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은 음력 11월을 말한다. 그 동짓달에 동지(冬至)가 있다. 동지는 말 그대로 겨울에 이른다는 말이다.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인 동지가 지나면 조금씩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동지는 우리나라에서는 4대 명절로 삼았다. 바로 설날과 대보름, 추석과 동지가 4대 명절이다.

 

예전에는 동지를 작은설(=亞歲)’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이날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에, 이 날을 첫날로 삼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하기에 첫날이라는 개념이 동지에는 있었던 것 같다. 하기에 이 첫날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어, 재액을 방비한 것이나 아니었을까?

 

 

동지로 졍월을 삼기도

 

과거에는 동짓달을 정월로 삼기도 했다. 아마도 작은설이라고 부르던 것도 그때의 유풍일 것으로 보인다. 설날 떡국을 끓여먹으면 한 살이 더 먹는다는 속설이 전하듯, 동지에도 팥죽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동지는 우리의 세시에서는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

 

동지에 팥죽을 쑤어서 먼저 사당차례를 지내고 난 뒤, 음식을 먹기 전에 집안의 곳곳에 팥죽을 뿌리는 것도, 모두 일 년간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동지에는 팥죽을 먹어야 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축사(逐邪)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즉 작은설인 동지에 일 년간의 재액을 막아 무탈하니 살기를 바라는 과거의 유풍 때문이다.

 

 

동지 상다리가 휘게 차린 까닭은?

 

요즈음이야 동지 팥죽을 먹을 때보면, 그저 동치미에 김치 정도의 반찬을 준비한다. 그만큼 동지의 유풍이 많이 퇴락해진 것인 듯하다. 어린 시절 동지가 되면 집에서는 음식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작은설이라고 하여 많은 음식을 차려 팥죽과 함께 먹고는 했다. 아무래도 동지를 새날이 시작되는 절기로 본 듯하다.

 

그렇게 음식을 한 상 가득차려 내오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집안의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이

동지에 음식을 잘 차여 먹어야 일 년 동안 배가 고프지도 않고 풍성하게 살 수가 있다. 상을 가득 차려 많이 먹고 팥죽을 먹어야 다음 해에 배를 곯지 않고 살아간다고 옛 선인들이 말씀을 하셨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그렇게 동지에 음식을 잘 차려먹어야 다음해에 잘 먹고 살수가 있다는 말도 그저 하는 말이 아니다. 동지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절기이니, 그 겨울을 잘 나기 위해 한 상 잘 차려먹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영양을 충분히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풀이를 할 수 있다.

 

옛 유풍을 따라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먹었다

 

꼭 동지라서가 아니다. 팥죽도 있고 어차피 저녁을 먹어야하니 조금 더 움직였을 뿐이다. 동지가 되기 전에 집집마다 이미 김장을 다 담갔으니, 김치는 있는 터라 이것저것 찬이 있는 것에 한두 가지 더 준비를 했을 뿐이다. 이왕이면 내년에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산다면 그도 좋지 않을까?

 

 

하긴 잘 못 먹고 산 것이 아니다. 시간이 바쁘다 보면 제대로 끼니를 시간에 맞추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녁에 되면 지인들과 어울려 술 한 잔 마시다가 보면,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다. 그런 한 해의 마무리를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차린 동지받이 상이었을 뿐이다. 그래도 한 상 잘 차려먹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 내년에는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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