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을 과시하는 기사 분, 아픈 기억이

 

요즈음은 어르신들의 연세에 대해 늘 생각을 하게 된다. 수원 지동의 한 경로당에 가면 어르신이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65세라는 연령도 꽤 대우를 받았지만, 지금은 70세도 청춘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래서인가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리들이 상당히 높다.

 

며칠 전인가. 시청에 볼일이 있어 택시를 탔다. 시청까지 간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 기사 분을 뵈니 연세가 상당히 드신 듯하다. 요즈음 들어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여성들이 운전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서인가 특별히 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사 분이 먼저 말을 걸어 온다.

 

 

내 나이 78세인데 아직 청춘이지

 

오늘은 그래도 날이 좀 풀려서 다행이긴 하네요.”

그러게요 올 겨울은 참 유난히도 추운듯합니다

이나저나 벌써 두 시가 넘었는데 큰일이네 아직 4만원도 못 올렸으니

 

하루에 회사에 입금을 시키는 금액이 16만원이 넘는다고 하신다. 그런데 아직 4만원 밖에 못 올렸다고 하는 기사 분. 그 시간까지 아침도 드시지 못했다고 하신다. 아무리 그래도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아침도 드시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해서 어떻게 운전을 하세요?”

어차피 늦었으니 이제 아침 겸 점심으로 때워야지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이제 78세인데 청춘이지 머

 

 

그렇게 청춘이라고 강조를 하시는 어르신. 나이가 먹어 딱히 할 일이 없어 택시가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취직을 하려고 이력서만 60통 이상을 쓰셨다는 것이다. 겨우 들어간 택시회사. 이틀 일하고 하루 쉬시지 않느냐고 하자, 한 달 계속 일을 하신다고 하신다.

 

난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일을 하지. 남들처럼 이교대로 하면 이것저것 힘이 들어. 그래서 혼자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해

 

그래서 아플 수가 없다고 하신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시는 까닭이라도 있으신가 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쉽게 물을 수가 없다.

 

IMF에 찾아 온 아픔, 얼굴엔 그늘이

 

나도 한 때는 종업원을 60명이나 거느리고 있던 회사를 운영했지. 그러다가 IMF 때 그만 회사가 절단이 나고 말았어. 그 때 중풍이 와서 쓰러졌거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운전을 하세요?”

병을 고치려고 전국을 돌면서 무지 애를 썼지. 지금은 건강해. 점심시간이나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반드시 운동을 하거든. 아직도 팔굽혀펴기 30번에, 윗몸 일으키기 50번은 거뜬하거든. 그것이 내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기도 하고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지켜 가신다고 하신다. 집에 가족들이 안계시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없으시다. 아픈 사연이 있으신 것을 참고, 그렇게 운전을 하시면서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이신가 보다.

 

지금은 건강에는 문제가 없으시죠?”

그럼, 아플 수도 없어. 아파서 쉬려면 하루 입금액을 내고 쉬어야 해. 그래서 난 아프면 절대로 안 돼

너무 무리를 하시면 안 좋을 텐데요?”

그래도 내가 우리 회사 60명 기사 중에서는 항상 일등이야. 그 정도면 청춘 아닌가?”

 

 

끝까지 춘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어르신. 아마도 당신 스스로가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이 위로가 되시는 듯도 하다. 그래도 아직 이렇게 건강하게 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반성해 본다. 과연 나는 이 어르신처럼 그 나이까지 활동을 할 수 있을 가를.

 

차에서 내리면서 어르신께 위로의 말씀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스스로 청춘이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식사는 꼭 제 때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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