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이 동태찌개' 한 그릇, 보약 안 부럽다
요즈음은 점심 먹기가 쉽지가 않다. 사무실이 있는 동네가 그리 번화한 곳이 아닌 외진 곳이라서 인가,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점심시간만 되면 무엇을 먹을까가 늘 고민이다. 가끔은 주변 지자체에서 브리핑이 끝나고 나면 출입기자들에게 점심대접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늘 점심 걱정이 큰 일.
그런데 엊그제 우연히 길을 가다가보니 사무실 근처에 식당이 하나 새로 생겼다. 언제 적에 생겼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안에 시설을 보니 말끔한 것이 우선 마음에 든다. 사무실에 총각 하나는 이 집 주인들이 모두 미모의 미혼이라는데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점주의 성함이 또 눈길을 끈다. <문미인>이란다. 정말 너무하다.
얼큰한 동태찌개, 낮술 생각이 간절해
손님이 오면 그때마다 요리준비를 하느라, 조금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그런 와중에 한편을 보니 작은 안내판이 하나 걸려있다. 「주위에 아이들이나 여성분들이 계실 경우 흡연과 심한 욕설을 자제해 주시면 서로 행복해 질 수 있겠죠?^^」물론이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야 각자의 기호인데, 그것을 갖고 무엇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은 이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밥을 먹는 식당에서의 흡연이란 좀 자제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소식을 들으니 모 시에서는 술집에서조차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금지를 시킨다는데. 담배 팔아 지방세 수입 짭짤하게 올리시는 분들이 술집조차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다는 것은, 좀 웃긴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지만, 아무튼 조금 기다리다 보니 1차로 끓여온 동태찌개의 양이 만만찮다. 거기다가 위에 뿌린 고춧가루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한 마디로 ‘얼큰이’라고 하더니 그런 듯하다. 이 지에서는 엄선된 태양초 고춧가루만 쓴다고 하니, 그도 꽤 작은 행복함이 밀려온다.
‘이 찌개에 낮술 한잔하면 딱 일 텐데’ 속으로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 할 일이 많으니 거 참 그럴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 굳이 딴 반찬이 필요 없다. 이 얼큰이 동태찌개 하나만 갖고도 기분 좋은 밥상을 마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국물 맛이 아니다
‘얼큰이 동태찌개’의 맛은 선별된 맛이라고 한다. 10년 경력의 요리사가 개발한 다데기 제조기법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일반 동태찌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얼큰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 얼큰이 동태찌개의 자랑은 무엇보다 180일간이나 숙성시킨 특별한 다데기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집의 주방을 보아도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있듯, 항상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음식물을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긴 주는 반찬을 보니 먹고 나면 남을 것이 먹을 만큼만 준다. 먹고 더 달라고 하라는 것.
체인점으로 운영이 되긴 하지만,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이 집은 또 색다를 것만 같다. 우선 미모의 자매가 운영을 한다는 것에, 나이 먹은 총각들이 많이 드나들 듯하다. 거기다가 점심시간에는 직접 주인이 떼어 찌개에 넣어주는 수제비 맛이 또 일품이다. 이래저래 소문이 날 것만 같은 얼큰이 동태찌개집. 아마도 밤 10시까지만 장사를 한다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유야 직접 찾아가보면 알 수 있을 것을.
"우리 서방도 혼자 살게하면 요리 잘 할라나?"
절에서는 '오신채'라는 것을 금기시한다. 오신채는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채소를 일컫는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홍거의 다섯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남새가 많은 채소들이다. '율장(律藏)'에 따르면 이러한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에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하여 금기시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그 속사정은 다르다. 이 음식들은 식욕을 돋우고 정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강장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재료가 있으니 수제비나 뜰까?
자장면에 들어가는 표고도 준비하고, 간장과 소금, 그리고 주변 식당에서 미안하게도 파 한 뿌리를 얻어왔다. 마늘 몇 조각하고. 이놈들이 수제비 국물을 내는데 들어간 것은 아무도 모른다.
먼저 감자를 넣고 물을 끓이다가 간을 맞추었다. 다시마를 통채로 넣었다가 건져낸 후, 표고와 마늘, 파를 숭숭 썰어 넣고나서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흠.... 냄새가 그럴 듯하다.
그리고 끓는 물에 밀가루 반죽을 엷게 때내어 집어 넣는다. 국물 맛이 그럴 듯하다. 내가 있는 전라북도에서는 수제비를 아주 엷게 땐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먹던 서울지방에서는, 밀가루를 조금 두텁게 때어 넣는다. 그래야 수제비 먹는 맛이 난다.
팔팔 끓는 물에 집어넣은 수제비들이 아우성이다. 이런 조금만 참으면 먹어 줄 수 있는데, 얼른 먹어달라니. 대개는 수제비를 땔 때 손에 참기름을 바르고 한다. 달라붙지도 않고, 수제비가 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에 이런 과정을 수제비를 만들고 있으니, 일일이 찍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아이폰으로 대층 흔들면서 찍었다.
그나저나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조금 아쉬운 듯 한데, 커다란 냄비에 끓인 수제비가 남지를 않았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정작 떠 놓은 수제비를 찍어야 하는데, 먹기가 바빠 다 먹어버렸다. 급히 공양간으로 달려갔더니, 누군가 먹으려고 조금 떠 놓은 것이 보인다. "잠깐"을 외치고 얼른 달려가 찍었다.
우리서방도 혼자 살게 할까?
"어떻게 남자분이 이렇게 요리를 할 줄 아세요?"
"혼자 살아보세요. 절로 느는 것이 요리밖에는 없으니"
"그럼 우리서방도 쫒아내서 혼자 살게 할까보네. 그럼 요리 잘 할 수 있을까?"
그 말에 죽는 줄 알았다. 요리좀 잘하게 한다고 서방을 내 쫓다니. 물론 웃자고 한 이야기이다. 오늘 낮에 땀을 흘리며 수제비를 끓이다가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얼렁뚱땅 수제비 한 그릇이 주는 옛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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