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되면 가끔 산으로 올라간다. 등산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남들처럼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내가 산을 오르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잘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하면 남들은 무엇이라고 할까?

“잘 먹기 위해서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예 살다보면 사람들은 무엇인가 좀 좋은 것이 먹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질문에 늘 되묻는 말이다. 그럼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더구나 복중에 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산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이유 말이다.

처음 캔 것을 손에들고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우리들이 무슨 특수부대도 아니고'

산으로 오르는 이유는 바로 산에서 자라는 자연산 더덕이나 도라지 등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올 봄부터 우연히 산을 올랐다가 더덕을 캐게 되었다. 그 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향도 그렇지만 5월 초순까지는 줄기까지 씹어 먹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가끔은 캔 더덕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많이 캐서가 아니라 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덕을 캐러 산에 오르면 그 복장이 장난이 아니다. 우선 긴팔 윗옷을 입어야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보면 가시에 찢기는 등 상처가 아물 날이 없기 때문이다. 장갑은 필수요, 다리에는 보호대인 각반을 착용한다. 어디 그것뿐인가? 물과 비상식량(이건 머 아이들 같지만 간식거리를 말한다. 온 산을 누비고 다니면 배가 고파지기 때문에) 거기다가 등에는 배낭을 하나 둘러매고, 손에는 곡괭이를 하나 들고 간다. 가끔 운이 좋으면 어린 산삼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섯시간 동안 산을 돌아다니면서 캔 자연산 더덕. 향이 그만이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이미 옷은 땀으로 젖어버린다. 목에 두른 수건은 짜면 물이 주르륵 흐른다. 땀이 이 정도로 비오 듯 쏟아지니 몸이라고 온전할 리가 없다. 쉰내가 난다. 산모기와 작은 파리는 연신 달라붙는다. 참으로 귀찮은 녀석들이다.

이놈의 등산화야 어쩌자는 것이냐?

정확히 말하면 어제(8월 8일) 오후인가 보다. 지인들과 함께 더덕을 캔답시고 산행에 나섰다. 산을 가로질러 몇 고개를 넘는다. 겨우 더덕 몇 뿌리를 캤다. 일단 인증샷을 휴대폰으로 찍어 놓고 한 시간 이상을 돌아다녔지만,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자리를 옮겨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등산화 앞이 떨어져버린 것이다. 산에 무수한 줄기들이 등산화를 물고 놓지를 않는다. 몇 번인가 넘어지고 부터는 실실 화가 난다. 거기다가 나무 가지에 걸려 모자까지 나무가 가져가버렸다. 높지는 않은 나무지만 이미 많이 지쳐있는 터라, 모자를 찾아야겠다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장소를 옮겼다. 계곡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더덕이 보인다. 곡괭이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으니 맨손으로 캘 수밖에.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낭패인가. 흙을 파다가보면 더덕의 줄기가 끊어져버린다. 화는 나는데 벌어진 등산화의 주둥이는 연신 흙을 집어삼키고 있다. 발바닥이 까칠 거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줄기를 물어 걸리고,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를 수십 번은 했다. 어쩌란 말이냐 이 더위에.

다섯 시간 정도 산을 탔다. 손에는 십여 뿌리의 자연산 더덕이 들려있다. 그런데 이 주둥이 빠진 등산화는 어찌할까? 등산화가 입을 벌리고 나에게 항의를 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산을 좀 작작 다녀 이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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