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마치 거북 한 마리가 납작 엎드린 형상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반구대는 선사시대의 유적인 국보 제285호 암각화가 있으며,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물을 필요로 했다. 그러다가 보니 자연 물이 있는 곳에서 생활을 했을 것이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는 맑은 대곡천이 흐르고 있어, 이곳 주변에 터전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는 길은 쉽지가 않았다. 큰 길에서 이정표가 여기저기 걸려있는 것이 오히려 길을 찾는데 방해가 되었다고 하면, 어쭙잖은 갈 찾기 실력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암각화는 큰 길에서 좁은 마을길로 들어가, 차 한 대가 겨우 지날만한 철도 위로 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2차선 도로로 정비를 잘 해놓았는데, 정작 입구는 찾기가 난해하다.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안내판사진 전사)

반구대 암각화 가는 길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져 있다는 대곡천 변에 암벽을 찾아가는 길은, 600m 정도를 걸어야 한다. 처음 입구에서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간다면, 100m 정도를 줄일 수가 있다. 하지만 도로가 좁아 입구 정자가 있는 곳에 차를 대놓고, 천천히 풍광을 즐기기로 했다. 그 안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은 짜증스럽기도 하다.


습지에 놓인 목책다리를 건너면 대나무 숲이 나온다. 600m 정도를 걸으면 암각화를 만날 수가 있다.

습지 위로 놓은 목책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길. 다리를 건너니 대밭이다. 푸른빛을 띤 대나무들이 가을바람에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심호흡을 하며 흙길을 걷는다. 오랜만에 대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냄새를 맡아본다. 대나무 숲이 끝나는 곳에 문화재 안내판이 서있다. 반가움에 달려가 보니, 울산시 문화재자료 제13호로 지정된 대곡리 공룡발자국화석이다.

안으로 들어가 하천가를 보니 커다란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그곳에 움푹 파인 발자국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어떤 것이 공룡발자국인지 표시라도 해두었다면, 여행자의 좁은 안목을 탓하지는 않았을 것을. 이 일대에 난 발자국들은 약 1억 년 전쯤 전기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공룡발자국이라는 것이다.


울산시 문화재자료인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는 바위
 
암각화를 그리며 바삐 걸어간 길

국보를 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꼭 국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들려보고 싶었던 곳이던가. 걸음을 재촉해 숲길을 따라 들어간다. 그 안쪽 대곡천이 폭 넓게 흐르는 곳에 안내판이 걸려있다. 대곡리 991번지에 해당한다는 이곳의 건너편에 암각화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 변의 절벽에 약 290여 점의 암각화가 새겨져 있으며, 이곳에는 바다와 육지동물, 사냥과 포경장면 등이 비교적 사실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동물은 고래, 거북, 물고기, 가마우지 등을 그렸고, 육지동물은 사슴, 호랑이, 멧돼지, 여우, 늑대, 너구리 등을 그렸다고 한다.


반구대는 거북이가 엎드린 형상의 바위가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주변 경치가 절경이다. 건너편에 암각화가 그려져 있는 바위벽이 보인다(아래)

더구나 암각화에 표현된 배와 작살, 부구 등을 이용하여 고래를 잡는 포경장면은 울산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 반구대 암각화는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포경유적일 뿐만 아니라, 북태평양의 독특한 선사시대 해양문화를 담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암각화, 사람 없는 안내소

암각화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세 대가 설치가 되어있는데, 사람들이 많아 기다려야만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망원경이라도 준비를 해 올 것을. 한참이나 기다린 끝에 망원경을 건너편 암벽에 대고 이리저리 맞추어 본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암각화의 형태는 찾을 수가 없다. 겨우 그림 한 두 개가 수면에 걸려 있을 뿐이다.

도대체 290여 개나 된다는 암각화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날인데도 안내소는 사람의 기척조차 없다.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안내를 받을 수도 없다니 이래저래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꼬마 하나가 철책에 걸린 표지하나를 뒤집는다. ‘물이 차서 암각화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이런 일이 있나. 차라리 들어오는 입구에 이런 안내판 하나를 걸어두었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들뜨지는 않았을 것을. 암각화를 찾는다고 뒤에서 재촉하는 것도 무시한 채, 이리저리 망원경을 돌리느라 마음만 탔던 것을. 내 건너 저 편 절벽에 그토록 대단한 국보를 두고 돌아서야 한다니.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 두고 먼 길이라도 떠나가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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