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수) 오후 7시에 모임이 있었다. 수원 영화동 장안문 길 건너편에 ‘거북시장’이 있다. 정조의 화성 축성 당시에 장이 개설이 되었으니, 벌써 200년이 훌쩍 지난 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재래시장이기 보다는, 도심 상권과 같은 형태로 꾸며진 곳이다. 이곳 거리 한 복판 2층에 거북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모임이 있었다.

 

모임은 수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연고지가 있는 전문가들이 가칭 ‘수원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자 모인 것이다. 모두 7명이 참가를 했는데 각각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수원의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전국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만든 모임이다. 하지만 속내는 술 먹고 놀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임은 생두루치기 집에서

 

그런데 어째 모인 면면을 보니 모두 한 잔 하는 분들이다. 몇몇은 두주불사이니, 글쎄다 이 모임이 과연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렇다 치고 간단하게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를 한 후,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273-7번지에 소재한 돼지고기와 묵은지가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돈순네 생두루치기’로 자릴 옮겼다.

 

영화동 거북시장 돈순네 생두루치기 집은 가끔 모임을 갖는 집이다. 밑반찬은 별로 내지 않지만, 굳이 밑반찬이 필요하지 않다.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후, 거기다가 가래떡까지 그득하게 올려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는 딴 것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 행복한 집

 

사실 이 집을 찾아가는 것은 가격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3~4인이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가득 넣은 두루치기 전골이 중(中)이 20,000원이기 때문이다. 가끔 이 집에서 모임을 가지면, 큼지막한 전도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묵은지 음식을 많이 먹어보았지만, 이 집처럼 진한 맛을 내는 집이 별로 없었던 듯하다.

 

두루치기 전골은 입맛에 따라 주문을 할 수가 있다. 얼큰한 맛과 시원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모임에 주로 먹는 두루치기 전골은 항상 얼큰한 맛이다. 뜨듯한 국물과 함께 먹는 전골은 언제나 하루의 피로를 가시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좋은 사람들과 한 자리에 앉아 먹는 음식 맛은 남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객담 한 마디 하고 가자

 

사실 이 날 모인 모임은 좀 남다른 모임이었다. 수원에서는 각 방면에 내노라 한다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일 좀 하자고 했는데, 7명 중에 다섯 명이 박사님들이시다. 참 박사가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그것도 그냥 박사가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그 분야의 최초, 또는 최고 권위자들이 모인 모임이었으니 말이다. 한 두 사람만 소개를 해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쌀 중 흑미를 개발한 김재철 박사님이 모임에 수장이시다. 그런가 하면 최초로 무예 24기 중 마상무예로 논문을 써 박사가 된 최형국 박사도 있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모인 사람들이다. 술이 한 순배 들어가자 마치 오래된 지기들처럼 마음에 편해졌다. 그리고 그 중 누구 하나라도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을 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좌중은 형님과 아우로 호칭이 바뀌었고, 술이 잔에서 비어지기가 무섭게 또 따라진다. 세상사는 맛이 다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좋은 사람과 좋은 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선계(仙界)’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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