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당차다.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에게서 느낀 생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쫒기에는 참 왜소하다. 가냘프기만 한 사람이 어찌 그리 당찬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3월 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1-2에 소재한 ‘임 아트 갤러리’에서, 이곳의 대표이면서 섬유공예 작가인 임하영(여, 38세)을 만났다.

작은 10평 남짓한 갤러리 안에는 벽면을 그리 크지 않은 그림들이 채우고 있다. 갤러리라고 하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면 좋을 듯한 분위기이다. 벽면에는 여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가득하다. ‘누드스케치 18인전’이 한창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연신 사람들이 드나든다. 그 와중에도 반갑게 사람들을 맞이하는 그녀 임하영은, 올 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단다.


 


섬유공예, 양모작업에 빠져버렸네.

임하영은 상지대학교 공예학과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하고,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텍스타일디자인을 전공하였다. 그동안 많은 그룹전들을 해오면서 지역에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섬유공예가이다. 사실 섬유공예란 낯선 부문이다. ‘섬유를 재료로 하여 만드는 공예. 또는 그 작품. 직물, 편물, 염색, 자수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 정도의 사전적 지식이 내가 알고 있는 전체이기 때문이다.

“섬유공예를 하게 된 것은 회화를 그리다가, 대학에 들어가 그 섬유가 주는 질감의 감촉에 반한 것이죠.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런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섬유공예를 택하게 되었죠. 이제 섬유공예를 시작한지는 한 15년 정도가 되었나요? 아직은 이렇게 내 놓을만한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닌데요.”


누드스케치 18인전이 열리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1-2 <임 아트갤러리> 내부 


스스로의 길을 열어가는 사람, 임하영

우선 임하영의 면면을 살펴보자. 임 아트갤러리 대표인 임하영은 수원미술협회 회원이면서 수원섬유예술연구회 회원이다. 섬유공예가라고 하기보다는 ‘섬유예술가’라는 말을 즐겨 쓴다. ‘공예가’와 ‘예술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의 대답에서 쉽게 들을 수가 있다.

“저는 아직 공예가란 말을 쓰기가 버거워요. 적어도 공예가란 말은 그 분야에 장인의 경지에 올라, 깊이 있는 작품을 낼만한 분을 지칭하는 것이란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고,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것이죠. 그리고 예술가란 말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섬유를 갖고 하는 설치미술이 재미도 있고요”



요즈음 들어 섬유를 이용한 설치미술에 푹 빠져 있단다. 1999년부터 설치미술로 많은 전시회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드린 그녀이다. 2004년 수원화성연극제의 일환으로 장안공원 성벽일대에 설치미술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2005년 경기도 문화의 전당과 수원미술전시관, 2006년 화성 행궁 봉수당, 2007년 수원미술전시관, 2010년 수원화성홍보관 등에서 설치미술로 사람들과 조우를 했다.

섬유공예 작품으로 그룹전도 매년 거르지 않았다. 2006년에는 대안공간 눈에서 제1회 개인전 ‘꽃들의 초대’를 열었으며, 2011년에는 제2회 개인전 ‘화성행궁에서 혜경궁마마를 알현하다’를 자신이 운영하는 임 아트갤러리에서 열었다. 날마다 변화하는 작품세계를 즐긴다는 그녀. 자신은 항상 더 나아지는 작품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작가가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작품을 관람하러 오는 관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 늘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예술가의 자세라고 생각을 합니다. 직물을 갖고 하는 섬유공예를 하다가 보니, 양모의 감촉과 아름다움에 반해버렸죠. 그렇기에 섬유공예는 무한한 변화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작품을 구상하고 작업을 하다가 보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생각보다 미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 밖의 작품 하나를 만들었을 때의 희열이 있어 늘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는 것.


2011년 제2회 개인전 "화성행궁에서 혜경궁마마를 알현하다 전"에서 선을 보인 작품들(위는 양모)


“올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요.”

공예작품을 하기 위해 필요한 양모는 국산이 없단다. 모두 수입을 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양모를 이용한 작품을 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경비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충당을 한단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임하영이 당차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래서인가 보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학비도 벌어야 하고, 저도 재료 등을 구입해야 하니까요. 지금도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번 가르치고 있어요. 물론 적은 돈이긴 하지만, 제 작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이 갤러리도 원래 작업실로 쓰려고 했는데, 위치도 그렇고 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곳을 갤러리로 꾸몄죠. 친구들과 함께 일일이 제 손으로 다 꾸몄어요.”

갤러리 운영과 섬유공예 활동을 다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눈에 잠시 우수가 깃든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지만, 아마도 작업을 하다가 닥치게 되는 어려움 때문인가 보다.



“처음에 이곳에 문을 열었을 때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한 두 사람도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그래도 일 년 동안 꾸준히 문을 열고 전시를 하다가보니, 입소문으로 이제는 고정 관람객들이 늘어났죠. 올해는 갤러리에 정말 색다른 작품들을 전시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제 개인전도 준비를 하고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임하영.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으면서, 벽면을 채운 그림을 설명을 한다. 참 저 작은 체구에서 어찌 그런 열정이 나오는 것일까? 그 노력으로 인해 올 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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