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저수지와 반딧불이 화장실. 수원의 여러 곳에 소재한 아름다운 길 중 한 곳이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목책 길을 걷는 재미가 있고, 여름이면 산 밑으로 난 수변 길을 걸으면 또 다른 흥취가 있다. 이 길을 한 바퀴 걷다보면 늘 속이 비어온다. 이럴 때 잘 찾아가는 집들이 바로 보리밥 집이다.

 

광교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줄을 지어 선 보리밥 집들. 왜 이곳에 이렇게 많은 보리밥 집들이 생겨났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언제부터인지 보리밥 집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이곳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저마다 이 곳의 보리밥을 먹으로 오는 사람들은 그만한 아유가 있다고 한다.

 

 

광교산 등산을 하고 난 후 밑으로 내려와서 보리밥 한 그릇 먹고 갑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배도 부르지만 이 동네 집집마다 보리밥이나 반찬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한 집씩 먹어보고는 하죠.”

 

저수지에서 천천히 걷는 길 정말 명품 길이다.

 

그렇게 맛집 순례들을 하는 모양이다. 광교저수지에서 도로를 따라 광교산 방향으로 걷다가 보면 좌우에 늘어선 집들을 만날 수가 있다. 보리밥 집이 언제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인지, 해를 더할수록 숫자가 자꾸 많아지는 듯하다.

 

이 광교산 길은 골목은 아니다, 그리고 골목이 형성될 만큼 많은 집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고, 딴 곳에 비해 보리밥집이라는 독특한 모양새를 띠고 있는 길이다. 그런 길이 찾아갈 때마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가끔 지인들과 함께 이곳 보리밥 집을 찾아간다. 내가 즐겨 찾는 집이 큰길가 뒤편에 자리하고 있어서, 난 늘 골목 보리밥 집에서 만나자는 소리를 한다.

 

 

사람들은 보리밥이 다 그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소개를 하는 집은 그렇고 그런 집이 아니다. 광교산 길에서 많은 집들을 찾아다니다가 그 중 가장 음식 맛이 좋은 집을 찾아낸 것이다. 지인들이 수원을 찾아오면 언제나 이 집으로 안내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이 집의 음식이 그만큼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집 음식을 정으로 치면 얼마?

 

우리 집에서 파는 동동주는 단호박 술입니다. 이 술을 만드시는 할머니가 많이 만드시지를 않기 때문에 많이는 대 주실 수가 없다고 하네요. 저희도 정말 단골손님들한테만 이 술을 드리고 있어요. 이 동동주 때문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음식 한 그릇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네 정이다. 이 집은 딴 집과는 달리 나물이 9가지나 나온다(일반적으로 나물은 7가지 정도가 기본이다). 나물도 일품이지만 이 집의 음식 중에서 단연 최고인 것을 겉절이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무친다는 겉절이. 이 집을 자랑하는데 빠트릴 수가 없다.

 

저는 이 집의 겉절이 때문에 이 집을 자주 찾아옵니다. 이 집 겉절이로 인해 제가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음식 한 가지가 저에게는 정말 큰 일꾼 노릇을 해준 것이죠. 음식의 정이란 가격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휴일에 찾아간 보리밥집. 그 집에서 만난 한 손님은 음식은 가격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이라는 음식에 숨어있는 가치로 따져야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집을 사람들과 함께 찾아올 때마다, 그 음식의 갖는 인간의 정을 느끼고는 한다. 아마도 내가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을 칠 때, 수원갈비, 지동순대, 통닭에 이어 광교산 보리밥을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식 한 그릇에 녹아있는 사람의 정. 그 음식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 안에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는 따듯한 마음이 녹아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음식이 어디 있을까? 광교산 보리밥을 최고로 손꼽는 이유이

 

전통시장에만 있는 에누리

 

덤 좀 주세요.”

아따 그 양반 많이 드렸구먼.”

그래도 조금 더 주세요.”

자 옛수

 

시장바닥에 나가면 늘 듣는 소리이다. 장사꾼과 물건을 사는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실랑이다. 늘 그렇게 더 달라고 하고, 한편은 마지못해 주는 듯 더 집어준다. 하기에 됫박 등으로 담아 파는 물건이야 덤을 달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지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야 하는 것이 물건을 사는 소비자의 마음이다.

 

조금만 깎아주세요

안돼요.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닌데

그래도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요. 조금만 깎아주세요

거 참 그 양반 알았우. 그럼 9000원만 내슈

 

10000원짜리 물건을 10%나 깎아준다.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감히 들어볼 수도 없는 말들이다. 이런 대화는 전통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통시장은 덤으로 인해 정을 키운다.

 

이란 물건을 팔고 살 때, 제 값어치의 물건 외에 물건을 조금 더 얹어 주고받음을 말한다. ‘에누리란 물건을 파는 사람이 실제 가격보다 값을 더 높여 부르는 일이나, 물건을 사는 사람이 물건 값을 깎는 일을 말한다. 전통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행태는 역시 덤과 에누리이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일부러 먼 길을 찾아다닌다. 왜 주변에 대형 할인점들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협소하고 대형마트보다 환경이 좋지 않은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정 때문이다. 투박한 손으로 크게 한줌을 더 집어주는 덤과, 큰 인심 쓰듯 조금 깎아주는 에누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우린 남는 것이 없어요.”

 

그 말이 정말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말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역시 전통시장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대물림 고객들이 많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그 장에서 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 떨이 판매합니다. 지금부터 딱 5분간만 반값에 드립니다.”

대형 할인점에서 잘 찾는 말이다. 갑자기 시작하는 이런 판매방법도, 알고 보면 전통시장에서 배운 방법이다. 하지만 ‘5분간만 반값남는 것이 없어요.’는 전혀 다르다. 5분간만 판매가격의 반값으로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는 것이 없어요.’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남는 것이 없다는 말에 더 친근감을 느낀다. 바로 전통시장에 있는 정 때문이다.

 

 

왜 전통시장에는 정이 있을까?

 

대형마트나 백화점에는 정이 없다. 모든 것은 정찰제 판매라고 해서 가격표를 붙여놓고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어 가격을 산출한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다르다. 덤이 있고 에누리가 있다. 물론 전통시장도 정찰제를 한다. 가격표가 붙어있는 상품들도 있다. 물건을 흥정하다가 그냥 돌아서면, 대개는 깎아줄게 오세요.’라거나, ‘더 드릴께 이리와요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이것이 바로 덤과 에누리의 미학이다.

 

전통시장은 숨을 쉴 수가 있다. 그리고 아무리 오래 돌아다녀도 누구하나 무엇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장바닥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둘러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언제 찾아가도 반갑게 맞이하면서 무엇을 사러 왔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 단골이 찾는 물건을 미리 알아서 듬뿍 담아주는 곳. 그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그런 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갑오년 설날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대목장보기가 시작이 되었다. 가까운 전통시장을 찾아가 덤도 듬뿍 받아오고, 에누리도 많이하면서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까지 한 아름 받아오기 바란다. 

대형마트 가격대비 30% 정도 싸게 구입

 

210일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이다. 설날에는 조상님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용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날 정성을 다해 차릴 차례상 준비를 위해 장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5일장이나 인근에 있는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했다.

 

그렇게 정감이 가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골목상권까지 침입한 대형할인마트 등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전통시장들은 많은 애를 먹기도 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이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형마트 등을 이용해 제수용품을 마련하고는 한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30% 싼 가격에 구입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의 경우 205000~213000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발표했다. 같은 물건을 구입할 때 일반마트는 294000309000원으로 전통시장에 비해 약 30% 정도 비싸다는 것이다. 결국 전통시장을 찾아가 제수용품을 마련하면, 30% 정도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가 있다는 것.

 

거기다가 전통시장은 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민족은 물건을 흥정하면서 이 덤이라는 것을 으로 받아들인다. 그저 조금 더, 혹은 듬뿍 올려주는 이 덤으로 인해,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우리들의 근간이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 추운 날에도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원 전통시장을 찾아가다

 

오전에 수원지동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지동에는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 등 세 곳의 시장이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지동시장을 들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있는 한 분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영통에서 왔어요.”

멀리서 오셨네요. 왜 이곳까지 오셨나요?”

요즈음 먹거리들 갖고 장난들을 많이 친다고 하는데, 이 곳은 단골이라 믿을 수 있어요. 또 질 좋은 것을 팔기 때문에 저희는 명절만이 아니라 늘 이곳을 이용해요. 가끔은 덤으로 좋은 것도 주시고요

 

이곳에서도 역시 덤이 있단다. 정육점에서 주는 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필요한 육고기 외에 국거리 내장 등을 따로 주는 듯하다.

 

 

미나리광시장과 못골시장 앞으로는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물결로 온통 난리법석이다. 못골시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만큼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열심히 물건을 팔고 있는 분들에게 말을 붙일 수가 없다.

 

모레가 설인데 오늘 장에 나오신 이유라도 있나요?”일요일이 설인데 내일은 아무래도 장을 보아서 준비를 하기가 버겁거든요. 오늘 장을 보아야 조금 여유롭게 준비를 할 수 있어요.“

오늘 장을 다 보시는 건가요?”

저희는 가족들이 많아서 미리 준비할 것은 오늘 준비하고, 떡 같은 것은 내일 준비하려고요.”

 

정자동에서 왔다는 정아무개(, 49)는 얼굴이 상기된 채 열심히 흥정을 하고 있다. 갑자기 밀어닥친 한파지만, 명절잔치를 어쩔 수는 없는가 보다.

 

아무래도 전통시장이 제수용품을 마련하는 데는 제격인 듯해요. 이곳에는 모든 것이 다 있으니까요. 또 가족들끼리 이렇게 함께 장을 보러 나오면, 더 깊은 정도 느껴지기 때문이죠.”

 

덤이라는 정도 있고 30% 정도 싼 가격에 제수용품을 마련할 수 있는 전통시장. 우리 민족의 명절에는 그래도 전통시장을 찾아 흐드러진 인심을 한 번 맛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지동이라는 마을이름보다는, 오히려 ‘못골’이라는 명칭이 더 정겹게 다가오는 곳이다. 마을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못골은, 그 이름만큼이나 정겨운 곳이다. 지동은 1912년 행정구역 통폐합 이전에는 수원군 남부면 지동이었다. 그 후 1914년 전국의 행정구역을 통폐합 하면서 태장면 ‘지리’라고 하였다가, 1949년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이 되면서 수원시 지동으로 되었다.

 

1972년 동을 통폐합하면서 지동과 우만동의 행정동명을 ‘지만동(池滿洞)’이라 하였으며, 1988년 수원시의 구제 실시로 장안구에 편성되었다. 1990년 1월 1일자 시 조례 제1607호로 지만동을 지동과 우만동으로 분동하였다. 1993년 팔달구의 설치로 수원시 팔달구 지동으로 편동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사는 마을 지동

 

지동에 보금자리를 틀고 사는 사람들은 참 정이 깊다. 그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이웃과 울이 없이 지낸다. 아마 지동이라는 곳이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단위 아파트촌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특별한 빈부의 차이가 없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은, 길에서 만나게 되는 친근한 이웃일 뿐이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정한 사람들도 흔치가 않다.

 

지동 사람들은 많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화성의 성곽을 끼고 마을이 조성된 지동은, 자기 집조차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가 없다. 그러다가 보니 자연 수원에서도 못 사는 마을이란 딱지를 붙이고 산다. 조금 사는 것이 남에게 미치지 못할 뿐인데도, 사람들은 지동이 무슨 어디 촌애 붙어있는 동네정도로 생각을 하는가 보다.

 

그런 지동이 요즈음 들어 달라지고 있다. 골목길은 말끔히 청소가 되고, 벽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깃든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골목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집 잎을 말끔히 치우기 시작했고, 더러운 곳은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지동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들의 눈에는 크게 띠질 않겠지만, 그 작은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시작, 골목사람들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깟 벽화그림 하나가 무슨 사람들을 변화를 시켰겠느냐’고 한 마디로 벽화는 그저 좁은 골목 안쪽 벽에다가 그린 그림일 뿐인데, 그것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니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동의 벽화 골목에는 요즈음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사람들이 벽화를 구경하러 심심찮게 찾아든다.

 

그런 외지인들을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 마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사적 제3호인 수원 화성을 끼고 조성이 된 지동은 상대적으로 재개발을 할 수 없는 마을이다. 거기다가 골목길은 좁고 음습해, 지동 사람들은 늘 외부에 나가 지동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동이 지난 해 350m의 벽화길 조성에 이어, 2012년에는 680m의 벽화길을 조성하였다.

 

지동은 단순히 좁은 골목에 벽화만 그린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을빛 영화감상회, 노을빛 옥상음악회, 되살림 발전소, 황금마차, 핑퐁 음악다방, 거기다가 수원이 한 눈에 조망되는 노을빛 전망대 등 다양한 형태의 작은 축제로 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사업을 펼쳐나갔다. 지난 해 골목축제에 이은 이러한 축제는 지역의 종교는 물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했다.

 

 

수원재래시장의 중심에는 지동이 있었다.

 

수원 팔달문 앞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것은 200여 년 전 정조임금이 시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의 근간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런 형태는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깊게 참여를 하는가 하는 것이 관점이 된다.

 

이런저런 모습을 따지고 볼 때, 가장 재래시장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못골시장이다. 그리고 그 옆에 미나리광시장과 지동 시장 역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는 물품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이디. 사람들은 이 곳 지동에 소재한 시장을 찾아, 살아갈 수 있는 물품들을 구하고는 한다.

 

아마도 수원에서 그래도 과거의 장시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못골시장과 연계된 시장들일 것이다. 그만큼 지동은 수원 상권의 중심지가 된다. 또한 이곳 사장의 상인들은 대물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곳 시장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키우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에 밀려 점점 쇠퇴해가는 재래시장들. 그러나 지동의 시장들은 날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동 시장들은 생명력의 근간

 

지동에 있는 시장을 가면, 우선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못골시장 안에는 유기농 식품들이 그득하다. 그것이 바로 수원사람들이 먹거리가 가장 좋은 곳을 따진다면 어느 곳보다 먼저 못골시장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먹거리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요즈음 들어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쪼잔하게 구멍가게 상품까지 팔아먹고 있어 다들 죽겠다고 하지만, 지동에 있는 시장들은 그런 것과 무관하게 사람들의 발길을 붙둘고 있다.

 

그렇게 수원사람들만이 아니라 외지인들, 심지어는 외국인들까지 지동의 시장들을 이용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은 지동에 있는 시장들 안에는 착한가게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지동시장의 순대타운이 아니라고 해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칼국수집, 만두집, 호떡집서부터 착한 가격의 이발소까지 있다.

 

사람들은 지동자랑을 좀 하라고 한다. 아마도 몇 년 전이라고 하면, 자랑을 할 만한 것이 별로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동은 다르다. 몇 날을 두고 자랑을 해도 자랑꺼리가 남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살만한 마을 못골(지동). 그래서 오늘 우리는 지동을 일러, 세상에서 가장 정이 많은 동네라고 자랑을 한다.

답사 길은 늘 허기진다. 밥을 제대로 먹고 돌아다녀도, 오전에만 걷는 거리가 20리는 족히 되기 때문이다. 답사 중에는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많지만, 제 시간에 맞추어 밥을 먹기란 정말 힘이 든다. 거기다가 제 시간에 먹는다고 하여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전라북도 부안군 지역으로 답사 장소를 정했다. 항상 그렇듯 한번 길을 떠나면 1박 2일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당일치기는 피곤도 하지만, 그 지역의 풍물을 제대로 익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 들어가 문화재를 답사한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의 기본적인 풍속 등을 알아야만 한다. 그럴 때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것이 음식문화고, 그런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답사 중에 받은 지인의 전화

 

답사를 하다가 보면 산을 오르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이번 답사 길에는 몇 번인가를 산으로 올랐다. 전날 잠을 설치고 나서인지 산을 오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답사 중에 전화가 오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 이유도 그러하다.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는데 전화가 오면, 헐떡이면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예 ○○○입니다”

“형님, 저 ○○입니다”

“반가워 잘 있었어?”

“예, 이곳에 내려오셨으니 점심이나 함께 하시죠?”

“그러지. 내가 지금 답사 중이니까 어디서 만날까?”

“예, 그곳에서 하서면 청호리를 입력하시고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이미 시간은 오후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동행을 한 아우 녀석도 나도, 지쳐가고 있던 터라 전화가 반갑기가 한이 없다. 그래도 하던 일은 계속해야 하니 답사를 마저 하고 길을 바꿨다.

 

 

수어가 풍부한 청호저수지

 

하서면 청호리에 있는 청호저수지. 계화도 간척지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축조된 방대한 저수지이다. 저수지라기보다는 큰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청호저수지는 물이 맑아서 민물새우, 붕어 등 각종 담수어가 풍부하여 낚시꾼들의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넓은 수면으로는 한가하게 물오리들이 떠다니고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집을 떠나 객지에서 만나는 지인은 늘 반가움이 더하다. 인사를 하고나서 먹을 것이 나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한다. 창밖으로는 넓은 청호저수지가 내다 보여 분위기가 한층 더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붕어찜이 김을 내면서 상에 올라온다. 보기에도 푸짐하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던가. 살점을 떼어 입안에 넣어보니 별미다. 청호저수지에서 잡히는 붕어를 이용한 찜이라는 것이다. 배도 고플 시간이었지만, 그 맛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다. 한참을 먹다가 생각해보니 ‘아차,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것을’ 하는 생각이 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이런 이미 붕어는 가시가 들어났다.

 

허기진 김에 먹느라고 일일이 촬영을 하지 못했음을 이해해 주시길...

 

맛있는 음식에 정까지 더한 진수성찬

 

맛있는 음식에 반가움까지 더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부안에서 나오는 ‘뽕술’까지 한 잔 곁들여 매운탕까지 이어진다. 배는 이미 찰만큼 찼는데도 연신 손놀림이 그치지를 않는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지나고, 오후 일정은 포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대수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이 있는데.

 

그렇게 이번 부안군의 답사는 흠뻑 정을 느껴 본 길이다.뽕술 답사를 하면서 지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전날 황사에 비바람,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다닌 답사 길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인지. 미처 돌지 못한 몇 곳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은 느낌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