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뜨겁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은 그늘로만 찾아든다. 날마다 30도를 기온이 웃돈다고 일기예보에서도 난리를 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란다. 그런 날 그 뙤약볕 아래 파라솔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수원 화성 행궁 옆 신풍초등학교 담벼락 밑에서 만난 거리의 화가 금정수(, 40) 작가.

 

주말과 휴일에 나와 사람들에게 커리캐처를 그려주고 있어요. 매번 나오는 것은 아니고요. 일이 있을 때는 나오지 못해요. 주말이면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시작을 했는데 이제는 일과처럼 되었어요.”

 

수원 행궁동의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간인 레시던시 6기 작가로 올해 입주를 했다고 한다. 주말이면 이곳에 나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는 금정수 작가는 원래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저는 원래 기술 분야에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림이 좋아 먼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만화를 그리는 선생님 밑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이제는 제 본업이 그림이 되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금정수 작가는 자신이 택한 것을 할 수 있기에 행복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재미난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겨

 

오후에 자리를 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하루에 많이 그릴 때는 20명 정도의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한 사람을 그리는데 20~30 분 정도가 걸리는데, 주로 아이들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재미난 일도 많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한 권은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어느 어르신이 사진을 한 장 갖고 오셔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거예요. 사진 속의 여인이 부인인데 사진이 작아 걸어놓고 볼 수가 없어서 커리캐처로 그려달라고요. 그런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표정에서 금정수 작가의 심성이 그대로 보인다. 한번은 그림을 그리는 앞으로 꼬마 여자아이가 계속 지나다니더란다. 아이를 보니 남들이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본인도 그리고 싶지만 돈이 없어 그렇게 지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 그래서 아이에게 그림을 다 그리고 끝날 때쯤에 오라고 했단다.

 

남들은 그림 값을 주고 그리는데 그냥 그려주면 사람들이 안 좋아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끝날 때쯤 오라고 했어요. 그 아이뿐이 아니라 초등학생들은 몇 명씩 함께 몰려와요. 그래서 4~5명 그림을 그릴 때도 있어요. 혼자는 5000원이라도 부담이 되니까 용돈을 모아서 함께 와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것이죠. 그런 아이들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동물을 들고 오는 어린이들, 그 마음도 헤아릴 줄 알아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작가가 그림을 한 장 내어놓는다. 그림 속에는 안경을 낀 여자아이가 강아지를 한 마리 안고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움직이지 않아야하는데 강아지가 가만히 있었을까?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재미가 있단다. 아이들을 천성적으로 좋아하는가 보다.

 

한 번은 털모자를 쓴 여자아이가 와서 끙끙거리면서 점퍼의 지퍼를 열었어요. 그러더니 토끼 인형을 꺼내서 그려달라는 거예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그 그림을 소장하고 싶어서 그려주고 난 다음에 얼른 한 장을 더 그리죠.”

 

커리캐처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어느새 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토요문화공연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다음에 만날 때는, 나도 꼭 한 장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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