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 모인 40여명이 모두 가족, 재능도 다양해 보는 재미 쏠쏠

 

30년이란 시간을 방송과 신문, 블로그 운영 등을 통해 글을 쓰느라 수많은 곳을 찾아다니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이런 곳을 취재한 적은 처음인 듯하다. ‘올케와 시누이들의 달달한 시낭송회14일 오후,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에 소재한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그런데 시낭송회에 참석하기 위해 창작센터를 찾아오는 관객들이 심상치 않다. 십 수 년을 지인으로 생활하던 선배가 있는가하면, 시낭송가로 수원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낭송가도 있다. 거기다 어린이들까지 시낭송회를 찾아오고 있다. 알고 보이 이들 모두가 한 가족이라고 한다. 이날 창작센터에 모인 일행은 40여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 시낭송회에 참가한 낭송가들이 모두 한 가족이라는 점도 놀랄 일이지만, 가족 모두가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이날 모임이 17녀의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97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한다. 이렇게 다복한 가정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가족 모두가 한 어르신을 정점으로 자신들이 있는 위치에서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더 놀랍다.

 

 

가족 모두가 출연한 시낭송회

 

시낭송회의 시작은 가족 중에 전MBC 기자출신으로 경기일보 사장,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큰 사위인 홍기헌 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의 축사로 시작했다. “오늘 이 같은 자리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자리라면서 장모님의 97세 생신을 맞이한 뜻 깊은 자리를 모든 가족들이 모여 잔치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장녀 이화자의 시낭송으로 시낭송회가 시작됐다. 이화자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낭송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낭송한 후에는, 이화순이 <국화 옆에서(사정주 시)>를 낭송했다.

 

이날 가족들의 시낭송회는 시낭송만 한 것이 아니다. 제각각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는데, 사위 김진남은 색소폰 연주로 <갈대의 순정><울어라 열풍아>를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이순영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낭송했고, 이귀영은 노사연의 <바램>을 불렀다.

 

 

이 가족,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까지 총 출동한 가족 시낭송회. 이런 시낭송회도 처음이지만 참으로 대단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사위 곽상헌은 <거지타령>을 불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시낭송과 연주, 가요가 다가 아니었다. 이수영은 민요 창부타령에 맞추어 맨손 허튼춤을 추어, 가족들의 그칠 줄 모르는 다양한 재주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시낭송회에서 단골로 사회를 보는 이길자 시낭송가의 김도현 시인의 <그대에게 가고 싶다> 낭송으로 이어졌고, 외손녀인 조민정은 중국어 시낭송으로 <이 또한 모든 것>을 낭송했다. 김성호 가족은 팝송과 우리가요 <무조건이야>를 개사한 외할머니께 드리는 노래를 불렀으며, 아들 이부영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낭송했다.

 

수원의 유명한 시낭송가인 집안의 유일한 며느리 안혜숙 시낭송가는 딸 이소림과 함께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송했다. 이진영의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문으로 이날의 가족 시낭송회를 마쳤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의 시낭송회는 가족이 무엇인지, 다복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가족 67명 중에 40여명이 모여 만들어낸 가족 시낭송회. ‘올케와 시누이들의 달달한 시낭송회를 마치고 나서 세상에 이런 가족도 있다는 것이 놀랍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시낭송회는 또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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