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여주를 나서 가까운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모처럼 신문사를 하루 쉬면서 산삼이라도 캘 마음으로요. 산행을 하기 전에 미리 마음 속으로 빌었죠.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는데, 작은 산삼이라도 몇 뿌리 캤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입니다. 원주 치악산, 참 가파른 산행입니다. 계곡을 끼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눈에 띠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다가 함게 동행을 하신 분이 소리를 칩니다. 산삼이 있다는 것이죠. 얼른 달려갔습니다. 2구짜리지만 잎을 낙엽속에 감추고 있어 발견하기도 쉽지가 않은데, 용케 발견을 하신 것입니다. 정성을 드려 주변 흙을 파내고 손에 잡은 산삼. 작지만 잔뿌리가 꽤나 많이 자라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려다보니 잔 뿌리가 많은 듯 합니다.

 

 

주변을 찬찬히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이상을 주변을 찾아보았는데, 몇 뿌리의 산삼이 가파른 비탈길에 보입니다. 한 뿌리씩 캐기 시작했죠. 모두 다섯뿌리를 캐었습니다. 작은 것들이지만, 향은 기가 막힙니다.

 

 

 


5시간의 산행. 모두 열 뿌리의 산삼을 캤습니다. 아픈 사람이 산삼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오늘은 딱 필요한 만큼만 캐서 내려왔습니다. 얼른 돌아가 이제 필요하신 분에게 주어야죠. 참고로 저는 산삼을 먹지 못한다는 것.

 

여름철에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보양식을 먹는 것이다. 남들이야 보신을 하기 위해 즐겨 먹는 것이 있지만, 난 그런 것을 먹을 수 없으니 늘 말로만 즐기는 편이다. 그래도 초복도 지나고 중복이 지났는데, 그까이꺼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여름을 나기 위해 체력보강을 하려면, 더운 날임에도 산으로 올라 자연산 더덕을 캐고는 한다. 우선 자연산 더덕은 오삼 중 하나로 '사삼'이라 한다. 그 사삼을 먹으면 몸안에 열기를 가시게 하기 때문에, 이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더덕을 캐서 먹는다.

이건 머? 남들이 자연산 산삼이라고... 

더덕을 캐러 갔다가 만난 횡재

사람들은 때 아닌 것을 얻었을 때, '횡재'를 했다고 한다. 꼭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얻어야 횡재는 아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외에 소득이 생겼을 때도 횡재가 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기어 오르고, 다시 물이 있는 계곡 쪽으로 내려가 더덕을 찾는다.

더덕은 물가 가까운 곳에 주로 많이 서식을 한다. 고산지대부터 계곡 근처까지 폭 넓게 자라는 더덕이다. 어딘 들 더덕이야 다 있지만, 향이 좋은 것은 아무래도 고산지대에서 캐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지리산이 있으니, 지리산을 뒤질 수 밖에. 

한 참이나 그렇게 산을 뒤지며 더덕을 캐기에 바쁘다. 많이만 캘 수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여나 옅은 비를 맞으며 땀을 흘렸다. 땀인지 빗물인지 구별도 안된다. 거기다가 여름에는 유난히 뱀들이 기승을 떤다. 자칫 뱀에 물릴 수도 있다.

이끼를 덮어 잘 갖고 내려오긴 했는데....

그런데 이게 먼가. 낯 익은 것이 눈에 띤다. 어디서 많이 보던 풀이다. 잎이 다섯개, 그리고 가느다란 줄기. 이거 산삼이 분명한데. 먼저 손을 모아 잠시 감사를 한 후, 찬찬히 흙을 뒤집어 본다. 오~ 정말이네. 작기는 해도 산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여름에 보신을 하라고 산신령이 주시는 것인가 보다.

자연산 산삼을 캐긴 했는데, 이건 머

사람들은 평생 산삼 한 뿌리 먹기도 힘들다고 한다. 산삼이 어느 집 아이녀셕 이름도 아닐테니, 그리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가 일부러 씨를 뿌린 것도 아닌, 자연산이 아니던가. 한 뿌리를 캐고 주변을 돌아본다.

"오 ~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불초소생 이걸 먹고 이 더운 여름에 힘좀 쓰겠습니다. 땡큐 산신령님"

여기저기 산삼이 눈에 띤다. 여기도 저기도 보인다. 이 정도면 더덕은 뒷전이다. 무릎을 끓고 열심히 캐어본다. 작다. 상품으로야 얼마나 가치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산삼은 분명하다. 내가 전문 심마니도 아닌데, 더 세월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캐서 돌아오기는 했다. 이끼를 잘 덮어 내려왔다. 잎이라도 시들까 보아서.

                                       나에게는 '그림의 떡' 그럼 이걸 어떻게 해?

그러나 이건 머시람? 지난 번에 이것보다 작은 거 하나를 먹고 난 후, 열이 뻗쳐 죽는 줄 알았던 기억이 난다. 벌떡증이 생겨 거의 초죽음이 되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산삼을 놓고, 한 숨만 내쉰다. 이걸 어쩌지. 다시 갔다가 심어야 하나?

먼 좋은 방법이 있음 알려나 줘 보셔. 누가 알아 횡재할 일이 생길지. 

덧글 / 이 것은 상품가치가 없는 이쑤시개 삼입니다요

 

8월 11일부터 하기휴가이다. 딱히 휴가라고 해서 근사하게 계획을 잡아 놓은 것은 없다. 그저 나도 남들처럼 휴가라는 것을 한번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 40대까지만 해도 직장이라는 것을 갖고 있었으니, 휴가철이 되면 한 달 전부터 그럴 듯한 계획을 세워 놓고는 했다. 그러다가 직접 자영으로 언론 쪽의 일을 하면서부터는, 휴가가 먼지 아예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먹어 새로운 직장을 가지면서 나도 남들처럼 ‘휴가’라는 것을 즐기고 싶었다고 하면, 참 속 좋은 소리 하고 있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생활에 익숙한 나로서는, 딱히 남들처럼 그리 즐거운 휴가계획은 아예 세워놓지도 않았다. 휴가란 말 그대로 일정기간 동안을 쉬는 일이니, 정말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산을 오를 때 사용하는 배낭과 토시, 그리고 발 보호대

편히 쉬지 땀 흘리고 산은 왜 가?


“이번 휴가 어디로 가세요?”

“글쎄요 산에나 가려고요”
“아~ 등산 가시나 봐요”

“아닙니다. 그저 산에 올라 아무것이나 좀 캐려고요”

“그럼 약초를 캐시나요?”

“...... ”



삼과 더덕을 캘 때 사용하는 괭이와 12일 오른 산. 그 뒤편 안개에 가린 산을 올랐다.

더 이상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답이 없으니 질문을 하기도 멋 적은가보다. 그러나 내가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은 난 등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산에 꼭 일이 있어 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쉬는 것이 무료해, 산삼이라도 한 뿌리 캐볼 심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난 심마니는 더욱 아니다.

     

“날 더운데 땀 흘리고 산에는 모하러 가”


아는 녀석이 볼멘소리를 한다. 물론 산에 오르면 땀이 비오 듯 쏟아진다. 남들보다 유난히 여름을 잘 타는 나로서는 산 밑에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먼저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런데도 산에 오른다. 남들은 그런 나를 말리기도 한다. 너무나 지치면 몸에 오히려 좋지가 않다는 것이다.


여주에 있는 아우 녀석의 집으로 휴가지를 잡았다. 근처 산에 올라 산삼이라도 캐 볼 심산이다. 12일 아침에 산을 오른다. 땀이 비오 듯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뜨거운 날씨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몇 시간을 산을 헤맸지만 삼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굵은 더덕 몇 뿌리를 캔 후 토종닭을 사서 백숙으로 만찬을 즐겼다. 깊은 산 중에서 캔 더덕은 그 향이 짙다. 백숙에서는 짙은 향내가 난다.


다음 날은 다리도 아프다. 전날 먹은 술이 아직도 몸 안에 남아있는데, 또 다시 산을 오르자고 사람들에게 재촉을 한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어제 움직인 것도 지쳐있는데, 산을 또 가자니 누가 반길 것인가?




산에 오를 때 복장을 보면, 이건 나도 일류 심마니다. 등산화를 신고 다리에는 신발에 흑이 안 들어가도록 보호대를 찬다. 그리고 얼음물과 이온음료를 한 병씩 챙긴다. 배낭 안에는 허기가 질 것에 대비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도 준비한다. 여름에도 긴 옷을 입어야하지만, 요즈음에는 시원한 토시를 팔에 낀다. 그리고 삼을 캘 때 사용하는 곡괭이까지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해가 있어도 어둡다. 계곡을 끼고 따라 오르다가 보면 더위가 조금은 가실 듯하지만, 워낙 빨리 산을 오르니 땀이 마를 새가 없다. 두 세 시간을 산을 타다가 보면 몸에서는 쉰내가 나기 일쑤다. 그래도 왜 그렇게 산을 올라야 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몸은 가볍고, 주변 사람에게는 나눌 수 있어 좋다.


산을 오르면 무엇이든지 소득은 있다. 하다못해 더덕 몇 뿌리라도 캐오기 때문이다. 자연산 더덕을 입에 넣고 씹으면, 그 향이 짙어 목이 아릴 정도이다. 오늘도 산에 올라 두 시간여를 골짜기를 타고 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큰 더덕 10여 뿌리를 캐면 블로거인 아우 녀석에게 택배로 보내 줄 심산이었다. 날마다 사진만 찍어 약을 올려놓았으니, 산삼은 그만두더라도 더덕이라도 보낼 줄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산을 뒤져도 눈에 뜨이질 않는다. 장소를 옮겨 보았지만 마찬가지다. 대신 영지버섯만 따왔다. 영지버섯은 왜 그리도 눈에 잘 띠는 것인지. 내일은 이것이라도 포장을 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산을 내려오면서 다짐을 한다. 아직 휴가가 이틀이나 남았으니, 내일은 또 다른 산으로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하다못해 새끼삼이라도 좋으니 그저 몇 뿌리라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나는 땀을 흘려 몸이 가벼워져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수 있으니 더욱 좋은 것이 아닐까?


“아우야 기다려라, 영지버섯 착불로 보내 주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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