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이란 불명예인 영화제목으로 유명한 수원시 팔달구 지동. 오원춘 살인사건으로 인해 지동은 사람들이 회피하는 마을이 되었다. 하지만 그 지동이 알고 보면, 딴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과 인정이 넘치는 마을이다. 날마다 변하고 있는 지동. 그 지동이 이제 새로운 마을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지동’이란 명칭은 정조가 화성을 축성할 때, 이 마을에 커다란 연못을 조성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어르신들은 아직도 지동이란 명칭보다, ‘못골’이라는 순 우리말 이름을 더 정감이 간다고 한다. 이 이름 안에는 지동이 훈훈한 정이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일려주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문을 열어 준 '지동제일교회' 13층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수원과 화성의 야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열린교회’가 주민들에게 준 선물

 

이 지동은 수원의 화성 밖에서 유일하게 성곽을 끼고 길게 늘어선 마을이다. 지동사람들은 날마다 이 화성을 바라보면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지동사람들은 화성이 단순한 성곽이 아닌, 사람의 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건물들은 낡고 우중충하다. 거기다가 살인사건 이후 사람들이 입주를 회피하다 보니, 마을 안에는 빈 점포들까지 생겨났다.

 

이런 지동의 변화에 가장 먼저 적극적인 호응을 한 것은, 지동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는 교회이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지동제일교회’는 지동의 가장 높은 길인 ‘용마루길’의 입구에 서 있다. 용마루길이란 지동시장을 벗어나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으로 가는 옛 길이다. 이 길은 남수문을 벗어나 위로 오르다가 보면, 지동제일교회에서 시작해 창룡문까지, 길게 외성과 같은 형태로 조성이 된 길이다.

 

 

화성에서 바라본 제일교회. 그 중앙에 솟은 높은 곳이 종루이다. 이곳을 주민들에게 개방해 갤러리와 전망대로 조성하였다.(위) 9월 15일 밤 9시에 찾아간 제일교회(아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이 교회의 종탑은 어디서 보아도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높이 솟아있기 때문이다. 지표에서 종탑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47m나 된다. 사람들은 그런 지동제일교회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교회가 가장 먼저 지동의 변화에 문을 열어 젖혔다.

 

사용하지 않고 있던 교회 종루를 개방한 것이다. 그것도 그냥 개방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을 갤러리와 전망대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주었다. 감히 우리가 알고 있던 교회들에게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노을 길 전망대’, 그 마음이 하늘에 가깝다.

 

전망대의 이름은 ‘노을 빛 전망대’라고 했다. 그리고 8층부터 10층까지는 갤러리로 변했다. 층마다 배색을 맞추어 칠을 하고, 그림도 걸고 사진도 걸었다. 그리고 13층까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층마다 창밖으로 보이는 주변의 경관이 달라진다. 7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천천히 꼭대기를 오르면서 즐기는 재미. 맨 위층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아찔하다.

 

밤 9시에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의 안내를 받으며, 해발 99m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화성. 한 눈에 화성이 들어온다. “저기는 동문, 저곳은 서장대, 저곳은 행궁". 종루 꼭대기에서 약간은 쌀쌀한 밤바람을 맞으며 돌아본 수원시와 화성의 야경은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하늘이 가깝다. 잠시 주춤한다. 순간적으로 등을 쓸어본다. ‘혹 날개라도 하나 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8층에 마련한 위로 오르는 나선형 계단 입구.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안내를 해준 기노헌 총괄팀장이다.(위) 그리고 9층에 마련된 갤러리(아래)


수원제일교회는 종탑의 7층부터 이 13층까지의 공간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그리고 화성을 찾는 사람들 누구나가 이곳에 와서 화성 인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지금은 임시로 개관을 했지만, 내년 4월이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완전 개방을 한단다. 거기다가 전망대와 갤러리를 운영하는 인적자원의 지원까지 약속을 했다. 유지 및 보수관리도 교회에서 전담을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교회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한 것이다. 주민들은 물론 ‘노을 빛 전망대’를 올라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열린교회’에 감사를 한다. 더구나 닫혀있는 문을 연 제일교회는 예배를 보는 신성한 공간까지, 음악회를 할 수 있도록 운영을 하고 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지역을 위해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이런 마을이 바로 지동이다.

 

 

끝없는 변화로의 추구, 지동은 날마다 깨어난다.

 

날마다 변해가고 있는 지동. 이 마을은 그저 골목만 들어서도 재미있다. 골목길마다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다가 보면, 그 안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린꼬마들의 함성도 들린다. 꽃들의 속삭임도 있고, 나무인줄로만 알고 기어오르다, 이마에 혹을 붙인 벌레의 불평도 들을 수가 있다.

 

이런 지동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고자 한다. 지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요즈음 전보다 더 똘똘 뭉쳤다. 그 안에 훈훈한 정이 있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가 내 가족이 된다. 그리고 무엇이나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수원 화성의 성벽을 바라보고 사는 지동사람들은, 모두가 한 가족이었다. 그 안에 수원제일교회도 있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