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속을 다 내준 선원사 어미나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연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그 중 연리목이나 연리지를 보면, 꼭 무엇인가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내용을 지니고 있다. 연리목이란 나무와 나무가 결합이 되는 것이고, 연리지란 가지와 가지가 결합이 되어 한 나무처럼 자라나는 것을 말한다. 남원 선원사에 가면 어미나무와 아들나무에 대한 가슴 저린 나무가 있다.
아들나무를 위해 속을 다 빼준 어미나무. 아마 우리 세상 살아가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을까? 이 나무를 보고 어머니를 그리며,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던 것도 정말 사무치는 그리움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나무에게서 배우는 애틋한 어머니의 사연. 과연 사람들은 그 나무에게서 무엇을 배워갈 수 있을까?
자식나무를 살리려고
과학적으로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러나 전하는 이야기대로라면 그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무의 수령을 보아도 상당히 오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원사는 신라 때 창건된 절이다. 언제 부터인지 현재 일주문 옆에는 큰 고목 한 그루와 작은 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은 나무는 늘 큰 나무에 가려 햇볕을 제대로 받고 자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세상이 흘러 튼 나무는 점점 더 실하게 자라는데 비해, 그 옆에 자라는 작은 나무는 늘 잎이 실하지 못하고 주변 나무들보다 생육이 원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두 나무를 어미나무와 자식나무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어미나무의 가지 하나가 자식나무의 가지 사이에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바람이 분 것도 아니고 태풍이 친 것도 아닌데, 어상하게 어미나무라는 큰 나무가 자식나무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어미나무는 점점 자식나무 쪽으로 기울어졌고, 자식나무에게 연결된 가지는 자식나무의 한 줄기처럼 단단히 붙어버렸다. 그런데 그 뒤로 이상하게 어미나무의 밑 둥이 비어가는 것을 보았다. 자식나무에게 자신의 속을 다 내주고 있는 어미나무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미나무의 속은 완전히 비어졌다. 그 어미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자식나무는 잘 성장을 하여 커다란 느티나무로 변했다. 그 가지에는 여전히 어미나무의 가지를 붙든 체. 지금은 기운이 없는 어미나무가 자식나무에게 기대고 있는 형상이다. 늙고 병든 어머니를 부축하고 있는 자식의 모습과 같은 향상으로.
연리목에게서 배우는 어머니의 헌신
“사람들도 저렇게 자식을 키우죠.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은 다 똑 같아요. 자식을 위해 속을 저렇게 썩이는 겁니다. 저런 부모님의 마음을 자식들이 알고 있다면, 다시는 속을 썩이는 일이 없을 겁니다.”
선원사 운천 주지스님의 이야기다. 늘 저 나무를 보면서 어미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한다. 그 나무가 그렇게 속이 비어버린 까닭은 바로 자식을 위해서다. 속이 다 비어버린 고목. 껍질만 남은 나무는 벌어진 껍질 사이로 담이 보일 정도이다. 그렇게 자식을 위해 속을 비어버린 어미나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참담한 마음이다. 우리 어머니도 저런 희생의 마음으로 날 키웠을 텐데. 이제 후회를 해보아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나무에게서 배우는 어머니의 마음. 내일은 꽃 한 다발 사들고 찾아뵈어야겠다. 괜한 눈물이 흐른다. 낙엽이 쌓인 모습때문이라고 우기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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