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길은 늘 허기진다. 밥을 제대로 먹고 돌아다녀도, 오전에만 걷는 거리가 20리는 족히 되기 때문이다. 답사 중에는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많지만, 제 시간에 맞추어 밥을 먹기란 정말 힘이 든다. 거기다가 제 시간에 먹는다고 하여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전라북도 부안군 지역으로 답사 장소를 정했다. 항상 그렇듯 한번 길을 떠나면 1박 2일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당일치기는 피곤도 하지만, 그 지역의 풍물을 제대로 익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 들어가 문화재를 답사한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의 기본적인 풍속 등을 알아야만 한다. 그럴 때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것이 음식문화고, 그런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답사 중에 받은 지인의 전화

 

답사를 하다가 보면 산을 오르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이번 답사 길에는 몇 번인가를 산으로 올랐다. 전날 잠을 설치고 나서인지 산을 오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답사 중에 전화가 오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 이유도 그러하다.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는데 전화가 오면, 헐떡이면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예 ○○○입니다”

“형님, 저 ○○입니다”

“반가워 잘 있었어?”

“예, 이곳에 내려오셨으니 점심이나 함께 하시죠?”

“그러지. 내가 지금 답사 중이니까 어디서 만날까?”

“예, 그곳에서 하서면 청호리를 입력하시고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이미 시간은 오후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동행을 한 아우 녀석도 나도, 지쳐가고 있던 터라 전화가 반갑기가 한이 없다. 그래도 하던 일은 계속해야 하니 답사를 마저 하고 길을 바꿨다.

 

 

수어가 풍부한 청호저수지

 

하서면 청호리에 있는 청호저수지. 계화도 간척지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축조된 방대한 저수지이다. 저수지라기보다는 큰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청호저수지는 물이 맑아서 민물새우, 붕어 등 각종 담수어가 풍부하여 낚시꾼들의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넓은 수면으로는 한가하게 물오리들이 떠다니고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집을 떠나 객지에서 만나는 지인은 늘 반가움이 더하다. 인사를 하고나서 먹을 것이 나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한다. 창밖으로는 넓은 청호저수지가 내다 보여 분위기가 한층 더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붕어찜이 김을 내면서 상에 올라온다. 보기에도 푸짐하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던가. 살점을 떼어 입안에 넣어보니 별미다. 청호저수지에서 잡히는 붕어를 이용한 찜이라는 것이다. 배도 고플 시간이었지만, 그 맛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다. 한참을 먹다가 생각해보니 ‘아차,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것을’ 하는 생각이 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이런 이미 붕어는 가시가 들어났다.

 

허기진 김에 먹느라고 일일이 촬영을 하지 못했음을 이해해 주시길...

 

맛있는 음식에 정까지 더한 진수성찬

 

맛있는 음식에 반가움까지 더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부안에서 나오는 ‘뽕술’까지 한 잔 곁들여 매운탕까지 이어진다. 배는 이미 찰만큼 찼는데도 연신 손놀림이 그치지를 않는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지나고, 오후 일정은 포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대수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이 있는데.

 

그렇게 이번 부안군의 답사는 흠뻑 정을 느껴 본 길이다.뽕술 답사를 하면서 지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전날 황사에 비바람,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다닌 답사 길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인지. 미처 돌지 못한 몇 곳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은 느낌이다.

사람이 살다가 보면 무엇인가에 간절한 바람을 빌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각자가 마음속에 믿는 종교적 대상을 찾아간다. 나도 인간이기에 다를 바가 없는 것이, 힘이 들 때면 무엇인가 마음을 정리할 곳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저 문화재를 답사하다 보니 많은 신앙의 대상을 만나게 되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마음속 간구를 해보기 위함이다.

 

양평에 있는 정자와 문화재를 답사 중에 전화를 받았다. 아는 분이 갑자기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지인이라고는 해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분이다. 그저 풍문으로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 늘 친근한 사람인양 착각을 하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한창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다니.

 

 

우리나라 최대의 지장보살입상이 있는 미타사

 

아침에 가방을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다. 마침 멀지 않은 곳인 음성군 소이면 비산리 미타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장보살입상이 있는 곳이라서 그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절집에서 지장보살이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미타사를 오르는 입구에 장엄하게 서 있는 지장보살입상을 향해, 손을 모으고 잠시 마음속으로 간구를 한다. 그저 혼자 가야하는 길이니 부디 편안하시라고. 그리고 다음 세상일랑 아무쪼록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고.

 

 

갑자기 찾아 온 발가락통증

 

잠시 미타사로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가파른 비탈길의 좌측에 돌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전각을 지은 곳이 있다.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곳이다. 현재 충북유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은, 화강암 자연석에 동쪽으로 향하여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전각을 지어놓아 조금은 어두운 듯하지만, 주변을 모두 석축으로 조성을 해 말끔하게 정리를 해 놓았다. 그런데 이 마애불을 찾아 돌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발가락에 심한 통증이 온다. 갑자기 통증이 밀려오니 걸음도 편하게 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아직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이제 슬슬 몸에 ‘늙어간다’는 신호인 듯하다.

 

 

발을 절룩거리며 계단 위로 오르니, 장엄한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마애여래입상 앞, 나무로 만든 곳에 털썩 주저 않는다. 발가락에 찾아온 통증은 숨이 막힐 정도다. 답사를 한다고 산길 등을 무리하게 오래 걷다가 보면, 가끔 허벅지 등에 아픔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고려 후기의 마애여래입상을 만나다

 

잠시 앉아 발가락을 주무르며 마애불을 올려다본다.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은 머리와 어깨 부분을 돋을새김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선각으로 처리를 하였다. 양 옆으로는 누군가 돌을 길게 쪼아낸 흔적이 있다. 처음에 마애불을 조성하면서 생긴 작업의 흔적은 아니다. 후에 누군가 마애불을 더 정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돌을 긁어낸 듯하다.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은 소발인 머리에, 상호는 넓적하고 둥근 편이다. 원만하게 표현이 된 얼굴 부분은 눈, 코, 입 등은 마멸이 심하여, 자세하게 알아볼 수가 없다. 귀는 어깨까지 늘어져 전체적으로는 자비로운 얼굴이다. 어깨는 수평으로 돋을새김을 해 당당하다.

 

이 마애여래입상의 수인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미타불 수인의 한 종류인 듯하다. 법의는 통견으로 우견편단으로 조성했다. 양편의 팔에 늘어진 옷자락은 V자를 그리고 있으며, 주름이 사선으로 그려져 있다. 발 부분은 생략이 된 듯하다. 전체적인 조각수법이 도식화한 것으로 보아, 이 마애여래입상의 조성 시기는 고려시대 후반기로 보인다.

 

 

 

그래도 답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마애불 촬영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른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이왕 나선 길이다. 몇 군데를 더 돌아보리라 마음을 먹는다. 마애불을 올려다보는 순간, 이 마애불을 조성한 장인은 왜 이런 산골짜기에 들어와, 그 오랜 시간 바위를 쪼개 마애불을 조성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장인도 나처럼 누군가의 평안을 위해 이렇게 바위를 쪼개고 다듬어 마애불을 조상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먼 길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길이 평안하기를 다시 한 번 빌고 뒤돌아선다.

 

 

 

발가락의 통증은 참기가 어려울 정도다. 마침 고인을 모신 곳이 병원이라, 진찰을 받아보았다. 발을 너무 무리하게 많이 사용해 통증이 왔다는 것이다. 약을 복용하고 편히 쉬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이 된다. 답사를 떠나는 길은, 결코 편안한 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먼 길을 가는 분도 있기에, 통증이 조금만 갈아 앉는다면, 또 길을 나서리라 마음을 먹는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51-11번지에 소재하는 ‘착한 낙지’. 연포탕과 낙지전골 등이 이 집이 자랑하는 메뉴이다. 이 집은 낙지전문점으로 입맛이 없을 때나, 가까운 사람들과 회식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집이다.

 

본 건물 앞에는 별관으로 된 작은 별개의 방이 있어, 사전 예약을 하면 조촐한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7월 17일, 의정부와 남양주 답사를 마치고나서, 함께 답사를 한 지인들과 이 집을 찾았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라 이리저리 물어간 ‘착한낙지’ 실내도 정갈한 것이 모임에도 좋을 만한 집이다.

 

 

착한낙지답게 착한 가격의 낙지전골

 

3명이 들어가 술을 마실 요량으로 낙지전골 중자를 시켰다. 가격은 35,000원으로 적당한 편이다. 하지만 전골 그릇 안에 가득한 야채며 각종 해물, 거기다가 살아 꿈틀거리는 큼직한 낙지 세 마리를 집어넣는 것을 보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고 나서도 그릇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전골이 남아있다. 남자 3명이서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그저 가까운 지인들과 기분좋은 이야기를 해가며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용인시 기흥구 신갈에 있는 착한 낙지집과(위) 연못과 별관(아래)

 

술을 다 마시고 나서 낙지볶음 2인분에 밥 2 공기를 시켰다. 2인분치고는 많다 싶을 정도로 그득하게 내다주는 낙지볶음. 콩나물에 곁들여서 밥믈 비빈다. 그 또한 일품이다. 원래 소식을 하는 나로서는 술을 마실 때 밥을 잘 먹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 비벼 한 그릇을 후딱 해치웠다.

 

 

밑반찬도 꽤나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산 낙지를 가져와 전골 그릇에 넣어준다

 

 

낙지전골(위)과 낙지볶음. 볶음은 1인분에 8,000원이다 

 

요즈음같이 더운 날에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이 돌아오게 하려면 착한낙지의 낙지전골과 볶음이 제격일 듯하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음식을 한 집을 더 찾았다는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쪽으로 지날 일이 있으면 한 번쯤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소 :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51-11번지

예약전화 : 031-282-4839

 

그동안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길 때마다 산으로 올라가고는 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도심에서 매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산에 가면 가끔은 산삼도 몇 뿌리 캐오고, 더덕이나 버섯 등도 꽤 많이 만나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신문사에 조금 답답한 일이 생겨, 일부러 강원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저 명산을 찾아가 산행이라도 할 심산으로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산을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이왕 산으로 갔으니 말라버린 계곡이라도 취재를 할 생각을 한 것이죠.

 

 

 

그런데 저쪽에서 동행을 한 분이 큰 소리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파른 계곡을 따라 올라갔더니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잎이 다섯 잎이나 난 산삼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것도 한 두 뿌리가 아닙니다.

 

그동안 기껏해야 2구나 3구의 산삼만을 보아오다가 5구나 되는 산삼을 본 것입니다. 하나는 ‘가족삼’이라도 해서 몇 뿌리의 산삼이 모여 있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낙엽을 쳐내고 주변으로부터 찬찬히 파 들어갔죠.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상당한 크기를 가진 산삼이었습니다. 한 3년 정도인가 산을 다니면서 이렇게 큰 산삼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런 삼은 대개 ‘조복삼’이라고 해서, 새들이 삼씨를 먹고 변을 보았을 때 그 씨가 자란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산에서 자랐으니 산삼의 한 종류는 되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이번 산행에서 캔 큰 산삼 두 뿌리는 동행을 한 지인의 아우가 몸이 아프다고 해서 그리로 보냈습니다. 어차피 자연에서 얻은 것이니, 마음 편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무엇이 아깝겠습니다. 함께 산행을 한 분이

 

 

 

“그렇게 주어도 괜찮아요?”

“그럼요. 어차피 먹을 수도 없는데요.”

“임자만 잘 만나면 한 5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는데요”

“그래도 이것을 먹고 아픈 사람이 나을 수만 있다면 파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죠”

 

그렇게 마음 편하게 두 뿌리를 주고, 남은 것은 산삼백숙을 끓였답니다. 세상에 태어나 살다보니 산삼백숙이라니. 참 우리가 심마니도 아니고 그저 재미삼아 산행을 하는 것인데, 나름대로 재미를 쏠쏠하니 보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갈 생각입니다.

 

오늘 낮 문자를 한통 받았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문자의 내용은 이렇다.

“퍼너스피그어스여”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무슨 암호도 아니고, 내가 탐정도 아닌데 이런 문자를 왜 한 것일까? 들여다보고 또 보아도 참으로 아리송한 내용이다.


휴대폰을 보고 있으니 눈이 아프다. 종이에 크게 써 보았다. 그렇다고 해답이 나올 리도 없다. 문자를 한 지인이 워낙 장난을 좋아하는지라, 혼자 궁리에 또 궁리를 해본다. 그래도 답답하기는 매한 가지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궁리를 하느라 종이를 들고 의자에 길게 기대어 고민을 해본다. 그러다가 전화 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다가, 그만 종이를 놓쳐버렸다. 종이가 뒤집어졌는데 희미하게 비치는 글씨가 이상하다.


얼라, 이게 무슨 말이여. ‘오시요...’라는 글씨만 같다. 유리창에 종이를 뒤집어 갖다 대어 보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유리에 비친 종이에 적힌 글씨는 조금 이상하기는 해도 이런 말이다

“보고시프니오시오”

뒤집힌 종이에 나타난 글자. 세상에 이럴 수가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긴 비 끝에 우울할까보아서, 웃으라고 보냈단다. 그러면서 머리가 무지 좋다는 칭찬이다. 머리가 좋긴 실수로 종이를 떨어트린 것뿐인데. 하마터면 이 글 갖고 밤새 머리에 쥐가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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