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장에 가면 꼭 들려야 할 집이 있다. 5일만에 서는 여주 5일장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5일장 에서는 두 번째로 큰 장이다. 여주는 5일과 10일이 장날이다. 5일장은 어떤 것보다도 먹거리가 많다는 것이 즐거움이다. 장을 돌다가 보면 하루 종일 먹어도 먹을 것이 남는다고 한다. 그만큼 5일장은 풍성한 곳이다.  

 

그래도 5일장은 생명력이 있어

 

대목이 되면 5일장은 온통 난리 법석이다. 아마도 제수 준비를 하느라 나온 사람들이다. 5일장은 아무래도 대형 장  보다도 30% 정도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 여주장은 서울 등 각처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그만큼 많은 물건과 좋은 것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여주장에 나갈 때마다 뵙는 노점상 할머니는 오늘도 자리를 지키고 계시다.

 

매번 장에 나갈 때마다 뵙는 할머니다. 오늘도 빠지지 않고 장에 나오셨다. 이것저것 저렇게 챙겨서 나오시려면 힘도 드셨을 텐데. 사람들은 그래도 평소에 30% 정도의 장꾼들이 나온 5일장을 찾는다. 먼 길을 걸어서 나오셨다는 한 분은 '그래도 5일장이라 이렇게 장이 서지'라고 하신다. 끈질긴 5일장의 생명력이다. 비가 오고 날이 아무리 추워도, 5일장은 거르는 법이 없단다.


 

전 한 장에 1,000원이다.

 

2,000원의 행복, 빈대떡 한 장에 막걸리 한잔

 

5일장을 찾으면 가끔 들르는 집이 있다. 빈대떡도 있고, 돼지껍데기 볶음도 있다. 내가 이 집을 찾는 이유는 2,000원만 가지면 5일장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전이나 메밀전 한 장에 단돈 1000원, 그리고 막걸리 한 잔에 1,000원이다. 2,000원만 가지면 허기도 면할 수 있고, 장 분위기를 혼자 다 느낄 수가 있다. 이렇게 싸게 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5일장이다.

 

"많이 파셨어요?"

"손님이 없어서 팔지도 못했어."

"그런데 빈대떡 한 장에 1000원 받고, 막걸리 한잔에 1000원 받아도 남는 것이 있나요"

"남기는 하겠지. 그런 것은 계산 안 해보았어."

"그렇게 싸게 파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어르신들 때문이지. 요즈음은 장에 나와도 재미가 없다고들 하시거든. 이렇게 빈대떡 한 장에 막걸리 한잔이면 속이 든든하시다는데. 그 어르신들 때문에 이것은 빠트릴 수가 없어. 이게 다 정이지."

 


 양은 대접에 가득 떠 막걸리가 한 잔에 1,000원이다.

 

가족들과 함께 장에서 식당을 하시는 이종진옹(73세). 연세가 적지 않으신 분이 꼭 '어르신들'이라고 하신다. 평소에는 식당을 하시지만, 장날이 되면 식당 앞에 난전을 펴시고, 천 원짜리 빈대떡과 천 원짜리 막걸리를 파신다. 2000원의 행복을 파시는 셈이다. 늘 해오시던 것이라 오늘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혹 한 분이라도 장에 나오셨다면 막걸리 한잔 드시러 오셨는데, 드실 수가 없으면 서운하실까봐 오늘도 난장을 펴셨단다.

 

5일장의 훈훈한 인정이요, 끈질긴 생명력이다. 5일장 안에는 오늘따라 장사치들의 고함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하나라도 팔고 들어가야지'라는 생선가게 아저씨의 외침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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