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블로거’라는 용어가 생소한 듯하기도 하다. 사실 블로거들이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그 전문성을 인정하기도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같이 블로그의 추세가 일상다반사나 연예 쪽으로 많이 치중을 하다보면, 글을 쓰는 블로거들이 그 방향으로 글의 소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포스팅을 하는 분야는 문화 쪽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문화가 아닌 전통문화 부분이고, 그 중에서도 문화재에 많은 양을 할애한다. 아무래도 전국을 다니면서 문화재답사를 하다가보니, 그 방향으로 설정이 된 것만 같다. 답사를 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이런 일 저런 일도 올릴 경우가 있다 보니, 나 역시 가끔은 일상다반사 부분으로 분류가 되는 날도 있다. 하지만 난 고집스럽게 문화블로거임을 강조하고 싶다.

삼성궁으로 오르는 길. 단풍이 물든 암벽 길을 걷는다.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는 여행

티스토리에서 <김천령의 바람흔적>을 운영하는 천령님과는 꽤 오랫동안 만남을 가졌다. 이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그만큼 자주 만나기도 한다. 가끔은 함께 답사를 하는 일도 있는 터라, 이런저런 취향을 서로가 알게 된 듯하다. 천령님은 다 알고 있듯 여행블로거이다. 아우지만 늘 그 사진들을 보면서 부럽게만 느껴진다.

10월 22일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리는 ‘술잔전’에서 만난 또 한 사람의 지기인 ‘지우재 김원주’님은 블로그를 운영하시지만, 자주 글을 올리지는 않는다. 이 셋이 언제부터인가 의형제가 되어버렸다. 전혀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만나기만 하면 술로 날을 새우기 일쑤이니, 주변에서는 정말 부러운 형제라고 까지 할 정도이다.

굴을 지나며. 좌측이 여행블로가 김천령님. 우측이 도예가인 김원주님이다.
 
셋이서 하루를 보낸 뒤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을 들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우재는 이 삼성궁에서 오랜 시간 생활을 한 탓에, 천제를 지내니 꼭 참석을 해보자고 권유로 인해서다. 전날 지리산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난 뒤, 아침에 지리산으로 향했다. 전날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지를 않는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오른 삼성궁이다.

여행블로거는 무엇을 담나?

비옷을 하나씩 구해 입고 빗길을 걸어 삼성궁으로 향한다. 비속에서 만나는 단풍이 그 빛깔이 더욱 붉은 듯하다. 작은 폭포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나와 천령님의 사진을 찍는 곳이 영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필요로 찍는 곳은 천령님은 거의 찍지를 않는다. 천령님이 열심히 찍고 있는 곳을 보면 나에게는 그렇게 열심히 찍고 들여다보고를 반복할 만한 곳이 아니다.

솟대인 돌탑.

전날 구례 연곡사에 가서도 느낀 바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진 촬영을 한다. 나는 문화재 하나를 보면 그 조각 부분까지 세세하게 촬영을 한다. 부도탑 하나를 찍는데 거의 70~80장 가까운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 그러나 천령님은 두 세장 찍을 뿐이다. 딴 것으로 이동을 하면서 천령님이 그렇게 많은 양을 찍어대는데 나는 한 장도 찍지를 않는다.

바로 전문블로거의 모습이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을 강조하다가 보니, 서로가 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전혀 다르다.

“형님은 오늘 공쳤네요. 천제 하나만 겨우 건졌네요, 여기까지 힘들에 올라와서”
“그러게 말이다. 그 시간에 문화재를 찍었으면 글 10개는 쓸 수 있었을 텐데”
“저는 오늘 많이 건졌습니다. 오늘의 답사는 나를 위한 것 같네요”

돌길을 걷고 있는 김원주님. 빗길을 걸어 삼성궁으로 올랐다. 단풍이 타는 듯하다.

웃고는 있지만 내심 속이 상하다. 좀 더 많은 글 소재를 갖고 내려갔으면 좋았을 것을. 현장답사는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는 것이다. 1박이나 2박 정도를 하면, 몇 십 만원이 훌쩍 날아간다. 그렇다 보니 한번 나가면 하나라도 더 찍어야하는 것이 문화블로거의 욕심이다.

여행전문블로거인 김천령님과 함께 떠난 답사길.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찍어 온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이 뿌듯하다. 좋은 형제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녀 온 여행이기 때문이다. 서로 알려주고 기다려주면서 다녀 온 이번 답사길에서, 어느 분야나 현장을 다니는 블로거들의 쉽지 않은 내력을 본다.

“아우님, 담부터는 글 하나하나 더 열심히 보아 주마”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