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부쩍 술자리가 늘었다. 지난해까지도 이렇게 잦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데, 올해는 유난히 술자리가 잦다. 수원에 올라와 벌써 햇수로 3년째. 아마도 그 동안 수원에서 꽤나 많은 일을 한 덕분인가 보다. 그러다가 보니 자연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고, 연말이 되니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지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송년회며 무엇이다 하면서 머시게 되는 술. 나이가 먹어가면서 이젠 술을 이겨내는 힘이 솔직히 달린다. 예전 같으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그 다음 날 새벽이 되면 언제 술을 마셨나? 하면서 잊고는 했지만, 요즈음은 그 다음 날 하루정도는 영 맥을 출 수가 없다. 역시 나이란 못 속이는 것 같다.

 

 

'전복삼계탕 한 그릇 드세요'

 

가까이 있는 아우가 연락을 했다. 연말이라 힘도 부칠 텐데 조카가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단다. 마침 저녁에 딴 약속이 없어 아우와 조카내외, 그리고 손녀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소재한 경수산업도로 길가에 있는 착한전복체인점인 이 집은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한단다.

 

들어가면서 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마도 연말에 각종 모임에 가족모임까지 이 집을 택하는가 보다. 전복요리 전문점인 이 집은 항상 이렇게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의 외식산업으로 뿌리는 돈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복삼계탕 특으로 네 그릇을 시켰다. 한 그릇에 2만원. 좀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전복이 들었다고 하니 기다릴 수밖에. 먼저 죽을 한 그릇 내어오고 나서야 주문을 받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물김치와, 김치, 그리고 양파와 깍두기를 먼저 내온다. 물김치의 시원함이 이 집의 자랑이란다.

 

완도전복이 들어있는 삼계탕

 

삼계탕이 나왔다. 닭을 먼저 앞 접시에 꺼내 먹어본다. 작은 닭이라고는 하나 이집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 듯하다. 육질이 부드럽다 못해 입 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런데 밑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꺼내보니 전복이다. 삼계탕 한 그릇에 전복이 네 개나 들어있다.

 

 

삼계탕 맛도 일품인데 전복도 네 개씩이나 들었다니. 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접는다. 맛도 일품인데다가 전복까지 적지 않은 개수가 들어있으니, 그 정도 값이야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래지 않아 그릇에 바닥이 보인다. 다 먹고 나니 작은 용기에 들은 팥빙수를 내다준다. 뜨거운 삼계탕을 먹고 거기다가 시원한 팥빙수라니.

 

마음착한 조카야 고맙다

 

삼계탕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연신 사람들이 몰려든다. 잠시 후에는 번호표가 발급이 될 정도니다.

이 집은 밤 10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오후 7시가 되면 자리가 없어요. 8시 이후에는 예약도 받지 않는데요. 종업원들도 하루 일하면 다음 날은 쉰다고 하네요. 정말 엄청나게 손님들이 많아요. 맛도 있지만 전복 가격에 비해 비싸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아우의 설명이 아니라고 해도 분위기라도 이 집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연말이 되어 술이 과해 비어버린 속이 오랜만에 뿌듯하다. 그릇을 비웠으면 더 이상은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문 밖에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때문이다.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조카의 따듯한 마음에 감사를 하면서.

 

요즈음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한 음식에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가끔 찾아가는 집이 있다. 수원의 ‘지동 순대타운’이야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그곳의 음식 맛도 괜찮지만 시끄러운 곳을 워낙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조금은 공간이 좁더라도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이 좋다.

 

순대타운 길 건너편에 보면 ‘매일 직접 순대를 만드는 집’이란 문구를 건 집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402-28에 소재한 <옛 장터 밀알 전복 순대국>의 지동 본점(사장 김봉석)이다. 이 집 역시 순대와 곱창으로만 메뉴가 짜여 있다. 그런데 이 집이 남다른 것은 매일 순대를 만든다는 것만이 아니다.

 

 

순대 한 줄에 전복 한 개가 들었다고?

 

2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이 집은 날마다 직접 순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를 이어 장사를 하기 때문에, 음식 하나 섣불리 할 수가 없다는 것. 막걸리 한 잔을 하자고 지인들과 마주 앉았다. 우선 이 집의 자랑인 토종순대 한 접시를 시켰다. 가격은 7,000원이다. 그런데 이 집의 순대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순대 안에 전복을 넣는 것이다.

 

순대 한 줄에 전복 한 개. 이 밀알순대만의 보양식이라는 순대입니다. 순대국을 시키면 가마솥에 내부압력을 이용하여 열이 골고루 퍼지게 하여, 콜라겐을 함유한 진국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것만도 충분한데 거기다가 전복까지. 전복이야 성인병인 당뇨를 예방하고 고혈압을 치료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전복내장은 정력제로도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뜨거운 음식인 전복과 찬 음식인 돼지가 만나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순대 맛을 보니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맛만으로도 좋기 때문이다.

 

묵은지와 어우러진 막창, 그런데 이 깻잎은 왜?

 

막창구이(1인분 9,000원)를 시켰다. 처음에 불판에 묵은지와 버섯, 양파를 올려준다. 조금 후에 익힌 곱창을 올리더니, 이내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놓는다. 그런데 이 집에는 밑반찬 중에 잘라놓은 깻잎이 있다. 손으로 잡았더니 식초 냄새가 난다.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법.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깻잎은 식초에 담가 놓은 것인데, 일반 식초가 아니라 저희 집에서 특별히 조제를 한 소스를 이용하는 겁니다. 순대와 곱창의 냄새를 없애는 것이죠. 한 번 싸서 드셔보세요”

 

잘 구워져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기는 곱창을 깻잎에 싸서 입안에 넣어본다. 조금은 쉰 듯한 맛이지만, 냄새가 나질 않는다. 입안으로 느껴지는 맛이 상쾌하다. 막걸리 한 잔이 기분 좋게 목을 넘어간다.

 

 

“사장님 불곱창 하나 추가요”

 

이왕 시작을 한 것이 아닌가. 몇 명이 먹기에는 이 안주만 갖고는 부족할 듯하다. 불곱창 하나를 추가시킨다(1인분 8,000원) 잠시 후에 내온 불곱창. 하나를 들어 먹어본다. 입안에 매운맛이 돈다. 그래서 술 한 잔에 더 들어가는 것인지. 그런데 이 불곱창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에서 당긴다.

 

서비스로 내주는 가마솥에서 울어낸 사골국물의 맛도 일품이지만, 그보다는 이 집 젊은 2대째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항상 웃는 낯으로 손님들을 대하면서, 늘 즐거운 표정으로 일을 한다. 이 집에서 느끼는 행복은 그것만이 아니다. 가끔은 손수 만든 맛있는 맛보기 순대 한 접시도 내어주는 풍성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 된 단골들이라야 하지만. 날이 쌀쌀해진 요즈음, 딱 찾아가기 좋은 집이다.

 

 

상호 / 옛장터 밀알전복순대국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지동 402-28

문의 / 031 242 0042

사장 / 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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