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도 없는 의원실에서 만난 경기도의회 최재연 의원

 

경기도의회 3층. 비교섭단체 의원실은, 의회 3층 브리핑실 맞은편에 자리한다. 말이 좋아 브리핑실 맞은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3층의 맨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옆 계단통로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창가에 늘어놓은 종이컵 안에 꽁초가 그득해, 문만 열어도 담배냄새가 나는 곳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없다. 그래도 같은 도의원인데 이곳은 완전히 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딴 방에는 더운 날씨에 들어가도 찬 냉기가 싸늘한데, 이곳은 그 흔한 에어컨 한 대가 없다. 후텁지근한 실내, 그리고 안내를 하는 직원 한명도 없다. 딴 교섭단체 의원들이 있는 곳과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같은 도의원인데, 참 이러고도 동료라는 말을 할까? 말만 시작하면 ‘동료의원’을 찾는 분들의 속내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과연 동료의원으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이 비교섭단체 의원실(직원도 에어컨도 없이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 최재연(고양, 39세) 의원을 만났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위원들의 위원장 자리 배정을 놓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어서이다.

 

“이 비교섭단체 의원실은 직원도 한 명 없네요?”

“처음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직원도 빠져버렸어요”

“에어컨도 하나 없네요?”

“비교섭단체는 힘이 없으니까요”

 

자리싸움이 아닌 당연한 요구인데

 

최재연 의원은 7명의 자치적인 교육위원들이 교육위원장 자리를 놓고, 단식농성을 하는 경기도의회 1층 라비에 있었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비교섭단체 의원실로 자리를 옮겨 응했다.

 

- 교육위원들의 농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칫 언론이나 밖에는 자리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의회기관이 통폐합되고 나서, 교육분야에 대한 자주성과 전문성이 무참하게 짓밟힌데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위원장은 당연히 교육전문가가 맡아야 된다는 것이고, 또한 교섭단체들과 함께 의논을 한 비교섭단체 10% 몫으로도 교육위원장 자리는 양보했어야만 했다.(경기도 의회에는 진보신당 5명, 무소속 1명, 교육위원 7명 등 13명으로 10%의 비교섭단체 의원이 있다) 그러한 것이 교섭단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의사표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칫 이 농성을 자리싸움으로 몰아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 비교섭단체 의원님으로서는 의정활동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임위에 들어가도 일을 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지난 전기 의정활동을 하면서 예결위에서 활동을 했지만, 전체 생각을 알 수 없으니 그저 정해진 것을 통보받는 것으로 마친 듯하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비주류의 생각은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그래도 열심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주류의 의사도 반영시킬 수가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 후반기 의정활동은 어느 상임위에서 활동을 하고 싶으신지?

나는 원래 건축이 전공이다. 하기에 도시환경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상임위를 신청할 때 1순위를 도시환경위에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교섭단체들이 자신들의 상임위 배정을 다 해놓고(교육위원 7명은 당연직 교육위원회), 남은 자리를 배정한다. 그저 의장이 어느 위원회로 배정을 하는가에 따라 상임위가 결정이 된다.

 

- 의정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아무래도 아이가 어리다가 보니 1박 2일로 현장을 나갈 때면 빠질 수밖에 없는데. 남자 분들은 그런 고충을 모르니까 그러려면 무엇 하러 의원을 하느냐고 핀잔을 줄 때가 가장 부담스럽다. 아마 아이에게도 그렇고 현재는 빵점짜리 주부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고충을 좀 이해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외에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에 전념을 하고 있다.

 

 

-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을만들기 사업과 작은도서관 지원조례 등은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발전시키고 싶다. 그리고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동성애자 인권조례와 대안학교 지원에 대한 정책 등은 더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특히 대안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중점적으로 개혁해 나갈 생각이다.

 

무슨 질문을 하든지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이야기를 하는 최재연의원.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5분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언제나 외지고 남들이 찾지 않은 곳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팔당유기농산지 역사성 살리는 대책 논의를’(2010, 10, 5), ‘팔당 유기농단지 관련 도 대책마련 촉구’(2010, 12, 21), ‘도내 뉴타운사업 근본적인 재검토 마련 촉구’(2011, 3, 18), ‘장애인 이동권 보장 관련’(2011, 9, 19), ‘마을만들기 사업 관련’(2012, 5, 15) 등이다.

 

 

최재연 의원의 앞으로의 의정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어려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경기도 의회 최재연 의원. 인사를 할 때 받은 명함을 본다. 그 명함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정든 은평구를 떠나다.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공과대학 건축학과에서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다.

MBC 느낌표 기적의 도서관 설계담당을 하며 문화를 만나다.

Paris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며 도시와 문화의 만남을 목격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며 진보정치운동에 빠지다.

8년 전 좋은 교육과 좋은 세상을 주고 싶은 아들을 만나다.

2011년 경기도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를 발의, 제정하다.

 

(주) 이 기사를 '정치'로 송고를 하지 않고 '문화'로 송고한 것은, 정치적인 면 보다는 도시문화나 생활문화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싶어서입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