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한 분이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노을빛 전망대’를 아직 한 번도 올라가 보지 못했단다. 마침 종탑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지동 벽화길 총 감독인 유순혜 작가가, 종탑에 화성 축성도 작업을 하고 있어 연락을 하고 찾아갔다. 거대한 손 그림인 화성 축성도는 9월에나 완성이 될 것 같다고 한다.

 

무리하게 밤을 새워 작업을 하느라 감기기운도 있다고 하니, 속으로 하루 빨리 완성되기만을 기다렸던 나도 죄스런 마음이 든다. 그것을 일일이 손 그림으로 그려야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일에 신경을 쓰다가 보니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어 시일만 늦어진다고 한다.

 

 

벽화 길을 돌아 본 후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벽화 골목도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내를 자청해 벽화골목으로 들어섰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답게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가면서 돌아본다. 제일교회 주변에 그려진 2012년의 골목에 이어, 2013년에 그려질 골목도 일일이 안내를 해주었다.

 

그리고 2011년에 그려진 창룡문 인근의 골목길을 돌아본 후, 화성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화성의 안으로는 몇 번인가 돌아보았지만, 밖으로 걷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화성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걷다가 보니, 목줄이 풀어진 개 한 마리가 온통 여기저기를 파대며 난리를 치는 모습이 보인다.

 

그저 걸을 때는 몰랐다. 그런데 무엇인가 희끗희끗한 것들이 널려있다. 누군가 휴지를 버린 듯하다. 그리고 빈 물병이며 개똥까지. 잔디를 잘 조성한 여기저기에 수도 없이 쓰레기와 담배꽁초, 마시고 남은 음료의 페트병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있다. 그것도 한 두 곳이 아니다.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부터 남수문까지 여기저기 쉽게 너저분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해

 

매일 이 길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근처에 사는 주민들인 듯한 사람들이 이곳에 개를 끌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 태반은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동행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기다가 개들은 야외에 나오면 변을 보게 되는데, 배변봉투도 지참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화성 바깥 길(창룡문에서 남수문까지)이 온통 개똥들이 즐비하다. 일부러 개가 변을 볼 때쯤이면 데리고 나오는 것은 아닌지. 얼마 전에는 관광객 한 사람이 개똥을 밟았다며, 몹시 불쾌해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내가 키우는 애견이라고 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개를 키울 자격이나 있는 것인지.

 

 

사적지 안에 개를 끌고 들어와

 

요즈음은 집집마다 애견을 키운다. 하지만 애견이란 그야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뿐이다.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성은 수원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이요 사적이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해서 연무대 안까지 개를 끌고 들어오는, 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이 수원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부끄럽다.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서까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올 초 1박2일이 끝난 후 화성과 수원을 찾는 외지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 중에는 정말 문화재에 대해 각별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사적 안에 누가 개를 끌고 들어옵니까? 여기 검표원들은 개를 끌고 사적지 안을 활보를 해도 단속도 안합니까?”

 

연무대 안으로 개를 끌고 들어 온 사람을 보고 관광객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사적지 안에는 개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하지만 까막눈인지, 아니면 보아도 못 본체 하는 것이지 모르겠다. 올해는 생태교통 등으로 인해 많은 외국인들까지 수원을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수원시민으로서 좀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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