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에 대해서 글을 쓴 것은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그 동안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고, 기쁜 일도 많았습니다. 또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 좋은 분들 중에는 가까운 지인들도 있고, 이웃 블로거님들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전혀 일자면식도 없는 낯선 거리에서 만난 분들도 있습니다.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도 남들은 돈을 벌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인간은 어찌 된 것인지 지금까지 벌기는커녕, 수없이 없애기만 하였습니다. 그 돈, 절대로 아깝지가 않은 것은 우리문화재에 대해서 단 한 명이라도 더 알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보람된 일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방치된 문화재가 반듯하게 제 자리를 잡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글 정말 쓰기 싫습니다.

문화재 답사를 하고나서 글을 쓰는 일은 재미있어야 합니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문화재의 문화적 특징과,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글을 쓰고 싶어 답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답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난 문화재에게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의 훼손, 관리의 허술, 문화재 폄하 등 정말 쓰기 싫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문화재를 볼 낯이 없습니다. 문화재는 생명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문화재를 조성한 장인의 숨결이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기에 전 문화재는 각기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문화재에 대해 나쁜 글을 쓴다는 것은, 바로 문화재를 아프게 하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정제성은 있으십니까? 문화재의 소중함이나 중요성은 알고 계십니까? 아니 그보다 먼저 묻습니다. 문화재가 무엇인지는 아십니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것을 의식 있게 바라보고 있는 분들은 극히 일부라는 것입니다. 아니 일부가 아니라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늘 이런 주장을 해왔습니다. 모든 분들이 문화재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백날 소리를 질러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대답 없는 메아리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립니다. 문화재는 우리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민초들의 애환과 사고를 그 안에 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종교가 다르다고 문화재를 훼손하고 폄하하며 나하고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등한시 하는 행위, 이것은 매국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떻게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가 날마다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는지 아십니까? 왜 사람들은 소중한 문화재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것에 더 광분하고 계신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여러분들의 무관심과 문화재를 비하하는 행동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에 동조를 하며 외래의 문화나, 이상한 것들에 심하게 광분하고 있는 분들, 무관심으로 바라보는 문화재와 우리 문화. 그것은 바로 매국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



전 오늘도 길 위에 있습니다. 우리의 낯선 문화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합니다. “문화재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맞습니다. 밥 안 먹여 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길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 문화를 방치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말입니다. 일본도 끝내 빼앗지 못한 우리의 정체성은, 바로 우리의 문화에서 온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별 짓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네들은 그들보다 더한 말살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중한 우리 문화를 지금 여러분들이 팔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스스로가 문화의 매국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찌 보면 일본인들보다도 못한 쪽팔리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기 바립니다. 답은 당신들 스스로가 내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옥의 맞배지붕 양편에는 지붕 용마루 끝에서 벽을 따라 내려오는 구조물이 있다. ‘풍판’이라고 하는 이 구조물은 바람을 막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바람도 막고, 비바람에 건물의 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런 풍판은 대개 목재로 마련하고 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창군 고창읍 모양성로 88번지. 이곳에는 단군성전이 자리하고 있다. 단군성전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10월 23일, 고창군에 일이 있어 갔다가 길가에 한옥을 보고 올라갔는데, 계단 입구에 단군성전이라는 석비가 보인다. 비지정문화재인 이 건물은 계단 위에 솟을삼문과 그 안에 성전이 자리하고 있다.


학교 앞에 자리하고 있는 단군성전

단군성전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비탈진 곳에 계단을 놓고, 그 위에 마련하였다. 길가에 위치하고 있어 사람들이 찾기에 편할 듯하다. 맞은편에는 고창여고인가 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보니 문이 굳게 잠겨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을 때는 담장 밖을 몇 바퀴 돌아야한다.

그렇게라도 답사를 하는 것이 이제는 버릇처럼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뒤편으로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다가 보니, 뒤 담장에 붙은 밭에서 노부부가 고구마 수확을 하고 있다. 어르신께 말씀을 드렸더니, 일 년에 한 번 개천절에 사람들이 모여 제를 올린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분이 열쇠를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직접 관리를 하는지 열쇠를 안 맡긴다는 것이다.




벗겨진 칠 속에 나타난 것은

“요 아래쪽에 낮은 담이 있어. 그리로 넘어가”

문이 잠겨 있더라고 말씀을 드리니,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이다. 딴 곳 같으면 월담이라도 하겠지만, 명색이 단군성전인데 어찌 담을 넘으랴. 이런저런 말씀을 듣고 나서, 다시 한 바퀴 돌아본다.

그런데 돌아보다가 보니 풍판이 영 이상하다. 칠이 벗겨진 것도 목재와는 다르다. 뒤편으로 돌아 칠이 벗겨진 곳을 바라보니 아무래도 양철인 듯하다. 앞으로 내려와 솟을문을 보았다. 벗겨진 칠 안으로 찍혀있는 글씨가 철판에 찍는 글씨이다. 풍판을 양철로 해놓았다. 비바람에 오래 견디어내도록 그리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명색이 단군성전인데, 그 건물의 풍판을 양철조각으로 해 놓았다니.




그래도 이 나라의 정신적인 지주인 단군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단군의 후손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 단군을 모신 사당의 건물, 양철로 마련한 풍판은 칠까지 벗겨져 흉물이 되었다. 문이 잠겨 있는 것이야 어쩔 수가 없다고 하지만, 양철 풍판을 보고는 울화가 치민다. 비지정문화재라고 해서 이렇게 대우를 하는 것일까?

지정, 비지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군의 제를 모시는 곳을 이런 식으로 홀대를 했다는 것이 화가 나는 것이다. 아무리 의식이 없어도 그렇지, 어찌 풍판을 양철로 댈 생각들을 한 것인지. 큰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제발 제대로 된 풍판하나 마련해주길 원한다. 앞쪽 학교의 학생들이 이런 몰골을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 것인지. 낯이 뜨거워 오래 지체할 수가 없다.



참 이런 정체성 없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것인지. 도대체 이런 황당한 일을 만날 때마다, 답사고 무엇이고 다 집어치우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무리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비한국적인 인간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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