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풍속에는 사람이 죽으면 49재를 지낸다. 49재는 사람이 명을 달리한 날로부터 계산을 해, 7x7을 말하는 것이다. 7일마다 한 번씩 재를 올리기 시작해 일곱 번째 되는 날 재를 마친다. 그만큼 죽음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요시했던 것이다. 이 날이 되어서야 유족들은 조금 슬픔을 가시게 된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문 앞에 청솔가지와 고추 등을 매단 금줄을 갈어 놓는다, 금줄은 완새끼를 꼬아 그곳에 길지 등을 달아놓는데, 이 금줄은 21일 동안을 걸어 놓는다. 3x721일이다, 이 날이 되면 산신(産神)에게서 그 보호할 수 있는 직능이 부모나 가족에게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 금줄은 새롭게 태어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집안에 잡인이나 잡스런 물건을 들이지 않아, 새 생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가 위한 방편이다. 그런데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49일간이나 죽음에 대해 슬픔을 함께 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삶과 죽음 중에 어느 것을 더 중요시 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 진도 앞바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 49

 

63일은 진도 앞바다 맹골수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인 세월호가 침몰된 지 49일이 돠는 날이다. 그날의 아픔을 반성하고 세상을 떠난 많은 목숨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49재 의식이 전국 각처애서 열린다. 더구나 생떼 같은 젊은 목숨들이 그렇게 한꺼번에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고 또 아파했다.

 

 

히지만 아직도 열여섯 명의 귀한 생명이 진도 앞바다 차디찬 물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진도 팽목항에는 어린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울부짖고 있다. 이러한 슬픔이 왜 일어나야 하는 것인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가운데 벌써 49일이 지난 것이다.

 

열여섯 분 다 찾을 때까지 리본 달 겁니다.

 

오전에 수원시청 본관 앞에 마련한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젊은 목숨이 한꺼번에 수 없이 사그라진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호 분향소 및 연화장, 추모현장 등을 취재를 하면서 가슴이 많이 시렸기 때문이다. 원래 49재는 모든 희생자를 다 찾아내고서 해야 맞는다. 하지만 열여섯 명이나 되는 희생자를 찾지도 못했는데, 49재를 한다는 것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비가 오기 때문에 후줄근하게 젖은 몰골로 돌아다니기가 싫어서이다.

분향소에서 나오세요?”

, 오늘이 49재일이네요.”

저는 다음 날부터 노란리본을 달고 있는데, 열여섯 명을 다 찾을 때까지는 떼지 않을 겁니다.”

 

진운수라는 택시의 최아무개 기사분의 말이다. 왜 그 때까지 리본을 달 것인가를 물으니, 자신은 군생활을 강릉에서 했단다. 강릉은 남대천이 흐르고 있어 설악산에서 흐르는 물이 동해로 유입이 되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을 적이 수중침투를 할 수 없게 쇠봉을 막아놓았는데, 잠수부들이 들어가 그곳에 걸린 것들을 걷어낸다는 것.

 

 

그때 물에 빠진 익사자들을 보았기 때문에,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시신조차 찾아내지 못한 분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래서 노란 리본을 땔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49. 아직까지도 팽목항에서 어린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그리고 그 슬픔을 고스라니 가슴에 묻고 있는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는 국민들. 오늘 비가 오는 날, 그 숱한 생명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다시는 이런 아픔을 당하지 말라고.

 

이제 숨통이 좀 트이는 듯합니다. 그동안 한 달 넘게 정말 힘들었어요. 손님들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오셔도 술들을 마시지를 않으니, 매상이 거의 절반 수준도 안 되게 줄어들고요. 주말이 돼도 예전처럼 북적이지도 않고요. 한 달 동안 거의 개점 휴업상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17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지동시장 안에 자리한 순대타운 한 상인의 이야기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난 뒤 주말이 아니라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던 순대타운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식사를 하면서도 술들을 마시지를 많고 가버려 매상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전 국민이 모두 마음 아파하는데 저희들도 당연히 슬프죠. 하지만 그렇게 마음 아파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희는 정말 최악이었어요. 저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이곳 시장들이 이번에 많은 타격을 받았어요.”

 

모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통

 

주말이면 많은 사름들로 붐비는 팔달문 앞의 시장들이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이곳은 사람들의 통행이 예전의 절반도 안 돼보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상인들은 날마다 울상을 짓기 일쑤. 한 달이 지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다시 발길이 돌리기 시작했다고.

 

 

오후 지동교에서 팔달문 방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도 예전 주말의 손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팔달문 앞 대로변 인도에도, 횡당보도를 건너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이제 조금씩 사람들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큰 참사에 모두가 마음이 아파 도대체 나다니지를 않으니 저희라고 어쩌겠어요. 그저 문을 닫을 수는 없으니 기다리는 수밖에요. 이제 좀 나아지는 듯하네요.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죠.”

 

 

교동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한 사람은 가게 문을 아예 닫고 싶었을 정도로 손님들이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손해를 본 것만 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데오거리 대개의 상인들도 모두가 같은 말을 한다. 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할 때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 또 다시 모여들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먹는 것조차도 미안했다는 시민들

 

패션1번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영동시장, 팔달문시장과 마주하고 있는 이곳 시장 길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에서 음식 노점상을 하고 있던 사람은 아예 그동안 장사를 집어치운 것 같다고 한다. 보름 정도가 지나서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떡볶이를 먹고 있던 정자동에 산다고 하는 한 시민은아이들이 그렇게 배안에 갇혀 있는데 자식이 있는 부모님들이 먹을 것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겠어요. 만일 그 아이들 중에 내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겠는지. 그런데도 함부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화도 많이 났어요. 아마 그런 사람들의 자식들 앞으로 말 그대로 받을 거예요.“라고 한다.

 

사람들은 비록 주말의 장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은 예전과 같은 소비는 아니라고 한다. 예전에는 장에 나와 필요한 것 이외에도 이것저것 구입을 하고는 했는데, 지금은 꼭 필요한 것에만 지출을 한다는 것이다. 지동교 입구에 있는 장날만두 집에도 오랜만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대담)수원청소년 육성재단 김충영 이사장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대 간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을 뉴스에서 접한 아이들은 어른들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다. 길가에서 늘 얼굴을 마주하던 아이들도, 괜히 곱지 않은 시선을 주며 지나치기가 일쑤다.

 

한 마디로 불신의 벽은 이제 그 골을 더 깊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들을 바로 잡아주지 못하다면, 기성세대는 또 한 번의 잘못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청소년은 13세부터 24세까지를 말한다. 중학생부터 대학생 정도의 나이이다. 이 나이 때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기성세대들은, 그저 무능력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치가 없는 어른들로 보일까 걱정이다.

 

청소년 육성재단, 청소년의 상담창구 운영

 

13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권광로 293에 소재한 수원 청소년 육성재단(이사장 김충영)을 찾았다. 이번 사고로 인해 상처를 받은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치유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해서이다. 청소년 문화센터 이층에 자리한 이사장실에서 김충영 이사장을 만났다.

 

수원 청소년 육성재단은 권광로에 소재한 청소년 문화센터 외에 권선 청소년수련관, 장안청소년 문화의 집, 영통 청소년 문화의 집, 광교청소년 수련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1년간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모두 300여 종이나 된다. 수원은 인구 120만 명 중에서 청소년은 약 25만 명 정도이고, 그 중에서 청소년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10%25,000명 정도이다.

 

저희 청소년문화센터는 방과 후 프로그램입니다. 저희들은 주로 소외청소년 및 다문화 아이들을 중점관리하고 있는데, 그들이 방과 후에는 매일 이곳을 찾아와 학업을 도움받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앞으로의 문제를 상담하기도 합니다. 저희들은 무료로 이들을 집중관리를 해주는데, 그들은 대개 진학문제나 진로문제 등을 상담합니다.”

 

김충영 이사장은 그 중에서 55명 정도는 문화센터에 와서 살다시피 한다고 한다. 이들 청소년들은 진학과 진로에 대한 고민, 가정의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

 

아이들은 상당히 고민스러워 하고 있어요. 진학이나 앞으로의 진로 문제 등을 두고, 직업에 대한 고민까지 하다 보니 버거운 것이죠. 저희 청소년문화센터 안에 청소년 상담센터가 있고, 각 청소년의 집에는 상담요원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학과 진로, 가정사, 학교폭력, 왕따 등 전반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있죠.”

 

 

가족봉사로 세대 간의 괴리를 없앤다.

 

이번 세월호로 인해 청소년들과 기성세대간에 괴리감이 깊어졌는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청소년 문화센터에는 브라보 가족봉사단 10가구 40여 명이 있었는데, 그들이 봉사하는 현장을 찾아갔더니 본인들만 봉사로 즐기고 있더라는 것.

 

봉사현장인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아갔더니 아이들은 책을 읽어드리고 어른들은 발 마사지 등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어르신들은 몸을 내맡긴 체 그리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죠. 이유를 알고 보니 봉사를 하는 당사자들은 즐겁지만, 어른들은 그저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형국이었다는 것이죠. 이런 모습은 흡사 어른들이 봉사를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이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문화의 집마다 더 많은 봉사자들을 선정 해,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한다. 문화의 집마다 사물놀이, 탭댄스 등을 구분하여 중점 교육을 시키고, 그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도록 했다는 것. 그 결과는 상상이상이었다고. 그런 성공적인 사례를 알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가정을 재능기부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세대 간의 골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재난 대비 프로그램 만든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이 듯 청소년들이 제대로 재난대비 훈련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파도치는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 수가 없었던 것이죠. 만일 청소년들이 이런 재난대비 훈련을 받았다고 하면, 더 많은 고귀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김충영 이사장은 청소년 문화센터 내에 있는 수영장을 이용해, 청소년들이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그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한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25만 명이란 청소년들에게 그런 재난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기존이 방식만 갖고는 어렵다고 한다. 더욱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더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고.

 

현재 도 교육청과 삼성전자 등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그 효과를 배가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저희 청소년 문화센터 내에 있는 수영장의 일반 이용객을 줄이고, 학생들이 물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환경을 조성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피어보지도 못한 생명들을 잃은 것은 그만큼 사전 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김충영 이사장은, 앞으로 청소년들의 고귀한 목숨을 지켜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도 저희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시설을 늘려 사람들이 당할 수 있는 모든 재난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이번과 같은 침몰사고 만이 아니라, 산불, 홍수, 지진, 화재 등 닥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죠. 그것이 저희들이 할 일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서로가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런 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족 간의 끈끈한 대화, 세대 간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 524() 13시에 권선청소년수련관에서 ‘2014 수원 청소년 진로 체험의 날행사가 있다며 자리를 뜨는 수원 청소년 육성재단 김충영 이사장. 앞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를 하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이 모여 있다. 팔달구 창룡문로 56번길(지동). 손에는 붓 한 자루씩을 들고 벽에 열심히 칠을 한다.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 의논을 해가면서 열심히 칠을 하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남들은 주말이라 나들이를 가는데, 제법 따가은 날씨 속에서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의 가족 22명이 지동 벽화길 조성에 나선 것이다. 지동 벽화 조성은 딴 곳과는 다르다. 이곳은 여러 번의 공정 과정을 거쳐 벽화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우선은 그림을 그릴 벽을 말끔하게 다듬는다. 벽에 튀어나온 돌출물이나 갈라진 곳을 반듯하게 정리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흰색 칠을 한다.

 

 

흰색 페인트를 칠할 때는 좌우로는 붓질을 하지 않는다. 아래 위로만 칠을 한다. 그래야 얼룩이 생기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깨끗한 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마에 담이 맺힌 어린아이 하나가 그늘로 찾아든다.

 

힘들어요?”

, 더워서 힘들어요.”

누구하고 같이 왔어요?”

엄마하고 아버지하고요. 오늘 놀라가기고 했는데 여기서 벽화 그리자고 해서 왔어요. 그런데 너무 더워요

 

 

오후에는 60여 명이 찾아와 벽화작업

 

푸념을 하지만 그리 싫은 표정은 아니다. 부모님과 같이 이런 체험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고성주씨는 벽화를 그리러 온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우유며 쵸코파이 등을 바구니에 한 가득 담아 내놓는다. 아이들이 모여들어 하나씩 들고 간다.

 

고맙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주는데요.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무엇이라도 좀 주려고요

 

세상은 정으로 산다고 했던가? 벽화 골목을 조성하면서부터 부쩍 정이 늘어난 곳이 바로 지동이다. 예전에는 담을 쌓고 살아오던 사람들이 그 마음의 벽을 허물기 시작하면서, 지동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오후에는 60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수원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를 하러 나온 가족들과 삼성전자 연구원 가족들이다.

 

 

지동 벽화 나날이 늘어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그동안 침체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공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럴 때 벽화골목 조성 사업은 그들에게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아이들과 같이 왔어요. 요즈음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벽화를 그리러 가자고 하니 선뜻 따라나서서 정말 고맙죠. 그동안 아이들도 TV의 무분별한 보도를 보면서 많이 힘들어 했거든요.”

 

중학생인 딸과 함께 벽화를 그리러 왔다는 한 어머니의 말이다. 요즈음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눈치를 살펴야한다는 것. 그동안 지동의 벽화골목은 매년 정해진 거리를 그림을 그려나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6km의 벽화길이 조성되었다. 올해 800m를 조성하면 2.4km로 벽화골목이 늘어나게 된다. 전국 최장의 벽화골목이다.

 

 

5개년 계획으로 세웠던 벽화골목 조성도 7년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모든 작업을 다 마치고 나면 3.4km에 달하는 긴 벽화골목이 조성된다. 또한 이 벽화골목은 골목마다 주어진 테마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름다운 화성과 벽화골목, 그리고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가 어우러지는 지동. 날마다 변화하고 있는 지동의 최장 벽화골목이 완성되는 날이 기다려진다.

 

지난 4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여파는 대단했다. 모든 국민들 대다수는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로 참사자들에게 고개를 숙였으며, 나들이 등도 삼간 체 근신을 하고 지냈다. 이렇게 국민들이 자숙하고 있는 동안에도, 얽히고설킨 비리들이 매일 방송과 자면의 톱을 장식하고는 했다.

 

벌써 25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는 29명이라는 생명들이 생사도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그들의 아픈 죽음을 애도하는 동안,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말이면 몰려오던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어요. 4월은 너무 힘들었어요. 십 수 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관광특구인 강원도 속초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의 말이다.

 

 

예약이 되어있던 사람들이 모두 예약취소를 해버렸어요. 그 많던 손님들이 예약취소를 한 후 매일 텅 빈 가게를 지키고는 했어요. 이번 초파일 연휴가 지나면서 조금 손님들이 찾아들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음식을 준비한 것이 모두 내다버렸고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녜요. 하지만 그것보다 이렇게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을 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먼저 치밀어요.” 수원 영통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의 말이다.

 

모처럼 활력이 넘치는 거리

 

이렇게 침체되어버린 나라를 걱정하는 것은 바로 국민들이다. 그저 윗사람들은 자신들은 죄가 없음을 밝히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사이, 국민들은 앞을 다투어 분향소를 찾았고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나라가 지쳐가는 것을 볼 수가 없어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너나할 것 없이 살아갈 길을 택한 것이다.

 

지난 6일 부처님 오신 날의 연휴를 맞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분위기는, 11일 예전과 마찬가지로 되살아 난 느낌이다. 휴일을 맞아 팔달문 앞 시장거리로 나가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장을 찾아 북적인다. 지동시장 순대타운도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이 들이찼다. 장날 만두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모습을 보네요. 그동안 손님이 없어도 아이들 생각에 참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숨통이 좀 트이네요.” 지동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이아무개씨의 말이다.

 

끈기 있는 한국 사람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한국인들은 언제나 그랬다. 남들이 아파하면 함께 아파하면서 위로를 하고는 한다. 그것이 우리 역사 속에서 배어난 습속이다. 생활 속에서 언제나 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해 온 사람들은, 남이 어려울 때마다 발 벗고 나선다.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아픔을 당한 듯 함께 아파하고 서로 어루만지며 살아왔다.

 

안산에서 진도까지 유가족들을 실어 나른 택시기사들. 생업의 현장을 버리고 진도로 내려가 자원봉사를 하면서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진 자원봉사자들. 그 찬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내려고 하다가 비명횡사를 한 잠수부. 모두 우리 국민들이다. 헌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책임회피를 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모처럼 살아난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깊은 숨을 내쉰다. 저력이 있는 한국인들의 끈기 있는 모습이 고맙기 때문이다.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다.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하지만 그 미안함과 아픔으로 인해 나라를 침체 속에 빠트린다면, 그 많은 희생자들에게 더욱 죄스런 일이다. 이 살아난 분위기가 앞으로 더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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