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 노성면 병사리 95-1번지에 소재한 종학당(宗學堂)은 충남 유형문화재 제152호이다. 윤순거가 파평윤씨 문중의 자녀들을 위하여 인조 21년인 1627년에 종학당을 짓고, 이듬해인 1628년에는 숙사인 백록당과, 시를 쓰고 난세를 논할 수 있는 정자인 정수루(淨水樓)를 지었다.

계단이 없는 누각 정수루

정수루는 이층으로 지어진 누각이다. 중층 누각의 경우 이층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을 이층 마루 한편을 열어 내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하지만 정수루는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없다. 그 대신 정수루 뒤편에 있는 종학당의 숙사인 백록당으로 오르는 비스듬한 축대를 이용해, 직접 정수루로 오를 수 있도록 하였다. 정수루는 정면 6칸의 팔작집이다. 그 중 정수루를 보면서 우측 한 칸 뒤편은 꺾이어 ㄱ 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꺾인 부분을 통해 누각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정수루의 앞에는 연못을 파고, 잘 다듬은 장대석으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누정을 지었다. 기둥 밑을 받치는 주초는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해 자연의 미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누마루를 받치는 기둥은 보수를 한 자국이 여기저기 있다. 오랜 세월 낡고 퇴락한 것을 보수를 한 것이다. 기둥은 둥근기둥을 사용했으며, 전면에는 일곱 개의 기둥을 배치하였다.

누정에 오르면 가슴이 트여



ㄱ자 형으로 꺾인 입구를 통해 누정으로 오르면, 앞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좌측 밑으로는 종학당의 뒤편이 보인다. 배롱나무가 꽃이 필 때쯤이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그 앞으로 펼쳐진 병사저수지 또한 정수루의 멋을 더하고 있다. 어찌 저 앞에 이런 저수지가 생길 것을 미리 안 것일까? 예전 조상님들의 땅 이름을 짓는 선견지명에는 그저 놀라움이 더할 뿐이다.

길게 여섯 칸으로 지어진 누정 정수루. 삼면은 모두 개방을 하고, 입구 맞은편에는 판자벽으로 마감을 하고 문을 내었다. 아마 바람이 저곳으로 들어오기 때문인가 보다. 다 열면 허전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 방향을 보는 것이 조금은 탁해보였을까? 굳이 한곳만 판자벽으로 마감한 이유를 생각해 보지만, 쉽게 해답을 얻지 못한다.



윤순거 선생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시심을 불러 일깨운 것일까? 난간을 × 자형으로 둘러 멋을 더한 정수루 마루에 털썩 주저앉아 본다. 어디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리고 주변의 바라다 보이는 곳 모두가 그대로 그림이 된다. 그렇게 보이는 주변 정경에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인다. 그래서 이곳에 누정을 짓고, 그 누정에 올라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난세가 싫어지면 오르고 싶은 누정 정수루. 그 위에 올라 정자 이름 그대로, 맑은 물 같이 깨끗한 마음을 만들 수가 있을까? 정수루 위에 올라 멀리 병사저수지를 내려다보면서 심호흡을 해본다. 초봄의 조금은 찬바람과 함께 아직 영글지 않은 봄내음이 함께 맡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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