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것은 혼자 매표소를 지키다가 보니, 생리현상을 제대로 해결할 수가 없다는 점일 거예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하루에 두 번 정도 밖에는 가지 않아요. 자리를 비운 사이에 관람객들이 관람권을 구하러 오거나, 화성에 대해 묻기라도 하려고 찾아왔는데 사람이 없으면 불편하니까요”

 

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 건너편 성곽 밑에 작은 임시건물이 하나 있다. ‘화성관람매표소’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이 작은 기와구조물이, 바로 김숙희씨가 근무를 하는 화성관람매표소이다. 사실 이 매표소는 화성의 6곳의 매표소 중에서는 가장 한적한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표를 구할 때라야 60여장 정도라고 한다.

 

 

관람객이 적다고 쉬운 일은 아니다

 

김숙희씨가 수원문화재단에서 일을 한지는 이제 5년째라고 한다. 원래 고향은 경남 거창이지만, 결혼을 하고나서 수원에 정착했다는 것.

 

“이제 저는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치고는 아직 햇병아리예요. 오래 되신 분들은 10년이 넘은 분들도 계세요. 저희는 매표소와 행궁, 안내소 등을 돌아가면서 3개월씩 근무를 하기 때문에, 꼭 어디가 편하고 어디는 힘들고 하는 것은 없어요. 저도 8월까지 이곳에 있다가 또 딴 곳으로 가서 근무를 하게 되니까요”

 

화홍문 매표소는 하루에 이용객이 가장 적다고 한다. 이곳은 화성열차를 승차하는 곳도 아니고, 딴 곳처럼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디나 똑 같다고 한다.

 

 

“아침에 9시에 근무지로 나오면 오후 6시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죠. 전에는 둘이 근무를 했는데, 지금은 혼자라서 밥을 먹거나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하죠. 또 관람객들이 이곳으로 돌아오면 검표도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출입문을 열어놓고 있어야 해요”

 

시비를 거는 관람객의 의사도 존중해야 해

 

아무래도 매표소에서 혼자 감당을 하다가 보면, 이러저런 일로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명씩 시비조로 이야기를 하는 관람객들이라고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 보통 두 명 꼴은 시비를 거는 분들이 계세요. 이곳은 화성열차를 하차는 할 수 있어도 승차는 하지 못하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마구잡이로 승차를 하겠다는 분도 있고요. 표를 구입하지 않고 관람을 하겠다는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도 나름대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라 할 수는 없는 일이죠. 그 중에는 존중해야 할 의사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지 않는 곳이라 낫다는 것이다. 연무대매표소나 장안문매표소, 행궁 등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

 

“그곳에 근무하는 동료들은 정말 많이 힘들어요. 올 해 1박 2일이 끝나고 나서 행궁 매표소 같은 곳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엄청나게 밀려드는 관람객들로 인해 몇 사람이 달라붙어도 힘이 들었으니까요. 장안문이나 연무대는 1박 2일 촬영지라고 간판을 놓았는데 여기는 그런 표시가 없으니, 사람들이 이곳에서도 촬영을 했느냐고 물어보시죠. 화홍문에서도 퀴즈도 내고 그랬는데, 안내판이 없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어디에 근무하던 지 최선을 다할 터.

 

1박 2일이 끝나고 난 뒤 그렇게 밀려들던 관람객들도 지금은 소강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는 것. 매표소 앞에 있는 상점에서도 1박 2일 이후 정말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 이후 조금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날이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한지를 모르겠어요. 그러나 제가 어느 곳에 근무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것보다는 제 일을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죠. 요즈음은 ‘생태교통 수원2013’ 때문에 가이드 분들이 많은 질문을 해요. 행궁 주차장이 사용을 할 수 없다는데, 어디에 차를 대느냐고요. 아직 저희들은 지침을 받은 것이 없어서 설명을 잘 해드릴 수가 없어 죄송하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김숙희씨. 수원 화성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늘 미소로 대한다는 그녀로 인해, 화성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이 행복해 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장실을 홍보하는 여인, 이연숙팀장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186-3에 소재한 해우재. ‘근심을 푼다라는 뜻을 가진 해우소에서 이름을 딴 해우재는,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집이었다. 20071111일 완공된 해우재는, 2009년 유족들이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유지에 따라 수원시에 기증하였다. 2010년 수원시는 해우재를 화장실 문화전시관으로 전환하였고, 지난 해 화장실 문화공원으로 개장한 바 있다. 327일 해우재를 찾아 화장실을 홍보하는 여인이연숙 팀장을 만났다.

 

사람들이 저희 해우재에 들리시면 먼저 웃기부터 하십니다. 입구에 있는 응가하는 소년을 보고요. 그리고 해우재 안으로 들어오면 더 많은 웃음을 웃죠. 어머니들은 조형물에 아이를 먼저 올려 보내려고 다투기도 하십니다. 정말 재미있는 일이죠.”

 

 

()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의 기회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이연숙(, 38) 팀장의 말이다. 이연숙 팀장은 20101030일 해우재가 처음으로 개관을 할 때, 해우재에 서 지금의 홍보팀장의 자리로 함께했다. 이연숙 팀장이 하는 일은 전시운영과 행사기획, 홍보 등이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단체로 들어오면 친절하게 안내도 맡아한다.

 

안내를 하는 방법도 색달라

 

이연숙 팀장이 안내를 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하고 기업이나 공무원들이 단체로 왔을 때, 판에 박은 설명을 하면 안 된다는 것.

 

저는 일반인들이나 아이들이 오면 걸리버 여행기를 보았느냐고 먼저 물어보죠. 그리고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나라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변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모두 신기해하죠.”

 

이연숙 팀장의 안내를 받은 사람들은 상대에 맞추어 안내를 하기 때문에 지루하지가 않아서 좋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대방의 눈높이를 맞춘 안내라는 것. 기업이나 공무원들이 단체로 방문을 할 때면 화장실 문화운동의 메카 해우재를 찾아주셔서 고맙다. 여러분들은 지금 세계 최초의 화장실을 소재로 한 문화공간을 둘러보고 계시다.’ 등의 이야기를 한다고.

 

자신이 근무하는 해우재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그리고 이곳에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대단하다.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그동안 어떤 행사를 했느냐고 묻자. 지난 해 개관 2년을 맞아 유치부와 초등부의 ''을 주제로 한 그림대회를 열어, 그 중에 수상작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20여명의 해우재 어린이기자단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해우재 어린이 기자증과 볼펜 등을 줍니다. 이번에는 기자수첩도 준비했어요. 어린이 기자들이 공중화장실 등을 다니면서 나름대로 느낀 점을 기사로 올리고는 하죠. 그런 것이 깨끗한 화장실 가꾸기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54일에 제 3기 해우재 어린이기자단의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란다. 올해는 수원관내의 100여 개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5~6학년의 학생 중에서 신청을 받아, 25명 정도를 기자로 임명할 예정이란다. 55일에는 작음악회 등 어린이 날 행사를 갖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내년에는 심재덕 전 수원시장님이 타계를 하신지 5년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매년 114일에 하던 시장님의 추모식을 좀 큰 행사로 할 생각입니다. 음악회와 화장실에 대한 학술대회도 열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미정이지만 화성박물관을 이용한 특별전도 열어볼까 합니다.”

 

아직 2% 부족한 문화공간, 더 많은 것이 필요해

 

아직은 화장실문화공원 해우재가 조금은 부족한 듯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해우재 안이 비좁아,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가 없어서 답답해한다고 한다.

 

문화센터가 꼭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러 이유에서죠. 저희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합니다. 그저 뛰고, 웃고, 즐기다가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배변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험을 하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되죠. 교육을 위한 체험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센터가 생기게 되면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올 테고, 그러다가 보면 해우재가 관광과 교육, 연구, 산업 등으로 저절로 연계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해우재는 변기처럼 생긴 조형물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아야 그렇게 보이죠. 지금은 해우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는 합니다. 해우재 곁에 전망대처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조형물을 하나 세웠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지적을 하시죠.”

 

사람들에게 해우재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 하는 이연숙 팀장. 아마도 끝없는 발전을 위한 욕심이 있어, 이곳에서 근무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을 하는가 보다. 화장실을 홍보하는 여인 이연숙 팀장. 그녀가 있어 해우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즐겁단다.

출장을 나가면서, 그만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놓은 채로 나와 버렸다. 기차를 타고나서야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정신머리하고는 참. 이나저나 일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려면 전화를 해야 하는데,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중간에서 아우를 만나 함께 동행을 했으니, 우선은 아우전화를 사용하는 수밖에.

그런데 요즈음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전화는 우선 받지를 않는가보다. 전화번호가 다르니 받지를 않는다. 몇 번을 계속 전화를 해야만 겨우 전화를 받아준다. 그만큼 쓸데없는 전화들이 걸려온다는 뜻이다. 하루에도 설문조사니 머니해서 오는 전화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 쪽이 편하기는 하다.

 

전화로 알아보는 정보, 없으니 답답해

요즈음은 휴대전화로 많은 정보를 알아볼 수가 있다. 고속도로의 정체는 물론, 문화재 답사를 하거나 길을 찾을 때도 전화를 이용한다. 아우의 전화는 길 안내는 되지만, 어디가 얼마나 막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상당히 막히는 것 만 같다. 얼마나 막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고속도로 상에 전광판에는 20km정도가 정체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 길을 벗어나 딴 길을 택했는데도, 막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휴대폰이 있으면 고속도로의 실시간 운행을 볼 수 있는 정보가 있는데도, 전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다행히 많이 돌아다녀본지라 대충은 차량의 흐름으로 짐작을 해 목적지로 가는 수밖에.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가면서 이용을 해, 그래도 늦지 않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아마도 휴대전화가 있었다고 한다면, 더 빨리 도착을 했을 것이다.

답사 길에서 느끼는 답답함, 바보가 되어버린 나

답사를 한다고 길을 나섰다. 요즈음은 휴대전화들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가, 공중전화도 눈에 띠질 않는다. 연락을 해야 하는데 참으로 답답하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화를 빌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겨우 공중전화를 찾아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은 사람들이 전화나 내비게이션 등 기계에 의존하는 것이 많다. 하기에 사람들은 머리를 쓰지 않는다고 누군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고속도로가 심하게 정체가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길을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길을 벗어나면 길 자체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전화 없이 보낸 48시간. 한 마디로 세상과 격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아마도 나 스스로도 이미 기계에 의존해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나 보다. 나는 절대 아니라고 늘 말을 해왔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나를 보며 스스로 놀란다.

그리고 그 기계가 내 생활 깊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어느 땐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바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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