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도를 앞에 놓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월도를 하늘 높이 받쳐 들었다. 선대의 장용영 무사들에 대한 예의였다. 햇볕에 번쩍이는 월도가 바람을 가른다. 순간 단단하게 묶어 놓은 5개의 짚단이 한 순간에 동강이 난다. 짚단의 검불이 날아오른다. 기합소리에 함께 순식간에 짚단이 날아간 것이다.

 

지난 20, 수원 화성 동문인 창룡문 앞에서 수원문화재단 소속인 무예24기 시범단의 공연이 있던 날 수석단원인 무사 배국진(, 45)의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정조시대의 장용영 무사들이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날이 지나면서 그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24일 오후, 시범공연을 하는 화성 행궁 신풍루를 찾았다.

 

 

어려서부터 무예에 관심이 높아

 

이제 무예를 시작한지는 20년이 되었나 봐요. 1994년부터 시작했으니까요. 그 이전부터 우리 무예에 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그 전에는 태권도를 했거든요. 공인 5단예요. 그런데 무예 24기가 더 하고 싶어서 무예를 시작했어요. 제 갈 길을 바로가지 못한 것이죠.”

 

말을 하는 것이 칼을 휘두르고, 월도로 짚단을 베는 우락부락한 무사이기 보다는 곱상한 처자같이 조심스럽다. 배국진씨는 어려서부터 태권도로 단련되었다. 공인 5단이라고 한다. 부친이 태권도 공인 9단이시고, 어려서부터 부친이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에서 수련을 했단다. 대학은 전기공학과를 나왔지만 무예에 깊이 빠진 마음은 자꾸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예24기 시범단 창단 멤버

 

무예24기를 시작한지 10년이 지난 2003년에 무예24기 시범단이 수원에서 창단되었어요. 그때 이곳에서 본격적인 무예 시범을 보일 수가 있어서 행복했죠. 지금은 시범단 3명의 수석단원 중 한 명입니다. 날마다 두 차례씩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화성 행궁 신풍루 앞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어요.”

 

자신이 좋아서 택한 길이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나니 생계가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아내가 함께 맞벌이를 하지만 그래도 윤택한 생활은 아니라는 것. 늘 아내와 아이들에게 마안하다는 것이다.

 

 

남들처럼 돈을 많이 벌면 좋죠. 하지만 저희들은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시범을 보이는 날만 일급으로 수당을 받고 있어요.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시범을 보이지 못하면, 대체 근무를 서죠. 그것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그런 날은 아예 공치는 날이었거든요. 고생을 하는 집사람에게는 늘 미안하죠.”

 

수원 최고의 문화 콘텐츠, 활성화 되어야

 

수원 화성 행궁을 찾는 사람들은 수원의 최고 문화 콘텐츠는 바로 무예24기라고 한다. 그들이 무예24기 시범이 열리는 행궁 신풍루 앞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바로 무예24기 시범 때문이다. 수원 화성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무예24기 시범단의 생활은 넉넉지가 않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 화성열차가 달리는 길을 옛 무사들이 말을 타고 달리듯, 그렇게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꿈을 꾸죠. 그리고 동장대에서 활을 쏘고 무예 시범을 보이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무예24기를 즐겨 찾을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말을 하지만 무사 배국진씨는 정말 마음속에 깊이 숨겨놓았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전수관과 시범을 보일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이 필요한 것은, 눈이오나 비가오나 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는 머리가 하얗게 백발이 날리더라도 무예24기를 할 것입니다. 멋있잖아요, 예전 무사들처럼 백발을 날리면서 말을 타고 창검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는 무예24기와 함께 할 것입니다.”

 

신풍루 앞에서 보인 오후 3시 시범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일어서는 무사 배국진씨. 몸이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무예24기 시범을 보이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서 정조대왕 시대의 장용영 무사의 기개가 보인다. 딴 고장에서처럼 수문장 교대행사를 벌이는 것이 아닌, 진정한 무예를 보여주는 무예24시 시범. 장용영의 후예 무사 배국진씨가 자긍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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