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소리가 들리는 영금정이 그립다
속초시 동명동 속초등대 밑의 바닷가에 크고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는 곳이 영금정(靈琴亭)이다. 영금정이라 부르게 된 이유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신묘한 소리가 들리는데, 이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타는 소리와 같다고 하여 영금정이라 불렀다고 했다.
또 하나의 다른 이야기도 전한다. 선녀들이 밤이면 내려와 목욕을 하면서, 신비한 곡조를 읊으며 즐기는 곳이라 하여 비선대(飛仙臺)라고 불렀다고 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비선대라 기록하였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를 하고 있다.
「비선대는 부 북쪽 50리 쌍성호(현재의 청초호) 동쪽에 있다. 돌 봉우리가 가파르게 빼어났고 위에 노송이 두어 그루가 있어서 바라보면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 위는 앉을 만하여 실같은 길이 육지와 통하는데, 바닷물이 사나워지면 건널 수 없다. 영금정의 또 다른 이름으로 화험정(火驗亭)이 있다.」
영금정이라 불리던 바위, 일제가 훼파해
동해안에 흩어진 바위를 보고 부르던 영금정이 바로 첫 번째 정자다. 영금정은 지금보다는 높은 바위산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바위산의 모양이 정자 같아 보였고, 또 파도가 이 바위산에 부딪치는 소리가 신비해 마치 거문고를 타는 소리 같다고 하여 영금정(靈琴亭)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 때에 속초항을 개발할 때 이 바위산을 부숴 이 돌로 방파제를 쌓아서, 바위산은 없어지고 현재의 널찍한 바위들로 형태가 바뀌었다.
바위들을 부르던 명칭이었던 영금정을 따서 속초시에서 영금정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여, 남쪽 방파제 부근에 정자를 하나 만들어 영금정이라 이름하였다. 이 정자는 영금정 바위 위에 세워진 해상 정자로 50m 정도의 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해상 정자에서 바라를 바라보는 느낌은 방파제와는 또 다른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정자 자체는 콘크리트 정자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금정을 해돋이 정자라고 부르는데, 정자 현판에는 영금정(靈琴亭)이라는 글을 써 놓았다. 이 영금정이 바로 두 번째 정자다.
두 번째 영금정이 비록 바위 위에 볼품없이 지어진 시멘트 건물이라고는 하나 영금정에 올라 동해의 파도소리를 들으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 파도가 밀려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면 옛 이야기가 허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오죽하면 거문고를 타는 소리와 비교를 했을까?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면 그 안에 오묘한 갖가지 소리들이 사람을 현혹케 한다. 저 소리를 우리 선인들은 거문고를 타는 소리라고 표현을 한 것은 아닌지. 멀리 지나가는 배 한척이 낮은 파도에 모습을 드러내고 감추고를 반복하면서 떠간다.
바닷가 바위 위에 세 번째 영금정을 지어
그리고 2008년 새롭게 조성한 또 하나의 영금정이 있다. 두 번째의 영금정 정자가 서 있는 옆 산봉우리에 새로 또 하나의 영금정을 세웠다. 계단을 통해 오를 수 있는 이 정자에 오르면, 시원한 동해바다와 동명항, 그리고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돌아가면서 보인다. 절경이란 생각이 들만큼 아름답다.
두 번째의 영금정이 저 아래편에 아름답게 보인다. 한 가지 욕심을 내자면 영금정이라는 이름보다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소개된 또 하나의 이름인 ‘화엄정’이란 명칭은 어떠했을까? 모두 세 개의 영금정을 갖게 된 동명항은, 이제 새로운 해맞이 장소로 명성을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바닷가 바위 위에 올라선 영금정. 이 정자를 난 마음속으로 화엄정이라 부르기로 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밝혔듯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가 마치 불이 붙는 듯해서 붙인 이름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일제가 훼파한 아름다운 바위 영금정이 더 없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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