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 정말 있어서는 안 될 그런 참사였습니다. 벌써 일주일. 구조자는 단 한 명도 늘어나지 않는데, 사망자 숫자만 자꾸 늘어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방송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점점 울화만 치밉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그리고 그 많은 생명들은 도대체 어찌할 것인지.

 

요즈음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괜히 잘못 건들면 시비를 걸기 일쑤입니다. 그저 싸움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그렇게 얼굴이 경직되어 있습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그 통에도 거들먹이는 인간도 있고, 가슴이 미어지고 있는 유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인간들도 있다고 합니다.

 

 

21일 무작정 길을 떠났습니다. 단 몇 시간이라도 TV라는 것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죠. 여주에 있는 아우네 집에 들렀습니다.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도, 매번 자랑을 하던 산수유나무 밑에서 커피를 마셔도 그저 말들이 없습니다. 그렇게 만나면 반가웠던 사람들이지만 무거운 침묵만 흐릅니다.

 

산삼과 더덕을 캤어도 즐겁지가 않아

 

괜히 산을 오릅니다. 땀이라도 흘리고 산에 올라가서 욕이라도 실컷 하고 싶어서요. 딴 때보다 더 빨리 달음박질을 치듯 산을 올랐습니다. 등줄기로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모자를 썼는데도 땀이 흘러 눈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도 땀을 씻기도 싫어집니다. 요즘 사람들이 잘 사용하는 멘붕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죠.

 

 

저만치 더덕이 보입니다. 잎을 보니 제법 실한 듯합니다. 산에 올랐으니 자연이 주는 것을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정성을 들여 캡니다. 제법 큰 더덕입니다. 족히 십년은 지났을 것 같은데, 이런 더덕을 캐고도 하나도 즐겁지가 않습니다. 작은 산삼 몇 뿌리가 눈에 띱니다. 아우가 부탁한 것이 있어 서너 뿌리를 캤습니다. 그런데도 즐겁지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벌써 페이스북이며 어디며 곧장 소개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들고양이처럼 산만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쌓인 낙엽에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무신경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아픔을 참기 위해서라면 그저 멍청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연화장이라도 가 보아야 할 텐데

 

엊그제 취재를 나갔다가 들은 소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저승에라도 가서 선생노릇을 하겠다는 교감선생님을 잘 아는 사람이, 술도 잘 못하는데 술을 먹고 사람들 앞에서 목을 놓아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바다 속에 있습니다. 혹 기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그 아이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요? 아마도 모두 실종 학생들의 부모님들처럼 함께 지쳐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첨단 구조를 할 수 있는 배가 있다고 뉴스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1590억이나 들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용을 할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가 수백 명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일까요?

 

 

하루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파도 너무 아픕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입장은 다 같을 것입니다. 그 미어지는 아픔을 누가 알겠습니까? 생떼 같은 자식들이 찬 물속에 그리 며칠을 있는데 말입니다. 연화장이라도 찾아가야 할까봅니다. 그곳에 가서 남들과 같이 울음이라도 울면 나아지려나요? 즐거움이 사라진 요즈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생떼 같은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벌써 4일 째 그 찬 바닷물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럽겠습니까? 제발 살아만 와준다면 좋겠습니다. 어째 이리도 그 아이들을 꺼내주지 못하는지 시간이 갈 때마다 마음만 더 탑니다.”

 

19일 오후 6. 화성 행궁 광장에 모인 1500여 명의 무리들 중에서 열심히 합장을 하고 기원을 드리던 송아무개(, 49)의 말이다. 자신의 아이도 그 아이들 또래라고 하면서 제발 살아만 있기를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원래는 석가모니의 탠생을 축하하는 봉축대법회로 마련을 한 자리이다. 그리고 행궁을 떠니 장안문과 연무대를 돌라오는 장엄한 연등행렬로 이어져야만 했다. 그런 장엄의식을 모두 내려놓았다. 그리고 부처님께 모두가 하나가 되어 빌고 또 빌었다. 징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한 기원대법회로 마련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수원시불교연합회와 수원시 연등축제행사위원회가 마련한 진도 여객선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생환 기원 대법회19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가까이 수원 화성 행궁 앞 광장에서 열렸다. 지성스님의 법고로 시작을 한 기원법회는 추모 및 생환기원 묵념, 삼귀의, 찬불가,반야심경 등으로 이어졌다.

 

수원시불교연합회 회장인 성관스님(수원사 주지)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인사말에 이어 4개 종단 대표인 팔달사 주지 혜광스님(조계종), 무학사 주지 혜성스님(태고종), 용고아사 주지 천덕스님(천태종), 유가심인당 덕운정사님(진각종)과 신도대표의 기원사가 이어졌다. 참석한 인사들의 기원사에 이어 용주사, 수원사, 청련암, 봉녕사 등의 신도들로 이루어진 불교연합합창단의 음성공양이 있었다.

 

 

간절한 마음 담은 기원발원문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 주지 정호스님의 법문이 있은 후, 탑돌이에 이어 청련암 주지 도문스님의 추모 및 생환기원 발원문이 이어졌다.

 

만 중생을 어여삐 여기사 지혜와 자비구족하신 부처님!

오늘 수원시 불자들과 시민들은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좌초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간절히 기원하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끝까지 배에 남아 아이들을 가족 품으로 인도하시고

천금같은 목숨을 내 놓으신 승무원들과 희생자 영가님들이여!

그대들이 진정한 지장보살님이요, 아미타부처님이십니다.

그대들의 거룩한 살신성인의 희생정신

부디 모두는 내내생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어둡고 차가운 바다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꽃같은 목숨들이시여!

둘도 없는 가족과 사랑하는 친구들이 함께 있음을 잊지 말고

절대로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말고 살아만 있으시라

이제 곧 그대들의 손을 잡아 주리니 꼭 살아만 있으시라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무량가피가 함께 할지니

꼭 꼭 살아만 있으시라

꽁꽁 얼은 땅 녹여내고 봄바람 오듯

그대들 우리 곁으로 그렇게 살아오리니(이하 하략)

 

 

두 시간 가까이 기원대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원시불교연합회의 불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두 손을 모아 간구를 했다. 기념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들도 보였다. 열심히 두 손을 모으고 간구를 하던 정아무개(, 55)씨는

꼭 살아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세월호에 아이들과 함께 승선해 실종자 명단에 낀 선생님들 중에는 수원시민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제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하시고 그 마무리를 아름답게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신 분들이라 더 마음이 아프네요.”라고 한다.

 

수원 화성행궁 앞에 모인 많은 불자들이 두 손 모아 간구한 진도여객선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생환 기념대법회. 그 많은 사람들의 간구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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