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민속문화재 제124호인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109번지에 소재한 정용채 가옥은, 고택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집안의 짜임새가 돋보이는 집이다. 조선조 말기에 지어진 살림집인 정용채 가옥은 뒤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삼태기처럼 집을 감싸고 있다.

 

대문채와 행랑채, 사랑채, 안채 등 50여 칸으로 꾸며진 이 집은 대문칸의 상량문을 통해 1887년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는데, 안채의 경우에는 그보다 앞 선 19세기 초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집은 15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오는 동안, 원형에 가깝게 관리를 해온 집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은 집이다.

 

 

 

ㅁ자형의 구조, 공간 배치가 뛰어나

 

솟을대문으로 구성된 대문채는 좌측으로는 행랑채와 연결이 되어 있고, 들어서면서 우측으로는 부엌과 방을 드렸다. 좌측으로는 방을 드려 행랑채와 연결이 되어있다. 행랑채는 14칸 정도의 규모로 일자형으로 길게 늘어진 줄행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ㄷ 자형의 안채와 쪽문으로 연결을 하였다. 부농의 집답게 행랑채는 각종 광이며 곳간 등을 두었다.

 

대문채와 떨어져 지은 사랑채는 4칸으로 구성이 되었으며, 바라보면서 우측에 대청을 두었다. 이 사랑채의 특징은 남쪽 두 칸 방 뒤편에 안채 대청과 연결이 되는 복도를 두었다는 점이다. 번잡하게 식솔들의 눈을 피해 사랑에서 바로 안채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안채와 사랑채의 구분을 명확하게 짓고 있으면서도 생활의 편리함을 생각한 집의 구조다. 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안채의 날개채 부분과 행랑채가 맞닿아 있고, 중문을 달아 구분을 하였다.

 

폐쇄적인 안채의 구성에도 채광을 생각해

 

안채는 ㄷ 자형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양편 날개채는 모두 행랑채와 연결이 되어 중문을 두어 폐쇄적이다. 가운데 세 칸 대청을 마련하고 양편에 방을 두었으며, 날개채는 부엌으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바깥마당으로 나가면 안채에 달린 남향받이의 방이 있다. 이는 폐쇄적인 안채의 공간 구성상 채광에 유리하도록 꾸민 것이다.

 

 

 

바깥마당에는 우물과 장독대 등을 두었는데, 이 집의 특성상 폐쇄적인 안채를 벗어나 모든 실생활의 살림을 바깥마당에서 했음을 알 수 있다. 바깥마당에 접한 방 앞에는 마루를 두어 생활하기에 편리함을 꾀했다는 점도 정용채 가옥의 특징이다. 한 마디로 폐쇄적이면서도 한 편에 여유를 부린 그러한 구성이다.

 

반듯한 가옥, 집안 전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 마디로 정용채 가옥의 특징은 반듯하다는 점이다. 집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듯, 집안의 곳곳은 윤기가 흐른다. 마당은 잘 정리가 되어있고, 집안의 마루 등에도 먼지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뒤편 바깥마당 우물에는 덮개가 덮여 있어, 이 물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을에서 보면 가장 위편에 자리하고 있어 행랑채 담 밖으로 나오면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바로 아래편에는 초가로 지어진 중요민속문화재인 정용래 가옥이 보인다. 폐쇄적이면서도 실생활에 편리하게 구성이 된 정용채 가옥은, 주변의 지형을 고려한 배치수법이 뛰어나다. 구성에 있어서도 각 채별로 뚜렷하게 공간구성을 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쓰임새에 따라 면밀한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마당과 안마당, 바깥마당의 공간이 나름대로 용도에 맞게 구성이 되어있고, 폐쇄성이 짙은 안채에 날개를 달아 채광에 도움을 주고 있는 정용채 가옥. 고택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꾸밈이 잘 되어있는 집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