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선원사 절집에 토끼 네 마리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 녀석들 얼마나 잘 먹고 살았는지 살이 올라 토실하다. 이 녀석들이 한 녀석은 암놈인줄로만 알았다는데, 알고보니 네 녀석들이 모두 숫놈이다. 토끼는 생육이 빠르다. 임신 주기도 짧고 한 달에 한 번씩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참 얼마나 대단한 녀석들인가.

녀석들은 팬스 안 보호소에 있다. 안전하게 저희들끼리 살라고 그곳에 두었는데, 한참 혈기 왕성하게 자란 듯하다. 이 녀석들이 하루 종일 저희들끼리 이상한 짓들을 한다. 남이 보면 참으로 남사스럽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고 한들, 알아 들을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야! 너희들끼리 그러냐 나 여자거든"


문제는 팬스 밖에서 살고 있는 절집 봉순이다. 이 녀석이 혼자 심심하던 차에 팬스로 가려져는 있다고는 해도, 그래도 숫놈들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고 있다. 아마도 제가 암놈이라서인가. 숫놈끼리 해괴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입맛만 다시는 봉순이. 이 녀석도, 저 토생원들도 짝을 찾아 주어야 할까보다.

비는 오고 짐을 싸다가 잠시 내려가보니, 그 비를 맞으면서 이 녀석들이 장난을 치는 모습을 부러운 듯 보고 있는 봉순이의 눈길이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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