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베로 꼰 띠를 두르고, 무복(巫服)의 자락을 휘감아 한 편에 질끈 동인 저승사자가 지노귀굿의 상 중앙에 놓인 망자의 넋을 상징하는 종이로 만든 ‘넋전’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사제삼성은 서울과 경기 지역의 집가심굿과 지노귀굿에 나오는 세 명의 저승사자를 일컫는 말이다.

 

7월 21일(일) 밤이 이슥하다. 초저녁부터 시작한 굿이 이미 밤 10시를 넘겼다. 오산 원동 마등산 자락에 소재한 한 굿당에서는 망자의 혼을 천도시킨다는 지노귀굿이 펼쳐졌다. 이 굿판에는 무격(巫覡. 남자무당과 여자무당을 함께 이르는 말) 5명과 악사 2명이 자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제가집(굿을 의뢰한 망자의 가족)에선 가족들과 지인들 30여 명이 참석을 했다.

 

 

망자를 위로하고 달래는 지노귀굿

 

지노귀굿이란 죽은 망자를 천도시키는 굿을 말한다. 지노귀란 ‘진혼(鎭魂)’의 의식을 말하는 것으로, 그 굿을 하는 시기나 형태에 따라 명칭이나 굿의 제차 등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3년 동안 상청(喪廳)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3년 안에 하는 지노귀굿은 모두 ‘진지노귀굿’이라 하였다.

 

3년이 지난 다음에 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굿은 ‘묵은 지노귀굿’이라 하고, 3년 만에 상청을 치우면서 하는 굿을 ‘탈상굿’이라고 하였다. 이 외에도 사람이 살아있을 대 미리 지노귀굿을 하면 ‘산지노귀굿’이라 하고, 죽을 수에 있는 사람의 명을 연장하기 위한 ‘헛장굿’ 등도 모두 지노귀굿에 포함을 시킨다.

 

 

큰머리 얹고 바리공주 무가를 구송해

 

저녁 무렵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망자의 지인들로 인해 주변 주차장은 차가 가득하다. 굿당 안에 잘 차려진 굿상이며, 상 뒤편으로는 저승십대왕을 의미하는 글을 적은 번이 걸려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이 굿이 무슨 굿인가를 알 수 있는 분위기이다. 망자의 가족들이야 당연히 참석을 하겠지만, 선, 후배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으니 굿당 안이 시끌벅적해 질 수 밖에.

 

굿은 굿판에 모여든 모든 사람들과 굿청의 부정을 가시는 의식으로 시작이 되었다. 주무(主巫)인 승경숙 만신과 보조를 하는 어린 무녀(巫女)들도 부산하게 움직인다. 굿이 한창 무르익을 때쯤 바리공주 무가를 구송하는 ‘말미’의식으로 들어갔다. 작은 상위에 쌀을 붓고 한지로 덮어 놓는다. 그리고 바리공주 무가를 장구를 치면서 구송하기 시작한다.

 

머리위에는 바리공주를 상징하는 큰머리를 올리고, 근 한 시간 가까이 진행이 되는 무의식 제차에 사람들이 지쳐갈 만도 하련만, 이런 진지노귀굿을 처음으로 접한다는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른다. 아마도 이런 굿판에 와서 망자와의 평소에 친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슬픈 굿에서의 반전, 해학이 가득한 사자놀음

 

지노귀굿은 망자의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망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이기 때문에 울음바다가 된다. 가족뿐만 아니라 굿청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굿이다. 하지만 지노귀굿에서도 반전이 있다. 슬픔만 간직하고 돌아간다면 오히려 마음에 더 큰 아픔을 안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반전이 이루어지는 굿 제차가 바로 ‘사제삼성’이다. 이 거리에는 저승사자로 굿을 진행하는 무당이 변한다. 머리에는 베를 꼬아 띠를 만들아 두르고, 심지어는 얼굴에 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굿청 앞에 놓인 사자상에 가서 차린 것이 없다고 푸념을 하면서 아무것이나 주어먹는다.

 

 

이때 제가집이나 지인들은 굿상 앞에 일렬로 도열을 한다. 바로 사자가 굿상 위에 놓인 망자를 상징하는, 종이로 만든 ‘넋전’을 들고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넋전을 빼앗기면 망자의 혼령을 빼앗긴다고 하여, 사자가 굿상 앞에 다가서지 못하도록 몸으로 사자를 막아야 한다. 이 대목이 바로 반전이다.

 

입에는 큰 떡을 물어 마치 혓바닥처럼 늘이고, 눈을 이상하게 만들어 굿상으로 덤벼드는 사자를 보고 제가집의 가족들도 웃음을 참지 못한다. 굿상 앞을 막아선 15명 정도의 망자의 지인들은, 사자가 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느라 정신이 없다. 이곳저곳을 찔러보고 밀어보고. 심지어는 입에 문 떡까지 줄 테니 비키라고 한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우리 굿만이 갖고 있는 해학이다.

 

 

망자의 가족들까지도 웃길 수 있는 굿판. 울리고 웃기고, 그래서 우리 굿은 좋은 것이다. 말미에 이어 망자의 상을 도는 ‘도령’과 베를 갈라 망자의 저승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길 가르기’, 그리고 저승길에 가시밭길을 무사히 넘기는 ‘가시문 넘기기’까지로 굿은 끝났다. 22일 새벽 1시. 길고 긴 지노귀굿이 끝나고 가족들과 지인들은 다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무격들뿐이다. 굿청에 모인다는 뭇 잡귀들을 다 풀어먹여 보낸다는 뒷전까지 마친 시간이 새벽 1시 30분. 이때쯤이면 누구나 다 지치게 된다. 하물며 몇 시간을 뛴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그래도 모두가 ‘속 시원하다’며 돌아갔으니, 아마도 이 망자 좋은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

 

“다음 생에는 절대 이런 슬픈 자리에서 만나지 말고, 이승에 맺힌 한 훌훌 털고 돌아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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