전히 변태나 치한으로 몰고 갈 듯한 눈초리다. 이래 갖고야 바깥나들이나 온전히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이 불쌍한 남자들을 어찌할까?

 

“정말 대한민국이 싫어지네요. 어디선가 보니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32cm가 절대방위선이라고 해요. 그런 절대방위선도 조금 높은 곳에 서있거나, 앉아있으면 불편한 장면이 보이는데 요즈음은 그보다 더 짧게 입고 다니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은 괜찮고 그 뒤에 따라가면 치한입니까? 우연히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는데요. 이젠 길조차 마음 놓고 활보를 할 수가 없으니,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남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생전 얼굴 한 번 붉히지 않는 녀석인데, 무엇인가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진 모양이다. 아마도 말은 하지 않아도, 불쾌한 일을 당한 것 같다. 이 녀석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갑자기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조차 마음대로 걸을 수 없는 이런 현실이 말이다. 이젠 서울도 그만 올라가야 할까보다. 무슨 곤욕을 치를지 모르니. 참 여자들은 좋겠다. 마음대로 짧게 입어도 누가 머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 녀석 하는 말이 ‘여성들이 많은 길거리에서는 절대로 휴대폰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말 하는 것을 보니, 곤욕을 치루기는 치렀나 보다. 세상 참 씁쓸하다. 이래저래. (사진출처 / 인터넷검색사진 인용. 기사와는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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