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튀김 백 원어치만 주세요.”

여기 있다

“10원 만 깎아주세요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8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지동 110-10번지에 소재한 지동경로당 아래 사무실을 둔 수원기동순찰대 지동지구대(대장 박경숙) 사무실.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튀기고, 삶고, 찌고,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한참 기름에 튀김을 만들면서 말을 주고받으며 웃는 소리가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무엇을 그렇게 만드세요?”

홀몸 어르신들께 전해드릴 반찬을 만들고 있어요.”

몇 분이나 해 드리세요?”

“30분 정도에게 전해드릴 반찬예요

 

기동순찰대라고 해서 방범순찰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고 이렇게 반찬까지 만들고 있다니. 마침 이 자리에 지동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박경숙 대장은 알게 모르게 자치위원장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가족과 같은 지동지구대 사람들

 

반찬을 만들면서 웃고 떠들고. 무슨 잔치집과 같은 분위기이다. 남에게 봉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참 달라도 너무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동 방범기동순찰대는 20055월에, 8명의 대원으로 시작을 했다. 현재는 26명의 순찰대원과 31명의 지리봉사단이 함께 한다. 이들은 매주 521:00~01:00 지역 내에서 방범활동을 하고 있으며,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는 30여 명의 홀몸어르신들께 점심식사 및 밑반찬 제공을 하고 있다.

 

또한 매월 정기적으로 이, 미용 봉사 및 현장봉사를 하기도 한다. 지동 관내의 크고 작은 행사장에는 언제나 기동순찰대 제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대원들이 나와서, 장내정리 및 교통정리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만큼 지동의 자치단체 중 가장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 분들은 모두 가족과 같아요. 부부가 함께 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지동에 사시다가 포천으로 이사를 가신 분도 있는데, 오늘도 그 먼 길을 달려와 저렇게 봉사를 하시고 계신 분도 있어요.” 자리에 동행을 한 지동주민센터 김인배 총괄팀장의 말이다.

 

이 반찬이 어버이날 특식이라고?

 

8일은 어버이날이다. 원래 봉사는 금요일에 하는 것이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하루 전에 반찬을 만들고 있단다. 그런데 그 반찬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런 반찬은 그저 홀몸어르신들께 만들어 드리는 것이 아니고 흡사 요리 집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묵은지 갈비찜, 김치, 마늘멸치볶음, 거기다가 튀김과 감자볶음, 그리고 양주에서 잡아왔다고 하는 붕어와 향어찜도 곁들였다.

 

김치는 매번 드리지는 못하고요, 한 달에 한번만 드리고 있어요.” 열심히 통에 김치를 담으면서 한 대원이 하는 말이다.

지동 순찰대는 여느 순찰대와는 달라요. 아마 기동순찰대 중에서 이렇게 많은 봉사를 하는 곳은 전국에서 우리 지동이 최고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원 모두가 봉사를 즐겨하는 분들이라 이런 반찬 봉사도 가능한 것 같아요. 지동의 자랑이죠.” 표영섭 지치위원장의 말이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부모님들을 모시 듯 열심을 내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봉사란 즐거운 마음에서 행할 때 진정한 봉사라는 생각을 한다. 어버이날에 만난 봉사현장. 대원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아직도 오륜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어버이날이 되면 생각나는 옛 소리 하나가 있다. 예전 대전KBS에서 방송생활을 할 때 대전과 충남을 돌아다니면서 옛 소리를 채록해, 라디오 생방송을 할 때이다. 공주시 신풍면 백룡리에 거주하시던 강갑수(, 채록당시 80. 1988)어르신께서 들려주신 오륜가(五倫歌)’라는 소리였다.

 

'오륜가(五倫歌)'는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자식이 부모에게 해야 할 도리가 낱낱이 적혀있다. 이 오륜가는 어버이날만 되면 생각이 난다. 그리고는 한 평생 부모님들에게 제대로 효도 한 번 하지 못한 것을 늘 후회하게 만든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소리였다.

 

 

7~8세에 서당에서 배웠다는 소리

 

강갑수 어르신은 당시 마을회관에서 이 소리를 해주셨다. 어릴 때인 7~8세 때 서당에서 배우셨다는 이 오륜가를 연세가 그렇게 되셨는데도, 일일이 기억하고 계셨다. 거의 30분 가까운 시간을 오륜가를 읊어주시던 어르신. 아마 이 소리를 일찍 들었다고 한다면, 조금은 불효애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천지만물 생길적에 귀한것이 사람이라

무엇으로 귀하던고 오륜행실 그뿐이라

오륜자도 의미하면 천지중에 참례하고

오륜지도 모르며는 금수인들 비할소냐

부자유친 으뜸이요 군신유의 버금이라

안에들면 부부유별 밖에나가 붕우유신

형제간에 우애하면 장유유서 자연하니

다섯가지 하는일이 옛글에도 분명하다

조목조목 말씀하여 사람마다 일깨우세

 

강갑수 어르신의 이 오륜가는 이렇게 서두를 끄집어 낸 뒤, 부모님들이 자식사랑이 이어진다. 아마 수십 년 가까이 전국을 돌면서 만난 많은 옛 소리 가운데, 이렇게 사설로써 가치 있는 소리를 더 이상 들어보지 못하였다.

 

 

부모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이곳향당 아희들아 부자유친 들어보세

천지간에 중하기는 부모밖에 더있으랴

부모은혜 생각하니 태산이 가볍도다

아버님이 낳으시고 어머님이 기르시니

모태십삭 해임할때 신비하기 그지없다

 

목욕감겨 누일적에 금옥같이 다룬다네

한번울면 염려하여 쓸어보고 만져보고

진자리에 부모눕고 마른자리 골라뉘여

우울까 염려하고 배고플까 근심하네

홍진마마 가려낼때 부모마음 어떻드냐

음식이 맛이 없고 한 잠을 못이루어

천지에도 빌어보고 의술에도 의탁하여

주야정천 한마음이 아이에만 맺혀있어

병세만약 위독하면 인촌간장 다녹는다

 

 

어르신의 이 오륜가를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파왔는지 모른다. 이 소리를 듣고 있을 때는, 이미 부모님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신 뒤였다. 그래서 이 소리가 더 가슴을 후벼 팠는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 수가 없고 세상을 바라다 볼 낯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뒤로는 부모님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얼마나 정성을 쏟으며 많은 노력을 하는지, 구절구절 부모님의 마음이 이어진다. 공부를 시키고, 좋은 의복을 입히며, 좋은 것을 먼저 자식에게 먹이는 부모마음. 성혼이라도 할라치면 좋은 배필을 구해주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고생을 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글 안에 녹아있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이 오륜가를 다시금 생각해 내는 것은, 이 날만 되면 지난 옛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참으로 부모님들의 속을 무던히 썩이던 인사였기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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