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답사를 하고 글을 쓴다. 많은 곳을 다니고 직장에 매달린 사람이 밤에 글까지 쓴다고 하더니 일이 터졌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블질을 쉴 수가 없는 것은, 하나의 문화재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를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데, 과연 그 문화재 사랑은 얼마만한 효과를 얻었는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블로그 한편에 <인기글 위젯>을 달았다. 그런데 참 마음이 씁쓸하다. 정작 문화재 소개를 전문으로 하는 블로거는 맞는데, 인기글이라고 하는 것에는 문화재에 대한 글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눈을 뜨고 찾아보지만 문화재에 대한 글이 없다. 이 정도되면 문화재는 역시 찬밥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하긴 요즈음 사람들 문화재에 대해 무슨 관심이 있으랴. 그저 벗고, 가슴이 절반 쯤 보이고, 배꼽 들어내고, 장딴지 보이고, 흔들어 대고, 빨아대는 것에나 관심이 있지.

그 다음 페이지를 한 번 넘겨본다. 그 끝에 하나가 달랑 보인다. 결국 문화재 블로기의 치욕이란 생각이다. 얼마나 감칠 맛 나게 글을 쓰지 못했으면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것일까?

 


이래 갖고 무슨 문화재 블로거라고 떠들고 다닐 수 있을까? 이제는 생각을 좀 종리를 해야할 듯하다. 죽어라 하고 갈겨대 보았자, 별 관심들이 없는 것을, 몸 망가져 가면서 기를 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병원에서 3일이나 들락거리며 통증을 참아가면서도 글을 써 보지만, 이제는 좀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것들이 더 마음이 아프다. 정말 육두문자를 섞어가면서 욕이라도 신나게 해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중단했단 블질을 다시 시작하면서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맹서를 했으니 참아야지.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이별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만 같다. 물론 첫사랑에 성공을 한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다 그 이전에 알게 모르게 청소년기에라도 이별이라는 것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 이별이라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혹자는 쉽게 이별을 하기 때문에 마음에 공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찌 되었건,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고 이별은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래도 한 때나마 생각했던 사람, 자신과  함께 웃고 울던 시절을 가져봤단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왜 유독 가을이면 생각이 나는 것을까?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사람들은 가을을 '분위기 있는 계절'이라고 한다. 분위기야 사람마다 잡기 나름이니 무슨 계절과 관계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유난히 가을을 타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나도 그 중 하나일 것이란 생각이다. 가을이 되면 문화재 답사를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어찌보면 그 분위기 탓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같은 문화재라도 철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문화재가 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가을에 떠난 사람 때문인가도 모르겠다. 유별나게 가을을 좋아했던 사람.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하늘 높게 달린 재를 신바람나게 노래를 부르며 운전하며 올라가던 사람. 그리고 가을이 되면 술 한잔에 취해 세상 멋이 무엇인지를 알던 사람.

난 그 사람을 가을을 남기고 갔다고 늘 생각한다. 가을에 떠난 사람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아니다. 정말 마음 속에 두었던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 계절이 되면 더 더욱 생각이 난다. 함께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가끔은 지루해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말없이 먼 길을 달려가고는 했다. '남자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하면 죽은 인생'이라고 늘 버룻처럼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다.


"왜 가을엔 떠난 사람 생각이 날까요?"


스님께 물었다.

"가을이면 떠난 사람이 왜 더 생각이 나느냐고 물었나요?"
"예"
"그거야 가을이니까"


세상에 난 지금 선문답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왜 가을이면 떠난 사람 생각이 나느냐고 물었는데, '가을이니까'라는 대답이다. 그러더니 뒤이어 이런 말씀을 하신다.

"가을에 사람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하죠. 그리고 계절이 가을이기에 더욱 생각이 나는 것이죠. 가을엔 모든 것이 떠날 준비를 하는 계절이죠. 만물이 그러하죠. 나뭇잎이 변하고 떨어진다는 것은, 곧 그것이 떠날 것이란 것을 의미하죠. 사람이나 세상사 모두가 떠날 때는 더욱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죠. 좀 추한 인간들을 빼고는 말입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별을 하게 되죠.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데, 연인들이 가을에 가장 많이 이별을 한다고 하네요. 아마도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기에, 그 계절이 오면 당연히 생각나는 것이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에 더 많은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이별의 계절에 떠난 사람이 더욱 생각나는 것일까? 그러나 가을이기에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왜 가을엔 사람들이 이별을 준비하게 되는 것일까?

"사람들 스스로가 자연에 속해있기 때문이죠. 사람은 자연과 떨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사람과 자연은 상부하는 것이죠. 사람이란 것이 감정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가을에 떠난 사람이 더욱 생각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만큼 가슴 아린 사랑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문제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가을엔 떠난 사람은 더욱 마음 아플 수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사랑하던 사람들은 마음과 마음이 통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쪽이 마음 아파하면 저쪽도 이 가을에 마음 아파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 아름답게 헤어진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모르겠다. 어렵다. 가을에 떠난 사람이 더욱 생각나는 이유가 이렇게 복잡한 것인지 미쳐 몰랐다. 다만 한 가지 내 마음이 아플 때 그 사람도 마음이 아프다면, 정말 그런 것이라면 이제 더 이상은 마음 아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또 가을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생각조차 하지 말라니. 이 죽을 놈의 가슴 아픈 계절인 가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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