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홍성읍 오관라에는 옛 홍주목의 관아가 자리하고 있다. 사적 제231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홍주성은 조양문과 아문, 산성 등을 합쳐 지정을 했다. 아문 뒤편에는 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뒤편에 옛 관아건물인 안회당 있으며, 그 뒤에 연못 가운데 자리한 여하정이 있다. 여하정은 고종 33년인 1896년 당시 홍주목사인 이승우가 옛 청수정 자리에 지은 정자이다.

 

고목과 연못이 어우러진 정자, 극치미를 자랑해

 

여하정은 관아에서 집무를 보던 목사들이 관아 일을 보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했던 장소라고 한다. 연못에는 정자로 들어가는 돌다리가 놓여 있고, 다리를 건너면 정자 앞으로는 고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어림잡아도 수백 년은 될 성 싶은 고목이다.

 

 

 

정자는 6각형으로 지어졌는데, 자연석을 잘 다듬은 돌로 주초를 만들고 그 위에 육각형의 기둥을 세웠다. 지면에서 약간 띄워 마르를 깔았으며, 마루의 각 변에는 장식을 한 난간을 둘렀다. 지붕의 중앙에는 커다란 꽃 봉우리 하나가 매달려 중심을 잡았다.

 

정자는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주변 경관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5월 29일 여주를 떠나 달려간 홍주성. 성을 한 바퀴 돌아 내려 온 곳에서 만난 여하정. 멀리서도 그 아름다움에 취해 한 달음에 달려갔다. 어떻게 성 안에 이렇게 아름다운 정자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일까? 초여름 잎을 녹색으로 바꾸어가는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12현판의 걸린 시액, 아름다움 논해

 

정자의 기둥에는 한 기둥에 두 편씩 열두 편의 시액이 걸려있다. 3평 남짓한 크지 않은 정자 여하정. 연못에 그림자를 느리며 서 있는 고목의 풍광도 일품이지만, 육각형인 정자의 기둥마다 걸린 현판의 글은 작자미상이나 그 내용은 아름답다.

 

余方宥公事 내 목사로서 공사를 보게 되어

作小樓二間 조그마한 누 두 칸을 지었다

懷伊水中央 연못의 물은 중앙으로 맴돌고

樹環焉泉縣 등나무가지는 샘가에 느렸다

開方塘半畝 반이랑 정도 수문을 열어놓으니

九日湖之湄 햇빛에 비친 연못의 물살에 아름답구나.

一人斗以南 남쪽은 한 사람의 도량으로 가하건만

捨北官何求 싫다하면 관직을 어찌 구하려하는가

環除也皆山 환제는 모두가 다 산인데

於北豈無隹 그 북쪽에 어찌 새가 없을쏘냐?

賓主東南美 손과 주인이 동남에서 만나 좋아하니

其必宥所樂 반드시 즐거움이 있을 수밖에.

 

 

 

열두 편의 편액은 모두 이어지는 내용이다. 그것을 두 편씩 기둥에 걸어놓았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지나는 과객들이 어찌 글 한 수 떠올리지 않을까? 아마 여하정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시 한 수 걸어놓고 싶어 했을 것이다.

 

 

 

기나긴 세월 속에 많은 환난의 아픔을 겪기도 한 홍주성. 그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이 여하정이 있어, 홍주성의 복원이 하루 빨리 이루어진 모습을 그려보는가 보다. 사방 어디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여하정. 초여름의 지친 심신을 시원한 나뭇잎과 작은 연못의 물이 식혀준다. 연못 속으로 빠져들 듯 기울어버린 고목. 그 고목을 버티고 있는 석주. 그 모든 것이 여하정을 더욱 여유롭게 만든다. 나그네의 땀을 식혀주는 이런 여유가 있어 나들이 길이 좋은 것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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