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슈퍼 1호점’이 생겼단다. 그저 마을에 있는 새로 생긴 슈퍼 이름이 ‘문화슈퍼’이고, 아마 계속해서 체인점으로 슈퍼를 내려는가 보다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 슈퍼는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공유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모여서 차 마시고, 노래하고, 영화도 본단다.

 

7월 26일(금)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93-1에 소재한 조금은 낡은 듯한 가옥 한 채. 담벼락으로는 담장이가 운치 있게 기어오른다. 오후 6시부터 문화슈퍼가 개관을 한다고 해서, 궁금증이 일어 찾아가 보았다. 집 입구에서부터 시끌벅적하다. 문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오픈하우스로 마련한 마을문화공간

 

행궁동 문화슈퍼 1호점이 가진 첫 만남은 ‘동네슬리퍼파티’란다. 말 그대로 집안에 있다가 아주 편하게 슬리퍼를 끌고 참석하라는 것이다.

 

“아니 왜 신발을 바꿔 신었데요. 아까는 슬리퍼를 신었었는데.”

“운동하고 오느라고 바꿔 신었지”

 

마을 사람들의 대화이다. 하긴 사람들 중에는 슬리퍼를 끌고 온 사람들도 있다. 이 문화슈퍼는 ‘생태교통 수원2013’의 시범지역인 행궁동 주민센터 옆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나혜석 기념관을 짓기 위해 수원시에서 매입한 부지 위에 있는 건물을, 지역 주민들이 진행하고 있는 문화프로그램 작품 전시 및 마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신바람 나는 슬리퍼파티

 

안에서는 한창 연극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중에서 한 대목을 두 사람이 열심히 낭송을 하고 있다. 구경꾼들보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이클레이 관계자들도 나와서 구경꾼 틈에 끼었다. 마을 젊은이들인 듯한데, 제멋대로 음악회도 열렸다.

 

‘제멋대로 음악회’, 그저 아무 노래나 신바람나게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고, 모인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함께 소리치고. 그야말로 제멋대로이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즐거움이 배가된다. 마땅한 놀이 공간이 없는 도심 한 복판에 정말 좋은 곳 하나가 생긴 것이다. 이런 것 하나만 보아도 행궁동이 변해도 정말 너무 변했다.

 

이날 문화슈퍼 안에는 3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연극의 대목도 들려주고, 거기다가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나누면서 시간을 즐겼다. 그야말로 마을 문화공간이 하나 생겼음을 즐기는 그런 잔치였다.

 

 

“차린 것은 없지만 좀 드시고 가세요.”

 

어디를 가나 우리들에게는 귀에 잘 들리던 말이다. 차린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차린 것이 없단다. 그야말로 우리들만이 갖고 있는 말 속에 겸손이란 생각이다. 슈퍼 안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즐기고 싶은 데로 즐기면서, 또 하나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층으로 올라가보니 이클레이 관계자들과 김병익 생태교통 추진단장 등이 열심히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 나무 판에다가 자신의 명패를 만드는 것이란다. 작은 한 쪽 방에서는 영화도 상영한다. 행궁동 문화공간인 문화슈퍼 1호점은 그렇게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려는데, “차린 것은 없지만 좀 드시고 가세요.”라고 한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졌는데, 어째 차린 것이 없다고 할까? 이래저래 이 동네 변해도 정말 너무 변해간다. 다음엔 또 무엇이 사람을 놀라게 하려는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행궁동 일원 골목포장으로 아름답게 변해

 

오늘까지(58) 생태교통 수원 2013의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행궁동 일원의 공사는, 곳곳에 따라 15%~30% 정도가 진척이 되었습니다. 1단계 사업은 510일을 전후해 대충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공기가 충분치 않아 상당히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단계 사업은 610일까지, 3단계 사업은 710일까지 마무리를 할 계획입니다

 

8일 오후 생태교통추진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익 추진단장은, 짧은 공기고 인해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병익 단장의 말대로 정자로에서 화서문으로 나가는 주 도로인 1단계 공사구간은 중장비들이 굉음을 내며 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태교통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행궁동 일원의 전선지중화 공사로 인해 길을 막아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잘 참아내고 있다고

 

르네상스 구간은 이미 골목조성이 마무리 단계

 

지금까지 화서문 앞에서 장안문쪽으로 성을 끼고 나가는 길가의 골목은 상당히 공사가 마무리 딘 상태이다. 마을 르네상스 구간은 이곳은 상하수도 관거 정비를 마치고, 혹시라도 차가 빠질 것을 염려해 포장을 한 후 그 위에 블록을 깔았다. 말끔하게 정비가 된 골목길은 보기에도 산뜻해 보인다.

 

골목길에서 만난 주민 한 사람은 처음에도 나도 반대를 했다. 그러나 이렇게 골목이 말끔해졌는데, 이제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 물론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야 영업에 지장이 있어 반대를 한다고 하지만, 주민인 나로서는 조금 불편하다고 해도 감수하기로 했다. 이렇게 좋아지고 있는 마을을 보면서, 공사가 다 끝난 다음을 그려보기도 한다.”라고.

 

 말끔하게 정비가 된 골목길. 이런 모습들이 보이자 주민들도 점차 찬성을 하고 있다

 

쌈지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던 신안경로당은 이미 우중충했던 담장을 헐어내고, 주변에 아름다운 꽃을 심어 보기에도 산뜻하다. 골목 곳곳에는 작은 화단 등도 마련이 되었으며, 담장 밑에는 넝쿨식물을 심을 것이라고 한다.

 

주민추진단 이미 1,000명을 넘어서

 

그동안 반대를 하던 사람들 중에 상당히 많은 주민들이 주민추진단에 가입을 해와 이미 그 숫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를 하는 주민들이 있다는 것.

 

 쌈지공원으로 조성한 신안경로당. 우중충한 담장을 헐고 꽃밭 조성을 하였다

 

주로 이곳에서 영업을 하시는 분들 중 일부가 반대를 하고 계십니다.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그것에 대한 보상을 하라고 하지만, 어느 행정부에서 그런 것에 대한 영업손실의 보장을 하나요? 저희들에게는 그런 예산이 있지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이 찾아와 가끔 사무실에서 소란을 떨기도 하죠.”

 

심지어는 도로 양편에 나무를 심어 녹색지대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나무를 다 심어놓으면 더운 물을 갖다 부어 나무를 죽이겠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것. 간판이 가려진다는 것이 이유라고 하지만, 나무를 식재를 할 때 그런 것은 다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대다수는 불편함을 잘 참아내고 있어, 주민들을 볼 때 미안한감이 든다고도.

 

 

그래도 아직은 주민들이 잘 참아주고 계십니다. 골목길 조성 사업이 끝난 후 많이들 생태교통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보아야죠. 이 생태교통 수원2013 시범사업은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었을 때, 우리 후손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런 점을 해당지역 주민들이 십분 이해하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병익 생태교통 추진단장은 오늘도 주민들과 면담이 있다고 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이 시범사업에 대해 조금씩만 이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차피 우리 주민들이 감당해 내야 할 몫이죠. 저도 지난달에는 영업을 제대로 못해 많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와 우리들의 후손에게 아름다운 마을을 물려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 이제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죠.”

 

주민추진단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하면서, 공사가 다 끝난 다음에 우리 마을이 얼마나 살기좋은 마을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절로 노래가 나온다고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골목은 2년 째 조성 중에 있다. 첫해에는 창룡문을 나오면 주차장을 지나 게이트 볼 장에서 시작하는 1번 골목이다. 1번 골목의 벽화 길은 350m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해는 제일교회 아래쪽에 680m에 그림을 그렸다. 1번 골목 중간에는 빈집 하나가 볼썽사납게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동 마을만들기를 전담하다시피 한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이 이 집을 주인에게 무상 임대를 하여 구조변경을 하였다. 이 집의 용도는 되살림 발전소라 명명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집을 수리하기 시작해, 이제 그 개관일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315일 오후 이곳을 찾아보았다.

 

말끔히 단장을 한 되살림 발전소의 외부

 

말 그대로 되살림일세.

 

되살림 발전소앞에는 일꾼 몇 사람이 무엇인가 열심히 페이퍼로 갈아내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마침 실내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던, 지동벽화길 조성 총 감독인 유순혜 작가가 대답을 한다.

 

마을에서 못쓴다고 내다가 버린 것을, 잘 갈아내고 색을 입혀 리폼을 하려고요. 그래서 되살림 발전소 가구로 사용할 겁니다.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되살림의 의미도 있고요.”

 

그리고 보니 되살림 발전소라는 것은, 모든 것을 되살린다는 말이다. 주민들의 생활을 되살리고, 이웃 간의 잃어버린 공동체를 되살린다. 또한 여러 가지 주변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 때문에, 땅에 떨어진 지동의 과거의 정체성도 되살린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감이 있고 그래도 이웃 간에 사랑이 넘치던 지난날의 생활로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해 낡고 흉물이던 집을 늘리고 고치기 시작했던 때 

 

공방으로 꾸며 주민들의 소득에 보탤 것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팀장은 이 되살림 발전소에 공예품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는 대답이다.

 

이곳은 공예품을 만드는 공방으로 꾸밀 것입니다. 지전공예나 가죽공예, 섬유공예 등을 주민들에게 가르쳐, 그들이 직접 제작을 해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마을 어른신들 중에서 한 종목에 5명 정도를 선정해 교육을 시키고,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예품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판매를 해서, 그 수익금으로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실내 페인트 작업

 

판매소도 이 되살림 발전소를 비롯하여, 제일교회 일층에 들어 설 북카페와 판매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판매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원은 축제가 많습니다. 그런 곳에 공예품을 진열해 소득을 올리려고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제대로 마을만들기 사업만이 아니고, 정말 되살림 발전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순혜 작가는

 

이미 모든 준비는 다 마쳤습니다. 이 되살림 발전소가 개관을 하게 되면, 바로 교육에 들어가려고요. 이곳에 와서 주민들에게 공예를 가르칠 선생님들도 다 선정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드는 공예품은 우리만의 고유한 모델을 만들어 브랜드화 시킬 것입니다 라고 한다.

 

버려진 가구를 가져다가 페이퍼로 갈아내고 있다. 리폼을 해서 사용하겠다고 

 

앞으로 되살림 발전소는 주민들의 사랑방 겸 공방으로 거듭 나, 화성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동 되살림 발전소가 개관을 하는 날은 모든 것을 다 버려두고 함께 하고 싶다.

아침 8시 이전에 팔달구 신풍동 승명빌딩 2층에 있는, 생태교통추진단의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출근을 한다. 그리고 사무실에 불이 꺼지는 시간은, 오후 1030~11시 사이이다. 집에 들어가면 12시가 넘는다. 추진단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가족들과 변변한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30가지가 넘는 일을, 공무원 9명과 일반인 3명 등 12명이 일에 매달려 있다. 아직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하는 사업이라,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단다. 38일 오전 생태교통수원2013’이 열리는 행궁동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추진단 사무실에 들렸다.

 

 

요즈음은 반상회에 몰두해

 

마침 추진단 사무실에는 민간협력팀의 곽도용 팀장이 자리에 있어, 곽 팀장에게 생태교통의 추진이나 어려운 점 등을 들어볼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주민설명회를 하면 주민들을 넓은 장소에 모셔놓고, 대단위로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반상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생태교통에 대한 설명회를 하고 있습니다.”

 

곽도영 팀장은 어려운 점을 무엇이냐고 묻자, 아직 마음을 열지 않고 반대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 그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반상회에 참석을 하면 많게는 30여 명이 참석을 하고, 적을 때는 7~8명밖에 나오지를 않습니다. 그것도 통장님들과 함께 다니면서 일일이 참석을 해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려야 모이시고는 하죠.”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 생태교통의 중요성을 목이 아프게 설명을 하지만, 모든 주민들이 다 찬성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하기에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

 

 

점차적으로 일대 일 면담을 할 것

 

저희들이 파악하기에는 반대를 하시는 분들보다 찬성을 하시는 분들이 조금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 모두가 우리가 책임져야 할 시민들이기 때문에, 한 분이라도 더 설득을 해서 생태교통수원2013을 성공적으로 마쳐야죠.”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아직은 생태교통을 인해 마을이 얼마나 변화가 되고,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희들은 일차적으로는 반상회 등을 열어 주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듣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담당 공무원들을 교육을 시켜,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금 주민들은 차도가 일방으로 바뀌게 되면 새벽에 나갔다가 밤늦게나 들어오는데, 24시간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면서 불편하다거나, 장사를 하는데 차를 댈 수가 없으면 생업에 지장이 있어 찬성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각도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 달간이나 생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하면, 저희들도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염태영 시장님도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생업을 위한 것이라면 길을 구부려서라도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도록 연구를 할 생각입니다

 

 

처음으로 하는 세계적인 행사, 주민 동참이 절실해

 

곽도용 팀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인 만큼, 어디 가서 자료 하나를 찾기가 수월치 않다고 한다. 순전히 수원에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동참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는 것.

 

주민들이 동참을 하지 않으면 이 행사는 성공을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생태교통 기간 동안에도 숙박문제며 주차문제, 의전문제, 공연, 자원봉사 등 저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민들이 함께 동참해야 하고, 수원시 모든 공무원과 시민들이 함께 하셔야 성공적으로 마칠 수가 있습니다. 저희들이 주민 한분 한분을 만나 고통을 듣고, 그것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생태교통수원2013’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언론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곽도용 민간협력팀장. 또 주민들을 만나보아야 된다고 자리를 뜬다. 하루 종일 발이 닿도록 뛰어다니는 이유는, 누구하나 피해를 보지 않고 성공적으로 생태교통수원2013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이다.

참 아픈 말이다. 그리고 큰 아픔이었다. 난 죄인이라도 된 듯 말을 할 수 없었다.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지난번에는 그저 마을회관을 들어가면서 겉모습만 촬영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미시해평청소년수련원’에 묵고 있는 70여명의 주민들, 그들의 아픔을 하나하나 들춰보기로 했다.

 

하늘도 무심하더라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이 12일에 불산 누출 사고마을에 또 들어가신다고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돌아보려고 일찍 출발을 했다. 스님이 해평청소년수련원에서 ‘스님짜장’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불산누출 사고마을인 임천리로 향했다. 처음 이곳을 들렸을 때는 솔직히 이 정도인줄은 몰랐었다.

 

봉지를 씌운 체 남아있는 배

 

붉은 천에 쓰인 ‘불산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식용불가’라는 글씨. 그 앞에서 하염없이 잘 자란 배추를 바라보고 있던 할머니.

 

“올해는 아이들 김장도 못해 주었네. 저 아까운 것을 어쩌지”

 

할머니는 매년 김장을 해서 자녀들에게 보냈다고 하신다. 그러나 실하게 자란 배추가 하루아침에 만져보지도 못할 죽음의 배추가 되어버린 것이다. 임천리 들판에는 베지 않은 벼가 누렇게 타서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배나무에는 봉지를 씌운 배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사과나무에는 잘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그것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흐른다.

 

추수를 하지 못하고 방치된 벼와(위) 붉은 고추가 달린 고추밭(아래)

 

그야말로 아픔이었다. 누군가 ‘하늘이 무심해도 너무 무심했다’라고 말을 한다. 순간의 잘못으로 인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청소년수련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임천리 주민들. 불편한 이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몇 차례 수련원과 마을을 운행하는 버스로 집을 돌아보고는 한다.

 

“기자가 죽을까봐 어떻게 여길 왔지”

 

한참 마을을 돌아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을의 어르신이 누구냐고 물으신다. 취재를 하러 들어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기자분이 죽을까봐 어떻게 여길 오셨소. 기자 분들은 오지 않고도 글만 잘 쓰드만.”

 

붉게 익은 사과가 달린 사과나무들(위) 주렁주렁 열린 포도

 

임천리 옆 해평마을에 사신다는 어르신은 기자들에 대해 화가 많이 나신듯하다. 어르신께 왜 그렇게 기자들을 미워하시는가를 물었다.

 

“기자들이 제대로 알고 기사를 써야죠. 여긴 들어 온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소. 말로만 듣고 기사를 써대니, 마치 구미 전체가 마치 불산에 오염된 것처럼 사람들이 알고 있잖소. 구미라는 인쇄가 들어가 있는 농작물은 아무도 사지를 않아요. 구미 농사꾼들은 올 한 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정말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말이요”

 

어르신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간다. 불산 누출로 인해 기형아를 낳는다거나, 뼈가 녹는다는 말들이 흉흉하게 떠돌았다는 것이다. 불산에 노출된 것을 먹으면 똑 같이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불산이 공기로 퍼져나갔다고 했다는 것이다.

 

스님짜장을 준비하는 운천스님과 짜장을 드시는 임천리 주민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구미 전체의 일은 아닌데, 하도 떠벌려대니 사람들이 구미라는 글자만 있어도 그 식품들은 안산데요. 돈 들여 인쇄해 놓은 포장박스를 다 버려야 할 판이니, 기자가 글만 쓰면 되는 것이 아닐 텐데 너무 무책임 한 것 같아요. 마치 구미시 전체가 오염되어 버린 것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요”

 

졸지에 죽일 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벌써 불산누출 사고마을을 다녀 온지 3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아픔을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배추밭에서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가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어머니의 마음을 본 것이다. 그래도 먼저 자녀들 김장 걱정을 하시는 어머니. 한 사람이 부주의가 불러온 것치고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다. 이 분들 언제나 정든 집으로 돌아가실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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