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스님’, 변산공동체 학교를 가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한 남원 천년고찰 선원사의 주지인 운천스님. 무슨 일인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항상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고 계시는 분이기에 무슨 일인가 더 궁금하다. 그동안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한 것이 벌써 3만 그릇이 훌쩍 넘었다.

 

말이 3만 그릇이다. 짜장 한 그릇에 가장 저렴한 가격인 2,000원씩만 계산을 한다고 해도, 6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사회에 돌려준 셈이다. 늘 주장하는 것이 ‘스님이 벼슬입니까? 아이들에게도 배울 것은 배워야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중생들의 아픔을 알고, 그들과 함께 세상 고통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 라고 되묻고는 한다.

 

 

생태가 살아있는 곳, 부안 변산 공동체 학교

 

스님이 이렇게 상기가 된 것은 11월 25일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3에 소재한 ‘변산공동체 대안학교’를 다녀온 후이다. <변산공동체학교>는 주곡 중심의 농사를 유기농법만으로 고집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중, 고 과정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인 공동체학교는, 현재 10여 가구에 60여 명의 식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1998년에 문을 연 변산공동체학교는 오전에는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모두 살림수업을 한다. 황토로 이룩한 학교는 물론, 모든 것을 스스로 짓고 해결을 한다. 먹거리 하나에서부터 땔감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화학’이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을 합니다. 그곳에 짜장봉사를 나갔다가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왔죠. 저희들은 아직도 짜장봉사를 하면서 일부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오고는 하는데. 이 학교의 학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합니다. 그러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벌써 이 학교가 문을 연지 15년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제초 등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10배나 도 품을 팔아야 하는 농사법을 그대로 고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급자족을 위해 쌀농사며 보리, 밀 등은 물론 콩, 고추, 고구마 등 모든 것을 심어서 사용한다. 토종 씨앗을 구하기 위해 강원도는 물론 안 다닌 곳이 없다는 사람들이다.

 

 

짜장스님 공동체 학교를 가다.

 

11월 25일 짜장스님이 변산공동체 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에게 스님짜장을 해주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직접 짜장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그리고 한 사람이 2~3인 분은 기본으로 먹어치웠다.

 

“세상에 그동안 숱한 곳을 다녔지만, 이곳보다 잘 먹는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60명이 살고 있고 잘 먹는다고 하기에, 150인 분을 준비했는데 거의 남은 것이 없어요.”

 

운천스님이 말을 하고 껄껄 웃는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의 식성이 좋았나보다. 하긴 운천스님이 만들어 주는 스님짜장 역시 일 년 간 농사를 짓고 걷어드려 만들고 있으니, 두 곳의 마음이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곳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도자기도 만들고 나무를 패고, 도대체 과거 우리네들의 농사법과 살아온 모습을 그ㄷ로 지키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정말 올곧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이 공동체지 어느 누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곳에서 규칙을 지키며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서 정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러울 정도였으니까요”

 

늘 그동안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을 것을, 당연히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운천스님이다. 당연히 자신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먹을 것으로 돌려준다고 시작한 ‘사랑실은 스님짜장’. 운천스님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 자매결연도 맺고 왔습니다. 저희들이 농사를 지을 때 함께 도와주기로요. 세상은 내가 남을 위해 베풀면,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법입니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인연이죠. 말로만 하는 아름다운 인연이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이번에 공동체학교를 찾아가서 60여 분의 스승을 만나고 왔습니다.” 라며 크게 웃는다.

 

지난 11월 1일(목)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9시부터 열린 세계순례대회의 시작은 4대 종교의 지도자들과 김완주 전라북도 도지사, 전주시장, 김제시장, 완주군수 등의 지자체장들이 모여 총 240km인 600리를 걷는 순례대회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순례길은 각 종교의 역사적인 지역을 연계하는 길로 11일 순례포럼과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닫는마당까지 이어졌다.

 

11월 1일(목)에는 1코스인 한옥마을~송광사구간인 26.1km를 원불교 전북교구장인 고원선 교무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소태산 대종사를 기억하며’린 부제를 달고 있다. 11월 2일(금)에는 2코스 송광사~천호구간으로 27.1km 에 달한다. 금산사 회주인 도영 큰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벽암대사를 기억하며’라고 부제를 달았다

 

가수 김태원이 스님짜장을 볶고 있다(위) 빼마 친조르(Pema Chinjor) 티베트망명정부 종교문화부장관도 함께 짜장을 볶으면서 즐거워하고(아래)

 

11월 3일(토)에 걷는 3코스는 천호~나바위 구간으로 24.1km 달하며 천주교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총무인 이영춘신부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김대건 신부를 기억하며’라고 했으며, 4일 째인 11월 4일(일)에는 4코스인 나바위~미륵사지까지 23.6km를 이상원 길 매니아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허 균을 기억하며’로 테마를 잡았다.

 

11월 5일(월)에는 5코스인 미륵사지~초남이 구간 25.5km 걸었으며, 원광대 나종우 교수와 지광 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주왕을 기억하며’란 부제를 달았고, 11월 6일(화)의 6코스는 초남이~금산사로 25.9km에 달한다. 이 구간은 백남운 목사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진표율사를 기억하며’이다.

 

11월 7일(수)에 걸은 7코스는 금산사~수류의 14.5km의 순례길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7대 교구장인 원행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처영대사를 기억하며’ 란 주제를 갖고 있다. 11월 8일(목)에는 8코스인 수류에서 모악산까지 21.2km의 걷기구간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이었다.

 

 11월 10일 전주 승암산(치명자산) 광장에 모인 순례단(위) 김태원과 4대종교지도자들이 순례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아래)

 

11월 9일(금)에는 9코스 인모악산에서 전주 한옥마을까지 27.5km를 전주지역 장로교 연합회장인 박진구 목사와 천주교 전주교구장인 이병호 주교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선교사들을 기억하며’라고 하였다. 11월 10일(토)에는 어울림 큰마당인 순례 음악회로 꾸몄는데, 승암산(혹은 치명자산) 광장에서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부활의 김태원 등도 함께한 순례길

 

10일 승암산(치명자산) 광장에는 그동안 걸어 온 순례길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날은 종교지도자들이 순례를 한 사람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의식도 함께 하였으며, ‘사람실은 스님짜장’으로 500여명의 순례단이 점심을 들었다.

 

 순례단의 발을 씻기는 원행스님(위)와 한 종교지도자가 김태원의 발을 씻기고 있다(아래)

 

아침 일찍 승암산 광장에는 차일을 치고, 짜장면을 볶을 솥을 걸었다. 짜장을 볶을 때는 순례대회에 참가한 빼마 친조르(Pema Chinjor) 티베트망명정부 종교문화부장관도 함께 짜장을 볶으면서 즐거워하기도. 부활의 김태원도 김이 무럭무럭 나는 짜장을 볶기도 해, 기자들의 열띤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이 순례길에 참가를 했다는 이아무개(여, 42세 전주)는 이 날 행사가 정말 즐겁다고 한다.

 

“정말 이렇게 모든 종교를 망라하는 순례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전라북도는 모든 종교의 소통창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10일 동안 240km를 걸으면서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즐거웠지만, 오늘 이렇게 스님짜장을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늘 이런 축제 때마다 함께 해 주시는 여러분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순례기간 중 4회에 걸쳐서 1,200명 정도에게 짜장봉사를 한 운천스님(남원 선원사 주지)은

 

“이리저리 다니느라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활의 김태원과 티베트의 장관까지 함께 동참을 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역시 봉사란 것은 강요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남을 위한다는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세계순례대회. 1만 여명이 넘는 순례객이 이 길을 걸었으며, 4대 종교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감싸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세계순례대회의 대장정은 11월 11일 전북도청에서 가진 ‘세계순례포럼’를 끝으로 막을 내렸으며, 이 자리에는 김완주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이병호 주교, 박진구 목사, 원행 스님, 고원선 교무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달 26일 구미공단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로 인해,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가 황폐화가 되었다. 아직도 300여명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로 옮겨 다니면서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농작물의 면적은 212헥타르, 인명 피해는 사망 5명에 23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정부에서는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를 했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은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봉산리 주민들은 농토가 불산으로 오염이 되었는데, 내년 농사는 어떻게 지을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낸다. 더욱 23일 환경부는 피해지역에서 불산에 노출된 3,997마리의 동물을 ‘일괄폐기처분’한다고 발표해,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황폐화 된 마을, 보기만 해도 처참해

 

구미시 임천리와 봉산리로 들어가는 주변의 농작물은 다 말라 처참하게 변해있었다. 논이며 포도와 같은 과실도 말라비틀어져 있고, 잘 익어가던 고추는 그대로 붉게 말라죽어버렸다. 논이며 밭 등 여기저기에는 붉은 현수막에 ‘불산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식용불가’라고 쓴 글씨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의 대기오염측정차량의 모습이, 이곳이 아직도 안전하지가 않은 듯하여 걱정스럽다. 임천리에서 만난 주민이라는 어르신 한 분은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며

 

“도대체 이렇게 땅이 다 오염이 되고 사람이 죽어나갔는데도, 내년에 여기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은 온전한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옮겨갈 수가 없습니다. 말이 괜찮다고 하지만, 그 누가 그런 말을 믿겠습니까?” 라고 한다.

 

 

 

짜장스님 불산피해 지역에서 봉사

 

얼마 전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이 전화를 거셨다. 부산에 들렸다가 올라오시면서 구미 불산피해 지역을 들려오셨단다. 마을회관 등에서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따듯한 짜장면이라도 대접을 하고 싶다는 것.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들어가기를 꺼려한다면서, 당신이라도 그분들에게 따듯한 음식을 대접해야겠다는 것이다.

 

10월 28일(일), 아침 일찍 선원사를 떠난 봉사단 일행은 4시간여를 달려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청소년수련원에 도착을 했다. 가는 길에 차장으로 보이는 마을은 그야말로 사람이 살 수가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 다 타버린 논이며 밭은 푸른색이 보이지 않는다. 논이며 밭, 과실나무들도 모두 벌겋게 타서 죽어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일까? 임천리 청소년수련원에 모이신 분들은 200여명 정도. 그분들에게 ‘스님짜장’을 봉사하기 위해, 봉사단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봉산리는 조리를 할 수 있게 준비가 되지 않아, 수련원에서 짜장을 볶아 밥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봉산리에서 짜장밥을 드신 주민들은 100명 정도의 인원이다.

 

두 마을을 돌면서 짜장면과 밥의 봉사를 마친 운천스님은 잠시 휴식을 하면서

 

“무책임한 실수가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한 끼라도 이분들에게 따듯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것을 해드리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짜장면과 밥뿐이라 안타깝습니다. 얼른 이분들이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 가실 수 있기를 매일 간구하겠습니다.”라고 한다.

 

 

 

황폐가 된 들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정작 피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온다. 아마도 몇 날은 그 타버린 농작물이며 붉은 현수막이 아른거릴 듯하다. 언제나 이분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으려는지.

‘사랑실은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 참 억세게도 전국을 돌아다니신다. 가는 곳마다 인기 만점인 이 스님, 혹 나중에 대권 도전을 하실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농담이지만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시는데, 혹 누가 알리요. 아마도 지금 대권에 참가를 하셔도 꼴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이젠 유명한 스님이 되셨다.

 

짜장스님인 운천스님은 천년 고찰인 남원 선원사의 주지스님이시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천스님’이라고 알기보다는, ‘짜장스님‘으로 더 잘 통한다. 늘 짜장면 봉사를 다니시기 때문이다. 더운 날은 짜장면이 상하기 쉬워, 잠시 주춤하셨다.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다시 봉사가 시작되었다.

 

 

 

짜장봉사 쉽지는 않은데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스님이 남들을 위해 베푼 짜장면의 그릇 수가 3만 그릇이 넘는다. 한 그릇에 4,000원이라고 계산을 해보아도, 1억 2천만 원 어치를 봉사를 한 셈이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봉사를 할 때마다 따라간 봉사단원들의 인건비를 계산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 그리고 많은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먹는 것일 테죠. 생각해 보세요 배가 고픈 사람들이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저희가 다니는 곳 중에는 군부대도 있고, 먹고사는데 있어서 굶주리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고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죠. 그 분들에게 찾아가 짜장면 한 그릇을 드실 수 있도록 한다면, 작은 행복을 맛보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쉽지 않은 봉사인데도 불구하고, 일 년에 50회 정도의 봉사를 한다. 많은 달은 한 달에 10회 이상을 봉사를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죠. 저야 그렇다고 쳐도 봉사단들은 정말 힘듭니다. 그렇다고 돈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죠.”

 

이제 짜장봉사는 일상이라는 스님

 

9월 22일, 전라남도 순천시 북정 2길 20에 소재한 순천북초등학교 강당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순천시 라이온즈 클럽 등이 주관하는 경로잔치에 많은 어르신들이 모이셨다. 이 자리에서 짜장봉사를 하시기 위해 일찍 순천으로 향한 짜장스님과 봉사단. 커다란 가마솥을 차에서 내려 짜장을 볶느라 부산하다.

 

 

 

강당 무대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공연도 마련되었다. 모처럼 이런 행사에 참석을 하신 어르신들은 마냥 즐겁다고 하신다. 들통에 짜장을 담아 어르신들께 배식을 하는 짜장스님은 땀을 흘리시면서 열심히 나누어드린다.

 

“고기도 안들어 갔는데 정말 맛있구먼.”

 

어르신들의 그 한 마디에 쌓인 피로가 가신다고 한다. 500명 쯤 모이신 어르신들은 그렇게 강당 바닥에 발을 펴고 앉아 짜장밥을 드셨다.

 

“스님이 절에서 불경을 외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급식을 하는 것도 좋은 공양구죠. 이제 짜장봉사는 저의 일상입니다. 그리고 다 많은 분들께 해 드릴 수 있도록 해야죠. 가을이 되었으니 이제 돼지감자도 열심히 캐야 합니다.”

 

 

 

짜장스님이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돼지감자를 캐는 것은, 그것으로 차를 만들어 파시기 위해서이다. 그 돼지감자를 판돈으로 짜장봉사를 다니신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늘 부족하다. 그래도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스님은 밥차가 한 대 있었으면 더 많은 분들께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하신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께 짜장봉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함께 나누는 것보다 좋은 공덕은 없으니까요”

혜민스님은 미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출가를 해 스님이 되셨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한 마디로 잘 나가는 대기업에 있다가, 환경운동가로 돌아서 수원시장이 되었다. 두 사람 다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6월 10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시 팔달구에 소재한 화성박물관 야외무대. 특이한 경력을 가진 염시장과 혜민스님이 대한불교청년회 회원 600여명과 조우를 했다.

 

이 자리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대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청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 행사는 대한불교청년회 창립 92주년 기념으로 열린 ‘정조의 꿈, 孝 문화강국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전국불교청년대회로 열렸다.

 

 

환경운동을 한 시장과 하버드대를 나온 수재 스님의 조우

 

11시가 넘어서면서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랐다.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흐른다. 야외무대 주변에는 나무들이 있다고 하나, 바람 한 점이 없는 날이다. 종이모자로 겨우 햇볕을 가렸다고는 하지만, 흐르는 땀을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이다. 패널로 초대가 된 혜민스님이나 염태영 수원시장 두 인물이, 결코 평탄치 않은 세상을 살아왔기에 할 이야기도 많은 듯하다.

 

“저는 경제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별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막내 동생이 대학이 졸업하고 난 뒤 환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막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돈벌이를 하겠다고 생각을 했기에, 남들이 좋은 직장이라는 것을 떨치고 나온 것이죠. 그 후 10년 동안 급여 없는 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 당시 여러분들이 조금 전에 지나 온 매향교서부터 지동교까지 복개를 한 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면서 반대운동을 펼친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었고, 제가 시장이 된 후로는 수원천 살리기와 남수문 복원 등을 이루어내게 되었습니다. 남수문은 두 번의 홍수로 피해를 입은 지 90년 만에 복원을 하였죠. 여러분들의 역사와 비슷합니다.”

 

수원을 찾은 대한불교청년회 회원들과의 대화를 하는 염태영수원시장(좌)과 혜민스님(가운데)

 

염태영 수원시장의 말에 대한불교청년회(이하 대불청) 회원들은 박수로 환호를 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받은 혜민스님은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곳이다. 딴 나라에서는 그 사람의 능력을 갖고 평가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를 제일 먼저 물어본다. 그 사람의 실력하고는 관계없이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를 더 중시한다. 이런 풍토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들도 외로움을 느끼는가?

 

사회자의 질문에 염태영수원시장은 ‘당연히 외로움을 느낀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연과 함께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친구들과 아울려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에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화성발물관 야외무대에서 패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대불청 회원들

 

“행정이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시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마음 같아서는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도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행정입니다. 그럴 때 제 마음과는 달리 서운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는 참 외롭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라는 대답이다.

 

외롭지 않는냐는 질문에 대해 혜민스님은

 

“내가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했을 때, 나는 그런 뜻으로 하지 않았는데 그 말을 곡해하는 경우가 있다. 일을 잘 하려고 했던 것을 갖고 시기하고 질투를 하는 경우를 만나면 참 외롭다는 것을 느낀다. 그럴 때 나는 우리 마음에 있는 울분을 삭히는 법을 먼저 터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억울하고 힘이 들 때는 친구들과 대화를 한다. 친구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대화의 상대이다. 내가 억울한 사정을 가장 잘 들어주면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동지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보면 외롭다는 것은, 결국 내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불필요한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한 시간 여의 패널로 초청된 염태영수원시장과 혜민스님에 대한 공통적인 질문이 끝나고, 대불청 회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회원은 ‘가진자들에 대한 횡포로 인해 정신공해를 당했는데, 이럴 때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 질문에 대해

 

“시민들의 표를 언어서 당선된 시장도 일종의 권력자이다, 하지만 정치인과 행정가는 다르다.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시장의 권력은 중앙에서 나누어 준 1%의 힘 밖에는 없다. 그런데 행정을 하는 시장은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나는 주민들과 ‘느티나무 밑 대화’를 많이 한다. 그리고 늘 찾아다니면서 행정을 펼친다. 시민들의 사연을 듣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시장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기에 시장에게 권력을 대해 이야기를 하라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헤민스님의 대답은 수행자이기 때문에 염태영시장의 대답과는 달랐다.

 

“나만 피해를 당하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피해를 입게 된다. 그렇다고 상대방만 원망하고 미워한다면, 결국 그 피해를 보는 쪽 역시 나이다. 하기에 먼저 내가 왜 피해를 보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그 다음에 나를 스스로 변화시켜야만 한다. 그것이 권력 앞에서 내가 그래도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시간 정도의 대화를 마친 후 염태영수원시장은 대불청 회원들에게 수원을 자주 찾아줄 것을 부탁 한 뒤, 남원에서부터 새벽길을 나서 짜장봉사를 하러 온 사랑실은 짜장 운천스님’에게 고생이 많다면 위로의 말을 남겼다. 운천스님 또한 수원출신으로 후배이기 때문에 더 반갑다고 기념촬영까지 함께 했다. 스님짜장을 먹고 있던 한 회원은

 

 

짜장면을 먹기위해 늘어선 줄과, 염태영수원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운천스님 

 

“오늘 참으로 감명 깊은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인구 110만의 자치단체를 이끄는 시장님이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는가 하면, 많은 법문으로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신 혜민스님과 같은 자리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감사한다. 무엇보다 남원서부터 수원까지 짜장봉사를 와 주신 운천스님과, 선원사 신도님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