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의 전통 화장실은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고, 사람에게서 배출되는 변을 그대로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기술을 가진 최첨단 화장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대변과 소변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수세식으로 내보내는 화장실을 고발합니다.”

 

15일 오후 1시부터 수원시 팔달구 소재 수원화성박물관 AV실에서는 신개념 화장실 문화와 기술이라는 주제로 국제 컨포런스가 열렸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지속가능한 물관리연구센터(소장 한무영)우리나라 전통의 화장실 기술’ , ‘유럽의 화장실 역사’ , ‘페르시안의 화장실’ , ‘친환경화장실 기업들의 기술소개등의 주제의 강의가 실시되었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가 주최하고 환경부와 세계화장실협회, ()미스터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국제컨퍼런스는, 주거지역에서의 저배출 자원순환 기술을 통해서 생활 속에서 나오는 배출물을 줄이고 자원화하여 지속가능한 환경문제 해결을 원천적인 곳에서 시작하자는 취지로 준비됐다.

 

 

다양한 변과 화장실의 이용방법 등 소개

 

이 날 발표는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의 우리나라 전통의 화장실 기술과 문화로 시작하여, 독일의 Dr. Haiko Pieplow ‘유럽의 화장실 역사’, 그리고 이어서 독일 베르린 공대의 Dr. Joachim Zeisel독일의 화장실 최신기술동향 및 전망등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잠시 휴식을 가진 컨퍼런스는 오후 330분에 재개가 되었다.

서울대 김재영 교수의 ‘CROSS 개요에 이어 ()미스터토일렛 심재덕기념사업회 이원형 국장의 화장실 문화운동의 경과 및 전망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화장실연구소 조의현 소장의 화장실의 법칙등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란에서 온 Shervin페르시안의 화장실4개사의 화장실 절수기업 기술소개도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을 고발한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물을 많이 잡아먹는 수세식 화장실을 고발한다면서 고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수세식 화장실은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합니다. 수세식 변기가 하루에 90리터 정도의 물을 사용합니다. 또한 깨끗한 물을 더럽히기도 하고요. 수세식화장실에 사용하는 물이 깨끗한 물로, 물 부족 사태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죠. 그 뿐만 아니라 수세식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오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수관과 탱크 등의 건설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합니다.”라면서

 

똥은 곧 돈인데 돈을 버리고 있습니다. 대소변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버려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대소변을 정화시키기 위해 에너지가 부족한나라에서 전기 사용을 많이 합니다. 제일 문제는 자기가 만든 변을 남이 치우게 만든다는 것입니다.”라면서 수세식 화장실의 고발 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이런 화장실이 있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335번지에 있는 김원주(, 53)의 집에는 두 곳의 변소가 있다. 이 변소는 모두 집 밖에 마련되어 있으며 판자로 지어졌다. 얼핏 생각하면 변소에 들어서면 지독한 악취가 날 것으로 생각을 하겠지만,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변을 보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 소변과 대변이 분리가 되도록 하였다.

 

플라스틱 통을 잘라 앞부분에 대어 소변은 그곳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정확하게 각도 조절까지 해놓았다. 대변을 보면 밑으로 떨어지는데, 대변을 받는 용기와 소변을 받는 용기가 구분되어 있다. 소변은 통으로 받아 밭에 사용을 하고, 대변은 손수레로 떨어져 그대로 옮겨 갈 수가 있다.

 

 

변소 안에는 재와 쌀겨가 준비되어 있다. 변을 보고나면 쌀겨와 재를 뿌려주면 된다. 휴지는 통에 담아 그런 불순물들이 변과 섞이지 않도록 하였다. 여름이면 풀을 그 위에 덮어주기도 하고. 효소를 뿌려 변이 자연적인 퇴비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 변을 유기농비료로 이용해 밭에 뿌려준다.

 

지난 해 뒤편의 밭에서 수확한 각종 야채 등은 일체 화학비료를 주지 않아, 그대로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이 집은 음식도 주변에서 자라나는 무공해 나물 등을 그대로 이용한 음식으로 사람들을 대접한다. 이 시대에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신개념 화장실을 벌써 사용하고 있는 집이다. 이 집에 가서 마음대로 밭에 들어가 유기농비료로 잘 자란 야채 등을 솎아 먹는 재미 또한 일품이다.

속이 비어버린 서낭나무 아래 부부가 나란히 섰다. 합장을 하고 난 뒤 남편은 무릎을 꿇고 부인은 잔에 술을 따른다. 그리고 맨 땅에서 삼배를 한다. 서낭할머니에게 드리는 마지막 예를 올리는 것이다.

 

여주시 북내면 상교리 335번지에는 화가 부부가 산다. 남편도 부인도 모두 화가이다. 하지만 생활을 하기 위해 남편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장작가마에 구워내는 도자기의 색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위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자기를 구워 팔아도 생활이 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생활자기를 만들라고 조언을 해보지만, 굳건히 자신의 길을 지켜간다.

 

단종이 울며 지나던 길 가에 선 서낭나무

 

이 부부가 사는 집은 상교리 중에서는 맨 끝 집이다. 이 집을 해우재라고 부른다. 해우재는 남편인 김원주(54)의 호이다. 아래채는 도자기 전시관과 손님맞이 방으로 사용을 한다. 20여 년 전 부부는 어린아이 하나를 데리고 이곳에 정착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 터전을 내리면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삶이 이 부부가 우리 것들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집에서 흙길을 따라 뒤편으로 돌아가면 여주 고달사지로 나가는 길이다.

 

그 길가 구부러진 곳에 6.25 한국동란 때 폭탄이 떨어져 한 편이 잘려나간 고목이 한 그루 서 있다. 속은 텅 비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늘 잎을 달고 있다. 이 나무가 바로 서낭할머니로 불리는 나무이다. 나무의 밑동으로 보아 수령이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다. 이 나무가 서 있는 길은, 예전 단종임금이 노산군으로 강등이 되어 울면서 영월로 향하던 소로 길이라고 한다.

 

 

이포에서 배를 내린 단종임금은 지금 여주시 대신면 상구리에 소재한 블로헤런 CC 안에 자리한 어수정에서 목을 축인 후, 북내면 소재 고달사지 곁을 지나 이 좁고 낮은 고개를 넘어 서원리로 행했다는 것이다. 그 때도 이 서낭나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고속도로 공사로 나무를 자른다고

 

이곳이 제2영동고속도로 부지로 들어갔단다. 13일 이른 시간부터 굉음을 내는 중장비들이 일대를 시끄럽게 만든다. 전날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들을 하느라 늦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른 시간부터 중장비 소음이 잠을 깨운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집이 울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밖으로 나가보니 7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주변에 중장비들이 여기저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서낭할머니 나무는 상교리 주민들이 위하는 나무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김원주 부부가 사는 집에 사시던 할머니 한 분이 이 서낭나무를 지극히 위했다고. 하지만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반이 잘려나간 후 마을의 섬김이 끊어진 듯하다. 서낭나무 뒤편에는 옛날 제를 올리던 제단 터의 흔적이 보인다.

 

우여~ 서낭할머니 이제 떠나신다.

 

이제 고속도로 공사로 인해 이 서낭할머니 나무가 잘려나간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제를 올렸다고 하지만, 이 부부의 마음은 아직도 편치 않은 듯하다. 그 서낭할머니 나무에 대해 늘 마음속으로 정성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은 후 빗방울이 떨어진다. 막걸리 한 통과 북어 한 마리를 들고 서낭나무를 찾아갔다.

 

 

마침 이 집에 모임 때문에 들린 스님 한 분이, 서낭할머니께 마지막 축원을 해준다고 자청을 한다. 막걸리를 따르고 삼배를 한 후, 스님의 독경이 시작되었다. 서낭할머니를 마음속으로 떠나보내는 절차이다. 폭탄을 맞고도 살아남은 서낭할머니는 고속도로로 인해 댕강 잘리게 되었다.

 

스님의 독경이 끝 난 후 막걸리 잔을 손에 든 김원주의 피 토하는 소리가 즘골을 울린다. 통곡의 소리이다. 일제 때는 문화말살 정책으로, 그리고 그 뒤에는 우상이라고 떠들어 대는 광신도들에 의해, 그리고 새마을운동 때 무수히 잘려나간 서낭나무들이다. 이제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잘려나갈 상교리 즘골 서낭할머니. 마지막으로 막걸리를 늙은 나뭇가지 위로 냅다 쏟아낸다.

 

서낭 할머니 편히 가시오. 아무쪼록 무지한 것들이 할머니의 몸을 잘라도, 사고나 없게 해주시오.”

 

매년 정기적으로 모여 밤을 새우며 즐기던 이들은 자칭 '달빛파'이다. 달이 뜨면 웃고 떠들면 마시기 시작해 달이 질 때까지 마시는 사람들이다. 5명 중 막내인 진주 동생이 사정이 생겨 해를 건너 산수유나무 아래서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화두는 단연 힐링이다. 할링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Heal)은 고치다, 낫다를 말하는데, 이를 동명사화하여 힐링(Healing)으로 사용한다. 즉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힐링 뮤직이나 힐링 댄스 등도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거나 춤을 추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가장 효과가 빠른 힐링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힐링 뮤직이나 힐링 댄스를 추고, 자연 속에서 좋은 길을 걷는다고 해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상통하지 못하고, 그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지 못한다고 하면 힐링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해 스스로 자연인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자연의 상을 마련했다. 상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땅두릅, 머우 등 각종 나물들이 푸짐하다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이 바로 힐링

 

세상에 사람들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의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보면 알 수가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주변에 정말 신의가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의리가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하면, 그 사람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사람들의 관계가 정말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이고, 서로가 이해하는 그런 사이인가는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주변에 단 2명만 있어도,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서로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돈 생고기가 숯불 위에 놓여졌다. 오랜만에 만난 막내에게 먹이기 위해 낮에 잡은 생고기를 공수한 것이다  


 

산수유가 노랗게 피는 날 만나기로 한 다섯 사람. 하지만 살다가 보면 각자가 하는 일이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날짜를 잡아 만나기가 수월치가 않다. 하지만 지난 12일 경남 진주와 강원도 고성, 그리고 수원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로 모였다. 산수유가 이미 퍼져버렸지만, 그래도 산수유 꽃이 지기 전에 약속대로 만난 것이다.

 

그저 세상이 즐거운 사람들.

 

이 다섯 사람은 여주에 사는 부부를 빼놓고는 모두 남남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호칭이 형, 동생, 혹은 오라버니, 누님이다. 그렇게 한 가족처럼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느 누가 아파하면 다 같이 그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쁜 일도 있어도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를 해 줄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일 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각자가 모이기 전에 장을 보아온다는 것이다. 그 장보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을 준비한다. 그러다가 보니 이들 모임은 항상 푸짐한 먹거리가 준비가 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비싼 음식도 아니다. 서로가 정성을 다해 준비를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누구는 마트 등을 이용하지만, 집에 있는 것들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보니 만날 때마다 많은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 대식가들도 아니지만 그저 만나면 즐거움이 넘친다. 별 이야기가 아닌 것을 갖고도 웃고 떠들면서 난리들을 친다. 남들은 이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힌다. 그만큼 이들을 독특한 개성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다.

 

 

술잔에 조팝나무 꽃을 따다가 넣어준다. 그리고 동동 띄운 얼음속에도 꽃이 숨어있다. 이들이 지연을 즐기는 방법이다. 


 

자연인들이 자연에서 자연을 만나다.

 

여주에 모일 때는 음식이 모두 자연이다.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각종 나물들을 한 상 차려낸다. 시간이 되면 직접 산행을 해서 얻어 낸 음식도 준비한다. 그리고 각자가 갖고 온 맛있는 음식도 곁들인다. 상은 늘 푸짐하다.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바로 힐링이 아닐까? 더구나 조금 쌀쌀하긴 해도 모닥불을 피워놓고 공기 좋은 야외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던가?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조팝나무 꽃 잎을 술잔에 넣어준다. 그리고 내온 얼음에도 꽃이 있다. 그 역시 자연이다. 좋은 자연의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좋은 음식. 최고의 힐링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만나기만 해도 즐거운 사람들. 헤어질 때는 늘 서운함이 앞서지만, 또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즐겁다고들 한다. 진주에서 올라 온 막내가 오랜만에 자리를 함꼐 해 더 즐거운 만남의 자리. 자연에서 자연을 만난 자리이다.

 

23, 참 세월에 살 같다고 하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23일 동안 웃고 떠들고 세상을 조금 나무라기도 하며 지냈다. 일 년에 서너 번 이렇게 만나는 지우들이 있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하는 일 또한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만나고 나면 마치 형제인 듯 그리 지내는 사람들이다.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고 언제인가 의기투합이 되어 모임을 만들었다. 한 사람은 기자, 또 한사람은 화가와 도예가인 부부, 그리고 막내로 일컫는 사람은 대학에 근무를 한다. 그리고 남들이 모두 조합이 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님이다. 이렇게 5명이 만든 모음의 명칭도 재미있다. ‘달빛파란다. 무슨 조직인줄 알겠지만 이런 이름이 나온 연유도 재미있다.

 

 

남자는 모두 ’, 여자는

 

한 사람의 소개로 두 사람이 만났다. 세 명이 모여 거나하게 술이 취했다. 마침 휘영청 밝은 달이 논바닥에 모인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멋진 수염을 기른 도예가는 대학에 근무하는 아우에게 달을 따다 주겠다면 논으로 미끄러졌다. 얼마나 멋을 아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붙여진 이름이 바로 달빛파란다.

 

논에 빠진 사람은 논달’, 그리고 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고 애를 쓴 사람은 건달’, 절에 계신 스님이 산중에 있다고 해서 산달’, 또 한 사람은 항상 뒷골목을 누비며 돌아다닌다고 해서 뒷달이란다. 그리고 화가인 여자는 술잔에 걸린 해란다. 이 사람들의 모임은 일년에 한 번 지독하게 마셔대는 버릇이 있다.

 

 

막내가 빠진 모임, 그래도 즐겁다

 

이 모임은 세상 누구도 함께하면 벗어날 수가 없다. 그만큼 지독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대학에 있는 막내는 거리가 멀어 참석을 하지 못했다. 대신 여주에 산수유가 만개하는 날 모두가 함께 모이기로 약속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여주에 모인 일행은 그저 만나면 언제나 그렇듯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댄다.

 

딱히 어떤 주제도 없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리고 남들이 보면 저 사람들 왜 저러지할 정도로 웃고 떠들어댄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언제나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밥상머리에 둘러앉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술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요일 오후에 서울 홍익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토요일 술자리에서 부부의 아들과 전화를 하고 일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하루를 보낸다. 항상 그랬다. 모일 때마다 무슨 이유를 대서든지 하루를 더 연장을 한다. 주변 사람들조차 징그럽다고 할 정도로 마시고 먹어댄다. 그렇다고 무조건 마시고 먹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다들 잊지 않고 한다. 일을 해도 네일 내일이 없다. 여주에 사는 아우네 집에 누가 블루베리를 21주를 갖다 놓았다. 그것을 서울로 향하기 전에 모두 심어놓았다.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냉이며 달래도 캤다. 그리고 신촌역 인근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이 모임은 나이가 필요치 않다. 위아래도 없다. 그저 만나면 다 함께라는 생각만 갖는다.

 

그 자리에 새 얼굴이 함께했다. 달빛파 모임에 함께 하고 싶다는 홍익대 미대생이다. 만장일치로 환영을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먹고 마시며 즐긴 다음 다시 밤길을 달려 여주로 내려왔다. 그렇게 보낸 23일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은 그 만남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버리고 버스에 올라 돌아온다. 그리고는 내 일에 몰두를 하게 된다. 남들처럼 좋은 곳,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나도 세상이 이리 즐겁다.

 

사람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면 힐링을 한다고 한다. 힐링(Healing)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저런 일로 많은 상처를 받게 되거나, 아니면 편히 쉬지 못하고 많은 일을 하다가 보면 몸이 피곤하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 치유하는 힐링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마다 힐링을 하는 방법은 다르다. 누구는 공기 좋고 물 맑고 산세가 좋은 곳을 찾아가, 편안하게 하루를 쉰다고 한다. 또 누구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고도 한다. 힐링의 방법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데로 하는 것이다. 하기에 힐링 뮤직, 혹은 힐링 댄스 같은 것도 생겨났는가 보다.

 

 

나의 힐링은 산행과 답사

 

개인적으로 나의 힐링 방법은 문화재답사와 산행이다.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주말에 산행을 한다. 남들처럼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산행을 하면서 더덕이나 버섯, 산삼 이런 것들을 채취한다. 그렇게 채취한 것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주로 문화재 답사를 다닌다.

 

산은 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준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인간에게는 최고의 것이란 생각이다. 언제, 어느 계절에 산행을 해도 빈손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다만 하나라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여주에 있는 아우네 집으로 찾아간다. 거기서 좋은 사람들과 술도 한 잔 나누면서 산행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게 산에 올라 땀을 흘리는 것이 무슨 힐링이 되는냐고 한다. 하지만 힐링이란 내 몸과 마음의 치유라면 한다면, 산을 타면서 많은 땀을 흘려 몸 안에 독소를 내보내고, 거기다가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의 평안까지 얻는다고 하면, 그보다 좋은 힐링이 어디 있겠는가?

 

즐기면서 휴일에 오른 산행

 

3일은 개천절이라 휴일이다. 생태교통이 끝나고 나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차에, 산을 가자고 누군가 이야기를 한다. 3일 아침 수원시청에서 지인 3명과 함께 여주로 행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가는 길이니 조급할 것이 없다. 한 시간 반이 걸려 여주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내를 건너 오른 산. 그 산길에 산밤이 떨어져 지천에 깔려있다. 그것을 줍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네 사람이 여기저기 떨어진 밤을 주워 비닐봉지에 담은 것만도, 족히 몇 되는 되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과의 차 한 잔

 

사실은 이맘때쯤 나온다는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갔지만, 저마다 송이버섯은 구경도 못하고 영지버섯을 몇 개씩 채취했다. 그것도 얼마나 즐거움인가?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산을 타면서 흘리는 땀과 좋은 공기, 그리고 숲에서 받을 수 있는 기운. 이런 것들을 함께 다 얻어올 수 있으니,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듯하다.

 

 

오전 산행을 마치고 아우가 끓여준 라면을 한 그릇씩 먹은 후,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올 여름 내린 비로 인해 길도 사라지고 온 산이 엉망이 되었다. 그런 곳을 다니다가 보면 힘이 두 배로 든다. 그래도 산이 좋아 올라왔으니 두 시간 이상을 돌아다녔나 보다. 딴 때 비해 소득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산이 주는 좋은 것을 들고 왔으니 이 이상의 행복이 어디 있으랴.

 

나만의 힐링 방법인 산행. 그곳에서 얻어진 것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 그런 것들이 있어 세상살이가 즐겁다. 산행을 마치고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가는 나무 밑에 앉아 마시는 따듯한 차 한 잔. 그 안에 좋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어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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