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답사를 하다가 보면 가슴 아픈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어느 곳은 안내판이 다 지워져 글을 알아보기 힘든 것도 있고, 아예 안내판조차 서 있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문화재의 훼손과 온통 문화재에 낙서로 도배를 한 곳들도 보인다. 주변은 잡풀이 우거지고 길이 없어진 곳도 여러 곳 보았다.

이렇게 문화재에 대해 수많은 훼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종교적인 괴리에서 오는 것도 있겠으나 관리 소홀도 묵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화재란 그것이 어느 부류에 속하든 간에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세계적으로 문화 상품을 개발하여 막대한 소득창출을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추세이다. 그런데 있는 것조차도 이용을 하지 못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소중한 보물 앞에 세운 안내비석이 쪼개져 있다.

쪼개진 안내비석, 누구의 소행일까?

구례 연곡사는 문화재가 많은 곳이다. 국보와 보물을 소유한 사찰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연곡사 답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촬영을 하다가, 보물 제154호인 소요대사부도를 보려고 앞으로 갔다. 대개 문화재에는 안내판 외에 돌로 만든 안내비석을 하나 세워 놓는다. 앞에는 국보나 보물인지 등 문화재의 명칭을 적고, 뒷면에는 국보나 보물 등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은 ‘대한민국(大韓民國)' 이라 적는다.

대한민국이라는 붉은 글씨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 문화재의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지방 문화재인 경우에는 전라북도 지정은 뒷면에 당연히 ‘전라북도(全羅北道)’라고 붉은 글씨로 음각을 하고, 경기도에서는 ‘경기도(京畿道)’라고 음각을 해서 세워 놓는다. 물론 설명을 한 안내판은 따로 세워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소요대사 부도 앞에 세운 비석이 동강이가 난체 나뒹굴고 있다. 비석의 아래가 절단이 되어 나뒹굴고 있는 안내비석. 도대체 누가 어떤 것으로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깨져서 땅에 널브러진 비석에는 붉은 글씨로 쓴 ‘대한민국’이란 글씨가 보인다. 그것을 보는 순간 울화가 치민다.

국가에서 지정한 소중한 문화재임을 알리는 안내비석을 무슨 이유로 이렇게 동강이를 내었을까? 자빠져 있는 비석의 글씨가 우리 문화재의 현실을 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강 개발을 한다고 소중한 마애불에 구멍을 내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는데 또 이런 참담한 몰골을 보아야만 하다니.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일까?

도대체 이 나라의 사람들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부족한 것일까? 자빠져 있는 대한민국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이 단단한 돌이 저절로 쪼개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서 있는 부도의 안내비석을 훼손을 할 사람이라면 문화재인들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쪼개지고 자빠진 대한민국, 어쩌면 이것이 우리 문화재를 보는 많은 사람들의 사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 시대에 누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앉고 반성들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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