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폭설로 답사가 중단되었다.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제 전북 지역은 많은 눈이 내렸다는 전갈을 받고 서둘렀는데도, 결국엔 답사를 중단하고야 말았다. 이번 답사에서는 마애불을 답사하기 위해 몇 날을 벼르고 떠났지만, 산 속에 있는 마애불을 찾아가기에는 역부족인 날씨다.

충북 진천지역을 돌아보다가 보니, 아침도 먹지를 않았다. 진천군 이월면으로 길을 잡아 돌고 있는데, 길에 ‘양푼이 생태’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갑자기 시장기가 돈다. ‘양푼이 생태찌개’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 515-1, 이월 산내들 아파트 옆에 자리한 식당은, 가정집을 식당으로 꾸민 집이다.



밑반찬을 보고 음식을 말하지 말라

안으로 들어가 식사가 되느냐고 했더니, 추운데 어서 들어오라고 한다. 그냥 평범한 가정집을 방으로 꾸미고 식탁을 늘어놓았다. 안에는 한 사람도 없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어서야 어찌하랴. 상 앞에 앉으니 밑반찬을 갖다 놓는다. 그런데 이 밑반찬이라는 것이, 파래김, 겉절이 김치, 감자볶음, 깻잎, 그리고 콩자반이 다이다.

이 정도 반찬을 주려고 그렇게 도로가에 현수막을 걸어 놓은 것일까? 내심 실망이다. 잠시 후 안주인이 휴대용 렌지를 갖다 놓더니 위에 양푼을 올려놓는다. 그 안에 생태와 두부, 파 등으로 요리를 한 것이 보인다. 아하! 이렇게 양푼에 생태찌개를 끓여주기 때문에, 이름이 양푼이 생태였는가 보다.




잠시 후 보글거리고 찌개가 끓는다. 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는데, 웬만한 것은 다 맛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국을 답사를 하면서 입맛 깨나 까다로운 나이기 때문이다. 한참 찌개가 끓는데 또 양푼을 하나 들고 들어온다. 그 안에 갓 지은 밥이 있다. 찌개도, 밥도 모두 양푼에 하는 집이다.

그 맛 한 번 일품일세!

찌개를 떠서 잔 그릇에 담아 한 입 먹어본다. 시원하다. 밑반찬 맛을 본다. 생각 외로 깔끔하다. 분위기기 그저 집에서 밥상을 받은 것만 같다. 반참이 별로없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집에서 먹는 기분이 난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양푼에는 찌개도 별로 남지 않았다. 그만큼 입맛을 당긴다. 배도 고프고 지치고 허기도 졌지만, 그보다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밥을 다 먹을 때쯤 또 양푼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밥을 푸고 난 것을 끓인 누룽지다. 별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저 마음 편하게 해주는 밥상이다. 매번 돌아다니다가 보니, 이런 밥상이 오히려 정겹다. 거기다가 맛까지 깔끔하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오랜 답사 길에서 먹어본 음식 중 순위를 먹인다면 당연히 위에 둘만한 집이다.

난 음식전문가가 아니다. 맛집 블로거도 아니다. 그러나 눈발에 멈춰진 답사의 허전함을 달래기에 충분한 맛이다. 거기다가 주인들의 빠른 손놀림이 더욱 고맙다. 음식을 오래 기다리는 것은, 정말 그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포식을 하고 나와서인가, 잠시 눈이 그친 틈을 이용해 또 몇 곳을 돌아보았다. 앙푼이 찌개의 덕이려니.


양푼이 찌개 :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 515-1
가격 : 대(4~5인) 40,000원, 중(3~4인) 30,000원, 소(2인)20,000원
특징 : 양푼이 찌개집의 음식은 오직 생태찌개뿐.
전화 : (043)537-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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