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가양동 65번지에는 우암사적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적공원 안에는 우암 송시열과 관계되는 건물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서, 조선시대 건축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사적공원의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작은 솟을대문이 보인다. 이 솟을대문 안에는 기국정과 남간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남간정사는 낮은 야산 기슭의 숲이 우거진 골짜기를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남간정사 앞으로는 남간사가 자리하고, 뒤편으로는 작은 연못을 파 놓았다. 남간정사는 우암 송시열(1607 ~ 1689) 선생이 후학들에게 강학을 하던 유서 깊은 곳이다. 우암 선생은 사계 김장생의 문하에 들어가 학문을 연마하였는데, 사계 김장생은 율곡의 첫째가는 제자이다.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4호인 남간정사

우리나라 정원사에 멋스러움을 이룩한 남간정사

우암 선생은 율곡의 학통을 이어받았으며, 선생이 동구 소제에 살고 있는 동안 흥농촌에 서재를 세워 능인암이라 하였고. 그 아래에 남간정사를 지었다. 남간정사는 선생이 많은 제자들을 길러 낸 곳이기도 하지만, 선생의 학문을 완성시킨 곳으로 치기도 한다.

이 남간정사는 정면 4칸, 측면 2칸의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팔작지붕이다. 남간정사는 2칸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편은 앞뒤 통 칸의 온돌방을 들였다. 남간정사는 계곡의 샘에서 내려오는 물이 대청 밑을 통하여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조경사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간정사는 마루 밑으로 물을 흘려 연못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지금은 물길을 막아버리고 구멍만 남았다.
 
용과 닮은 괴이한 나무 한 그루

남간정사를 찾아갔으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안을 기웃거려 보지만, 들어갈 방도가 없다. 정사 밑으로 난 물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으려나 했지만, 물구멍만 남겨놓고 축대로 막아버렸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밖에서만 빙빙 돌 수밖에. 돌다가보니 대문 앞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누워있는 형상이 보인다.

수령이 꽤 되었을 것만 같은 나무 한 그루. 대문을 막아서 비스듬히 누워있는 나무를 찍으려고 나무 옆으로 돌아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흡사 한 마리 용이 비천을 하려고 날아오를 듯한 모습이다. 어떻게 그 오랜 세월 이렇게 불편하게 자라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남간정사를 지키고 있는 용과 같아 보인다.

뒤편에서 보면 꼭 용과 같이 생겼다.


남간정사 출입문 앞에있는 나무는 한 마리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나무줄기에 돌출된 옹이에는 푸른 이끼가 가득 끼어있고. 누워있는 나무줄기의 한편이 뒤에서 보면 마치 용틀임을 하면서 승천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남간정사도 우리 정원의 조경에 독특한 구성이지만, 이 나무로 인해 남간정사의 멋스러움이 한결 더해진 듯하다. 답사를 하면서 많은 정자와 가옥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집과 나무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것은 처음인 것만 같다. 이 나무 한 그루로 인해 답사 길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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