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면 힐링을 한다고 한다. 힐링(Healing)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저런 일로 많은 상처를 받게 되거나, 아니면 편히 쉬지 못하고 많은 일을 하다가 보면 몸이 피곤하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 치유하는 힐링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마다 힐링을 하는 방법은 다르다. 누구는 공기 좋고 물 맑고 산세가 좋은 곳을 찾아가, 편안하게 하루를 쉰다고 한다. 또 누구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고도 한다. 힐링의 방법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데로 하는 것이다. 하기에 힐링 뮤직, 혹은 힐링 댄스 같은 것도 생겨났는가 보다.

 

 

나의 힐링은 산행과 답사

 

개인적으로 나의 힐링 방법은 문화재답사와 산행이다.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주말에 산행을 한다. 남들처럼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산행을 하면서 더덕이나 버섯, 산삼 이런 것들을 채취한다. 그렇게 채취한 것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주로 문화재 답사를 다닌다.

 

산은 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준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인간에게는 최고의 것이란 생각이다. 언제, 어느 계절에 산행을 해도 빈손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다만 하나라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서부터 가을까지는 여주에 있는 아우네 집으로 찾아간다. 거기서 좋은 사람들과 술도 한 잔 나누면서 산행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게 산에 올라 땀을 흘리는 것이 무슨 힐링이 되는냐고 한다. 하지만 힐링이란 내 몸과 마음의 치유라면 한다면, 산을 타면서 많은 땀을 흘려 몸 안에 독소를 내보내고, 거기다가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의 평안까지 얻는다고 하면, 그보다 좋은 힐링이 어디 있겠는가?

 

즐기면서 휴일에 오른 산행

 

3일은 개천절이라 휴일이다. 생태교통이 끝나고 나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차에, 산을 가자고 누군가 이야기를 한다. 3일 아침 수원시청에서 지인 3명과 함께 여주로 행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가는 길이니 조급할 것이 없다. 한 시간 반이 걸려 여주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내를 건너 오른 산. 그 산길에 산밤이 떨어져 지천에 깔려있다. 그것을 줍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네 사람이 여기저기 떨어진 밤을 주워 비닐봉지에 담은 것만도, 족히 몇 되는 되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과의 차 한 잔

 

사실은 이맘때쯤 나온다는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갔지만, 저마다 송이버섯은 구경도 못하고 영지버섯을 몇 개씩 채취했다. 그것도 얼마나 즐거움인가?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산을 타면서 흘리는 땀과 좋은 공기, 그리고 숲에서 받을 수 있는 기운. 이런 것들을 함께 다 얻어올 수 있으니,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듯하다.

 

 

오전 산행을 마치고 아우가 끓여준 라면을 한 그릇씩 먹은 후,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올 여름 내린 비로 인해 길도 사라지고 온 산이 엉망이 되었다. 그런 곳을 다니다가 보면 힘이 두 배로 든다. 그래도 산이 좋아 올라왔으니 두 시간 이상을 돌아다녔나 보다. 딴 때 비해 소득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산이 주는 좋은 것을 들고 왔으니 이 이상의 행복이 어디 있으랴.

 

나만의 힐링 방법인 산행. 그곳에서 얻어진 것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 그런 것들이 있어 세상살이가 즐겁다. 산행을 마치고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가는 나무 밑에 앉아 마시는 따듯한 차 한 잔. 그 안에 좋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어 더 즐겁다.

 

먼저 정말 죄송합니다. 혼자만 이렇게 살고 있어서요. 하지만 기회는 드릴 수 있습니다. 엊그제 6월 22일(토), 아우가 한 명 있습니다. 그저 아우가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형제입니다. 저희들은 나름 ‘달빛파’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모임 이름 이상하다고요. 아닙니다. 대충 이렇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달이 뜰 때부터 술자리가 시작되면 다음 날 달이 뜰 때까지 마시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때로는 2박 3일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모임에 막내가 있습니다. 머 대충 알고 계신분들도 있겠지만, 이 막내도 나름 유명한 블로거입니다. 이 막내가 형들을 보겠다고 여주로 온다고 합니다. 왜 하필이면 여주냐고요? 물 맑고 공기 좋고, 거기다가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있으니까요. 형들은 막내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를 고민합니다.

 

자연산 더덕백숙을 막내한테 먹이고 싶다

 

여주에 사는 아우와 상의를 했습니다. 사실은 우리 막내가 얼마 전에 큰 수술을 했습니다. 먹는 것도 조심하고 있는데,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주에 사는 아우가 자연산 더덕 백숙을 먹이자는 겁니다. 자연산 더덕을 캐자면 정말 힘들게 산을 타야합니다. 지금 부터는 사진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산 속에 들어가면 시원하냐고요? 천만예요. 습합니다. 땀이 나느냐고요? 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죽습니다. 등산로가 아니라 계곡을 따라 다니니까요. 더덕은 아무데나 나느냐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있는 곳에 있으니 거의 습한곳만 찾아다닙니다. 땀이 얼마나 흐르냐고요? 체험 해드릴 수 있습니다. 네 시간 동안 산행에서 캔 더덕이 바로 위에 있는 사진입니다. 향이 좋으냐고요. 1박 2일 신청하시고 여주로오세요. 빡쎄게 산 한 번 타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더덕백숙이 익을 동안 미리 본 상입니다. 그런데 저 야채 샐러드 보이니요? 양상추, 블루베리, 양파. 더덕잎 등 10가지가 넘는 순수 무공해 야채만 갖고 만든 샐러드입니다. 거기다가 옆에 딸린 것들요. 모두 여주에 사는 아우 내외가 농사를 짓거나 집 주변에서 채취한 것들입니다. 무공해냐고요? 당연하죠. 여주에 사는 아우는 일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료도 천연재료로 스스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오직하면 밭에 비료를 뿌리고 그 손을 닦지 않고 밥상으로 올까요. 그 정도로 자연입니다. 일주에 한 번 여주에 가는 이유요. 저도 자연이고 싶어서입니다.  

 


 

드디어 더덕백숙이 나왔습니다. 더덕 잎으로 부끄러운 곳을 대충 가린 저 닭. 정말 침 넘어가지 않습니까? 야채 샐러드를 함께 접시에 담았습니다. 이 정도 백숙이면 시중 가격으로 따지면 한 10만원은 됩니다. 정말 드시고 싶으신 이웃님들은 신청하세요. 언제나 1박 2일 힐링 가능합니다. '망설이면 평생 후회하고도 늦는다'는 명언입니다. 그리고 맨 아래 사진은 국물입니다. 더덕의 향이 그대로 솔솔 배어나오죠.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끼리만 이렇게 잘 먹고 살아서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더덕백숙을 하면서 지난번에는 엄나무 가지를 하나 넣었더니 맛이 별로였다는. 하지만 그것을 먹은 분들은 돌아가실 뻔 했습니다. 너무 맛있다고요. 저희들은 더덕 향이 별로여서 이번에는 더덕 왕창넣고, 거기다가 대추와 마늘만 넣었습니다. 그랬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이 맛요 안 먹어본 사람은 말하지 마세요. 정말 끝내줍니다. 향도 향이지만 닭의 육질이 거의 솜사탕 수준입니다. 닭 가슴살은 팍팍하죠, 천만예요 그냥 입안에서 녹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끼리만 이렇게 살아서.   

 

 

 

위 사진은 무엇이냐고요. 맨 위는 가지가 찢어지게 달린 블루베리 열매입니다. 여주에 사는 또 다른 아우가 갖다 심어 놓은 나무에 엄청 달렸습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아우가 비료 엄청 준 듯합니다. 그 비료 만드는데 저도 늘 일조를 하고 옵니다. 아시는 분은 대충 눈치를 치셨을 듯. 그리고 다음 사진은 아우네 집 채소밭입니다. 별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화학비료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못 미더우면 와 보세요. 맨 아래 사진은 전날 먹은 더덕 백숙 국물에 찹쌀 넣고 야채 넣고 끓인 찹쌀더덕죽입니다. 여주에 오시면 기본 제공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맨날 먹을 것만 보여드려서. 하지만 사람이 먹어야 사는 것 아닌가요?  사실은 저희끼리 이렇게 먹고살면서 딱 목에 걸리는 분이 있습니다. 막내와 한 집에 사는 분이죠. 막내가 큰 수술을 받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막내제수씨 때문입니다. 남편 주변에 참 껄쩍지근한 형들만 있다고 생각하면 막내한테 잘 하겠습니까? 그런데요 정말 막내제수씨 막내한테 잘 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더덕찹쌀 죽을 먹고 다시 산을 탔습니다.

 

왜냐고요? 이번에는 막내 제수씨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려고요. 전날 캐온 더덕 중에서 큰 놈 두 뿌리는 제수씨 몫으로 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만 갖고는 조금 부족한 듯해, 아침부터 오른 산행에서 산에서 채취한 산삼 두어 뿌리를 제수씨 몫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냉 국수로 했죠. 반찬도 간단하지 않나요?    

 

 

 

무슨사진? 저희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고 더덕백숙 먹는 곳입니다.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산수유 나무 그늘에 아우가 만든 평상에 모기장을 떡하니 펼쳐놓고, 쑥을 피워 모기향도 만들고, 앞 논에서는 개구리들이 합창을 하고, 바람은 솔솔 불고....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끼리만 이렇게 살아서요. 그런데요 정말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돈 많고 집 크고, 잘 먹고(잘 먹는 것이야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겠지만) 그래야 행복한 것일까요?

 

그런네 정말 저희들은 바보같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이 좀 부족해도 정이 넘치고, 남들처럼 비싼 고기는 먹지 못해도, 자연에서 캐온 것들로 상을 마련하고, 엄청 값나가는 양주 안마시고 패티병에 든 싼 맥주마셔도 좋습니다. 누가 더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재벌요? 마음에 재벌이 진정한 재벌이죠.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런 체험 필요 하신 분은 연락하세요. 딱 몇 분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어제 오후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아우 녀석이 세상을 떴다는...

재주가 아까운 녀석입니다. 그저 머리가 멍멍한 것이 참을 수가 없어서 퍼 마셨습니다.

 

“형, 나보다 오래 살아. 형은 성질이 개 같아서 죽어도 아무도 문상오지 않을 거야. 나라도 지켜주어야지”

 

아우 녀석이 술자리에서 한 말입니다.그러고 보니 아우와 술자리를 함께 한 것이 참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살기가 팍팍하다고 그저 세상을 그렇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또 다른 아우가 전화가 왔습니다. 한참 산에서 땀을 흘리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데.

 

 

“형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여주에 살고 있는 아우가 전화를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형이 그동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더라고요. 형수가 간병을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 보여요”

“아니 ○○이가 언제부터 그랬는데”

“근무지가 바뀌고부터 그런 듯해요”

 

평소부터 말이 없는 아우였다. 가끔 술이 취하면 자신을 못 가눌 정도로 퍼 마시곤 했지만, 더 이상의 실수는 하지 않았다. 그러던 아우 녀석이 갑자기 세상을 떴다는 문자를 받은 것이다. 입원을 해서 문병을 다녀왔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은 지가 채 3일이 되지 않았다.

 

하늘이 멍멍하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인가 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어떠한 일에도 가슴이 아파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아마 이 일이 세 번째인 듯하다. 한창 활발하게 일을 할 나이가 아닌가?

 

“요즈음 ○○형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 해요.”

“당연한 말 아니냐.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무엇을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평소 아우 녀석의 성질로 보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이미 심신이 피로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말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궁금해진다. 결국 수원 연화장 진달래실에 찾아가 그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아우야 정말 미안하다.

 

밤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퍼 마셨다.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 술을 많이 마시면 잊힐 줄 알았다. 그런데도 가슴이 더 아파온다. 미리 아우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전하지 못했다. 월요일에 가서 얼굴이라도 보아야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 월요일이 이렇게 가슴 미어지는 날이 될 줄을.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그 세상을 떠나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하지만 정말 아까운 사람이 있다. 그것도 이제 한창 일을 할 나이에 그렇게 떠나버렸다. 어제(2일), 가까운 지인과 만나 술을 한 잔 하다가, 도저히 날을 넘길 수가 없을 듯하다.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연화장으로 향했다.

 

그전에 아우 녀석의 친구가 연락을 했다. ‘형, 내일 오세요.’.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우의 얼굴이라도 보아야만 할 것 같다.

 

영정, 이게 뭐냐? 아우야. 내가 왜 너를 이렇게 만나야 되는 것이냐? 당분간은 이 아우 때문에 술에 젖어 살아야만 할 듯하다.

 

“미안하다 아우야. 생전에 너를 못 보아서.”

(사진은 인터넷 검색으로 빌려왔습니다. 그 중 가장 멋진 것으로요) 

형님, 다음 뷰 관계자와 무슨 관계있어요?”


아침나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아우녀석의 전화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아니 그러기 전에야 어째 다음 뷰 베스트가 몽땅 형님 글이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모르겠거든 가서 봐요 문화베스트 23개 글 중에 형님 글이 21개나 되네요.”

“설마, 이 사람아”

“참 안 믿어주네. 가서 보라니까요”

 


다음 뷰로 가서 문화베스트 글을 보았더니, 정말 아우 녀석의 말대로다. 순간 생각을 해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그러고 나서 참으로 마음이 착잡해진다. 문화면에 이렇게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래도 나름대로 꽤 많은 블로거들이 문화에 글을 송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문화에 대한 글을 안 쓰는 이유는?


이런 현상은 내가 글을 잘 써서는 아니다. 예전에는 나 역시 베스트에 선정되는 경우가 일 주일에 한 두 번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 그래도 나이 먹은 사람이 열심히 답사를 다니는 것이 안되 보였는지, 꽤 많이 베스트로 선정이 된다. 아마 하루도 안 거르고 송고를 하고 있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착잡한 마음이 든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레도 많은 분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글을 썼는데, 언제부터인가 문화에 송고되는 글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문화쪽에서 그래도 상위에 있던 블로거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옮겨갔다. 어느 분은 여행으로, 어느 분은 드라마로, 또 어느 분은 요리로.

 

 

예전에는 그 많던 문화 블로거님들이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딴 것은 몰라도 나와 같이 문화재나 전통문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일이 발품을 팔아 글을 써야한다. 바로 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답사를 하기가 수울하지가 않다. 우선은 물질적으로 많은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묵묵히 걷는 걸음, 이젠 버겁다


요즈음은 하루 종일 뷰에 송고된 글을 보아도, 하루에 불과 10여 편 정도의 문화재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또한 카테고리가 세분화 되다보니, 딴 종목으로 나누어진 탓도 있다. 누구 말마따나 돈도 안되는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경비를 써가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솔직히 버겁기도 하다.

 


술자리에 가면 가끔은 친구들이나 아우 녀석들이 한 마디씩 한다. “돈 안되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 문화재에 대한 글 집어치우지 그러냐?”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들의 말이 백번 옳다. 아무리 줄기차게 써보지만 몇 사람 찾아오지도 않는다. 문화재가 메인에 뜨는 일은 전혀 없다. 그러다가 보면 열심히 쓴 노력에 비해서는, 대가가 아예 없다고 보아야만 한다.


그런들 어쩌랴. 나하고의 약속인 것을. 걸음을 땔 수 있을 때까지는 답사를 하겠다고 했다. 한 사람이 찾아와도 글을 쓰겠다고 했다. 돈이 안되도 그만이라고 했다. 그저 날이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약속을 저버릴 수가 없다. 아마 다음 뷰 관계자들도 그것 때문에 베스트로 선정을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 나에게 욕심이 있다면, 더 많은 블로거님들이 우리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슬슬 지쳐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을 한다. 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답사를 하고 글을 올린다면, 그저 슬며시 빠져나가 술 한 잔 마시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여주에 있는 아우는 늘 바쁘다. 사람들이 찾아가면 그 바쁜 시간에도 반갑게 맞이하고, 그저 막걸리 한 잔이라도 나누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요즈음은 지난 해 심어 놓은 농작물을 수확하느라 땀을 빼고는 한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언제나 찾아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기에, 이 집을 가끔 블로그에 소개를 하고는 한다. 6월에 찾아가는 이 집은 정말 좋다. 말로만 좋은 것이 아니고, 주변의 모습들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넓은 평수에 초호화 주택을 좋다고 하겠지만, 그런 곳은 사람 사는 맛이 없다는 생각이다. 누구는 없는 자의 자기합리화라고도 하겠지만.

 

 

위는 황토로 된 아우의 전시실 '지우재'이다. 이 안에 방이 있어, 늘 그곳에서 쉬고는 한다. 아래는 전시실 앞에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이다. 그곳에는 어리연이 사람을 맞는다.

 

청개구리가 살고 어리연이 피는 집

 

지난주에 찾아갔을 때, 전시관 앞에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이 아침햇살에 활짝 피어있었다. 그런데 어리연 잎에 무엇인가가 움직인다. 가만히 보니 요즈음 보기 힘든 토종 개구리 몇 마리가 한가롭게 쉬고 있다. 이 녀석들 사람이 가까이가도 도망갈 생각을 안 한다. 아마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품성을 다 읽을 듯하다.

 

작은 연못 주변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다. 이 집에는 딴 곳에서 보기 힘든 꽃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한라산수국’은 보는 이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물론 그것을 보고 평안하다고 느끼는 것도, 내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블루베리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작은연못에는 개구리들이 어리연 꽃 잎에 숨어 살고 있다. 아래는 한라산수국이다.  

 

몇 개 따먹어 본다. 새콤한 맛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만든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따먹다가 보니, 익은 것을 다 따먹은 듯하다. 미안한 김에 곁에 있는 꽃을 손으로 슬쩍 건드려본다. 향내가 코를 간질인다. 백리향이다. 향이 짙어 백리까지 향기를 보낼 수 있다는.

 

 

 

블루베리와 클레아티스(가운데), 백리향도 볼 수 있어서 좋은 집이다.

 

“마늘이 임신을 했나? 날씨 탓인가?”

 

아우부부가 마늘밭으로 올라간단다. 지난해에 심어 놓은 마늘을 수확하야 하는데, 날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미쳐 수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헌 장갑 하나를 주워들고 작업실 뒤편, 마늘밭으로 갔다.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해, 먼지만 풀풀 날리는 마늘밭. 마늘이라고 제대로 자랄 리가 없다.

 

호미로 먼지가 나는 땅을 파 하나씩 마늘을 캐본다. 잘 자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마늘은 여느 마늘과는 다르다. 한 마디로 완전 무공해 마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늘대를 자르다가 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마늘대에 또 마늘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마늘대 위에 또 마늘이 자라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무엇이라고 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임신을 했다'라는 말에 죽는 줄 알았다

 

“마늘이 임신을 했냐? 왜 마늘대에 또 마늘이 달렸냐?”

“마늘이 무슨 임신을 해요.”

“이것 봐 마늘대에 또 마늘이 달렸잖아, 여기 와서 누가 오줌 싼 거 아녀?”

“정말 이상하네. 왜 그러지. 그러고 보니 임신한 마늘이 꽤 있네.”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다. 나야 마늘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이런 경우를 알 턱이 없다. 그저 마늘이 임신을 했다는 말 밖에는. 그 말에 모두가 자지러지게 웃는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란 매사가 즐겁다. 그래서 생활에 활력소를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마늘의 임신사건. 그 하나만으로도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들. 내가 여주를 자주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는 잠시나마 세상 모든 시름을 내려 놓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시름을 함께 풀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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