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에는 수령 500년이 지난 커다란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마을을 흐르는 개울을 내려다보는 이 소나무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211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이 소나무는 처진 소나무로 높이는 16m이며, 둘레는 2.95m에 가지의 폭은 21m 정도이다.

이 소나무는 마치 등 굽은 사람처럼 서 있는데, 목 부분이 굽어져 가지가 마을 쪽으로 뻗쳐 처져있다. 마을에 전하는 이야기로는 풍천 노씨들이 처음으로 이 마을에 들어와 자리를 잡을 때 심었다고 전한다. 조국의 광복 이후에도 마을 주민들은 이 소나무 아래에 모여, 마을의 안녕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비는 지신밟기를 했다고 한다.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에 있는 수령 500년의 처진소나무

죽은 아들이 아이를 점지해준 종암우물

소나무 아래에는 마치 계란같이 생긴 바위와 우물이 있다. 이 바위를 종암이라고 부르며, 아래에 있는 우물을 종암우물이라고 한다. 이 우물에는 전설이 전한다. 고려 말엽 소나무가 서있는 개평마을에는 200호 정도가 모여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 금씨 성을 가진 가난한 선비가 살았는데, 슬하에 자식이 없다가 40이 넘어서야 아들을 낳았다.



목 부분이 굽어진 처진 소나무는 노씨들이 지곡마을에 자리를 잡으면서 심었다고 전한다

살림살이가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두 부부는 귀한 아들이라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런데 아이가 8살이 되던 해에, 앞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놀다가 그만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50이 다 된 부인은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병이 들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약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아들이 꿈에 나타나 하는 말이 ‘어머니 나 종암우물에 있어. 왜 데리러 안와’라고 했다. 부인은 집 가까이에 또 다른 우물이 있어, 종암우물까지는 물을 길러 가지 않았으나, 아들이 보고 싶은 생각으로 혹시나 해서 종암우물로 가서 우물주위를 돌았다. 몸이 약해진 부인은 우물을 돌다가 쓰러졌으나, 종암우물의 물을 먹고 기운을 차려 다시 우물을 돌고는 했다.


아들을 점지한다는 전설을 간직한 종암과 우물

먼 곳이지만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부인은 날마다 종암우물을 떠다 먹으며 그 주위를 돌았다. 그런데 도저히 완쾌할 것 같지 않았던 병약한 부인이, 3개월 후에는 완쾌가 되었으며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임신이 된 선비의 부인은 49세라는 늦은 나이에 다시 아들을 낳았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오직 아들을 보기를 바란 부인의 정성이 하늘을 닿아 아들을 본 것이다.

이 소문은 인근마을로 퍼져 나갔다. 그 뒤로부터 마을에는 낯선 여인들이 찾아와 종암을 안고 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아이를 낳지 못한 여인들이 아들을 낳을 것을 간절히 빌며 종암 주위를 돌면서, 우물 물을 마시고는 했다는 것이다.

지곡마을은 한옥이 즐비한 전통마을이다.

지곡마을은 한옥들이 즐비한 곳이다. 이 마을은 일두 정여창의 고택을 비롯한 많은 고택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수령 500년이 된 처진 소나무와 종암. 아마 이 외에도 이 마을을 돌면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 것만 같다. 등굽은 소나무는 마을을 향해 옛날 옛적 전설이라도 들려주려는 것인지. 마을을 향한 가지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고 손짓을 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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