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의 출장길에서 참 가슴 아픈 소리를 들었다. 농사를 짓는 어르신의 푸념섞인 이 말은,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이기도 하다. 농사는 일년 동안 피땀 흘려 짓는 것인데,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소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 여름은 유냔히 비가 많이 내렸다. 일조량이 부족하니 농산물이 재대로 생육을 하지 못했던 것. 그러나 막상 길을 다니면서 만난 논은, 생각 외로 심각하기가 이를데 없다. 나락도 지난해보다 적게 달렸다는데, 그도 많은 소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거기다가 아예 벼포기만 파랗게 자라고, 아직 나락이 아예 없는 논들도 있다. 


이제 포기하고 갈아업어야지

공주를 지나면서 논을 보니 이건 웬일인가? 논에 나락이 보이질 않는다. 마을 어르신인 듯 한 옆에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길게 한숨을 쉬신다.

"어르신, 올 벼농사가 어때요?"
"보면 모르겠소. 나락이 하나도 달리지 않았는데"
"이 쪽은 늦벼 아닌가요?"
"조생종은 아니라고 해도 지금쯤은 나락이 달려 고개를 숙일 땐데. 저것 보시오 암것도 없는데.."


말끝을 잇지 못하신다. 논에 자란 벼포기를 보니, 정말로 나락이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 그저 풀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 농사를 짓기 위해 여름 내내 흘렸을 땀이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농촌에 아이울음을 끊어졌다고 했던가? 노인분들에게는 그나마 일년 농사가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자식같은 논을 갈아업어야겠다고 하신다. 그 마음이 오죽하실까? 자식이 다 죽은 것 같다고 하시는 어르신. 그 마음을 우리는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씀을 하시면서 눈가에 맺히는 이슬을 누가 닦아드릴 수가 있을 것인가? 

"우리같은 늙은이들은 이렇게 가을이면 수확을 하는 낙으로 사는데, 올해는 먹고살 것도 없을 것 같구만"

깊은 한숨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나신다.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별별 짓을 다해가면서 산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그저 하늘과 땅만을 바라보고 산다. 벼 이삭도 달리지 않은 벼포기. 그 안에 깊은 눈물이 배어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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