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다.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사람들은 움직이기가 만만치가 않다. 혹 감기라도 거릴까봐 밖에 출입을 했다가도 일찍 귀가를 한다. 집에 들어오면 나가기가 귀찮아진다. 추운날씨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웅크려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에도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들이 있다.

 

수원 화성 남문인 팔달문에서 지동교 사이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곳은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지동교 방향으로 들어오면서 길 한편에 보면 항상 자리를 잡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나름 자신의 자리가 있는 듯, 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노점상들이다. 자신의 점포가 없이 길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지만 소중한 물건들이 있어

 

노점상들이 파는 물건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 노점상들 중에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들이 파는 물건들은 거의 농산물들이다. 잡곡이며 야채, 나물 등으로부터 별별 것들이 다 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도 가끔 만날 수가 있다. 사실 이런 노점상 할머니들을 사진을 찍고 취재를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노점에서 다양한 것들을 팔고는 계시지만 엄연히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분들은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으시려고 한다. 고작해야 한 두어 마디가 고작이다.

 

할머니 날이 추운데도 나오셨네요.”

집에 있으면 몸만 아프니까 움직여야지

물건은 누가 갖다 주시나요?”

차로 운반할 때도 있고, 더러는 이곳 가까운 곳이 맡기고 다니기도 하고

, 자녀분들이 이렇게 추운 날 나오신다고 하면 말리지 않으세요?”

“............”

 

이상하게 자녀들이나 가족들 이야기만 나오면 그때부터 함구를 하신다. 이럴 경우 대개 이 할머님들은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자식들까지 들춰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으신 것이다.

 

 

자리 좀 지키게 했으면 좋겠어!”

 

무슨 말일까? 이곳에서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 중 팔달문 옆 버스정류장 쪽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지동교 쪽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들보다 유난히 물건이 적다. 왜일까? 그것은 단속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적은 물건을 얼른 보따리에 싸서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사를 하는 것도 서러운데, 가끔 단속반들이 오면 얼른 보따리에 싸서 숨어야 해. 봐달라고 해도 신고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다는 거야.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도 아닌데 너무 할 때도 있어. 그냥 자리라도 좀 편하게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채 말끝을 맺지 못하신다. 어떤 날은 하루에 몇 번씩 쫓겨 다니기도 했다고 하신다. 단속반들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버스정류장이나 상가 앞거리에서 노점은 단속대상이기 때문이다. 팔달문 상가 조정호 회장은 어차피 낮 시간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이 되는데, 이곳에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수 있으면 좋은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성화를 시켜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기관에서도 나름 고충이 있다는 것이다. 심심찮게 노점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민원으로 접수가 되는 전화를 받으면 단속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

 

관광상품으로 양성화 시킬 수는 없을까?

 

하지만 물건이라 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다. 대개 변두리에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 버스를 이용해 나오시기 때문에 많은 양이 아니다. 그저 한 보따리 정도를 이고 나오셔서 길에 깔아놓는 것이 고작이다. 물건도 우리가 도심을 벗어나면 논밭두렁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 노점상을 자주 이용하시는 주부들도 계시다.

 

 

이 할머님들 물건이 정말 싸고 좋아요. 직접 농사를 지으신 곡물과 들과 산에서 채취한 나물들을 잘 다듬어서 갖고 나오시잖아요. 가끔은 진한 시골 된장도 살 수가 있어요. 이분들이 무슨 점포를 갖고 계신 상인들처럼 많은 것을 파시는 것도 아닌데, 이분들이 조금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침부터 겨울비가 추적거리고 온다. 오늘도 할머니는 우산 하나 펼쳐놓고 쭈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만 바라볼 것이다. 그러다가 해질녘이면 어디론가 가버리신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하루쯤 쉬셔도 될 텐데. 비가 오는 겨울날이 반갑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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