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각종 시작을 보다

 

시작이라는 말은 늘 설렌다. 사전적 의미의 시작은 순서의 처음을 삼다무슨 일이나 행동을 처음으로 행하거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시작이라는 용어는 처음과 상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쉬었다가 또 시작하는 행위는 다시라는 표현이 따르기 때문에 다시 시작이 된다. 하지만 순수하게 시작이라는 말은 중단했다가 또 하는 행위가 아니라 처음이라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 지금(Now on)'이라는 것이다.

 

팔달구 화서문로 76-1에 소재한 예술공간 봄의 전시실을 찾아가면 다양한 시작을 만날 수 있다. ‘8회 십년의 약속 회원전으로 열리는 ‘2019 시작(Now on)’이다. 권혁인, 임교수, 최대용, 박성진, 박주극, 최시영 등 6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2019 시작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23일 오전, 갤러리가 문을 여는 시간을 기다려 전시실을 찾아갔다.

 

일단 시작했습니다. 생각도 마음가짐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고, 쉬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시작에 한 발을 올려놓습니다. <시작>에는 늘 설레임이 있습니다. 스스로 북돋는 용기와 다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가벼운 긴장감도 있습니다. 또한 시작은 너무나 풍성하고 다양한 의미들을 가집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시작의 의미

 

작가들은 ‘2019 시작전을 준비하면서 설레었다고 한다. 6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시작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공간 봄의 시작전이 열리는 공간을 들어서면 중앙홀을 중심으로 좌측에 작은 두 개의 전시공간, 그리고 우측에 조금 넓은 한 개의 전시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6명의 작가가 나누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랑의 시작은 권혁인 작가의 작품이다. 모든 만물의 시작은 사랑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작가는 곤충의 사랑으로부터 인간의 사랑까지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박성진 작가는 고생 끝 행복시작이라는 제목으로 사람의 발을 테마로 삼았다 두분의 발을 촬영하면서 그들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고생한 분의 얼굴엔 쑥스러우면서도 청순 미소를 띠었습니다.’ 작가의 설명이 없었다면 흙발을 포갠 발의 주인공이 어떤 상태였는지 몰랐을 것이다.

 

박주국 작가의 첫시작20081122그날 우리 모두 함께 처음 떠난 첫 출사라는 이름의 시작 그 첫날이 오늘까지 함께하는 시작이었다.’면서 첫 출사에서 담아 온 바닷가의 정경을 보이고 있다. 임교수 작가는 오늘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어제는 지나온 일정의 글을 쓰고 내일은 다가올 미래의 꿈을 꾸면서 행복한 오늘을 시작한다.’고 오늘의 시작을 작품으로 담아냈다.

 

 

작가마다 다른 시각의 시작을 만날 수 있어

 

최대용 작가는 ‘Begin Again(다시 시작하다)'이라는 제목으로 운동선수들을 담아냈다. ’2009년 이임생 감독은 김호-차범근-윤성효-서정원 감독의 뒤를 이어 5대 감독으로 취임하였고, 2009년을 맞이하는 수원블루윙즈는 잠시 잃었던 빛을 내기 위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를 선언했다고 했다. 벽면에 전시된 작품에는 땀범벅이 된 선수들이 부둥켜안고 있다.

 

그리고 최시영 작가의 ‘Now on'은 새벽의 핑크 빛 물위에 작은배를 탄 새벽의 사람을 담아냈다. ’핑크빛 새벽을 담는 순간 현실의 끝 추억의 시작이라는 글과 함께. 작가들은 서로 다른 시선들을 가지고 출발한 한 발, 한 걸음의 발품들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어떤 공점들이 있을지 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지 기대됩니다.‘라고 했다.

 

10년의 약속 회원전은 이번 전시가 8회째다. 2009년 제1낯선풍경전을 한양대학교 스퀘어갤러리에서 전시한 후 2013년 제2회 전시는 각인각색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중구문화원 예문갤러리에서 가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2019년 제8시작(Now on)’이라는 제목으로 예술공간 봄에서 1031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6명의 작가가 전하는 시작의 의미, 이 가을에 또 다른 시각으로 시작을 만나보길 권한다.

 

남원의 명승인 광한루원 일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춘향제가 올해는 지난 416일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에 동참하고자 잠정 연기하였었다. 당초 51일부터 5일까지 열릴 예전이었던 제84회 춘향제는 날짜를 미뤄 612일 미스 춘향선발을 시작으로 17일까지 6일간 열린다.

 

12일 비로 인해 개막식 행사는 13일로 연기가 되었으나 미스 춘향선발대회는 예정대로 마쳤다. 올해 미스춘향에는 진에 임하늘, 선에 박우정, 미 강아랑, 정 김재은, 숙 양소연, 현 정윤주가 선정되었으며, 6명의 미스춘향은 13일 오전 10시 남원시청 방문을 시작으로, 남원과 춘향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널리 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13일 광한루원을 찾아가다

 

미스 춘향선발대회로 시작으로 문을 연 제84회 춘향제는 17일까지 엿새 동안 춘향전을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13일 일직 남원을 찾았다. 그동안 몇 번인가 벼르고 있던 춘향제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해보고자 마음을 먹은 것이다. 광한루원 앞 길가 요천가에는 수많은 부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전통 먹거리부터 수많은 기념품들, 그리고 남원시의 각 읍면과 동, 단체들이 마련한 먹거리촌, 행사장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는 각설이패, 광한루원 특설무대에서 펼쳐 진 개막공연과 함께 여기저기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났다. 더구나 요천 둔덕에 줄지어선 벚꽃나무들은 그대로 터널을 이루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오후가 되자 모여 든 사람들로 인해 걷기가 힘들 정도이다. 오후 2시부터 광한루 옆에 마련한 특설무대에서는 춘향의 정절을 기리는 춘향제향이 시작이 되었다. 유림을 대표해서 참석을 한 사람들로부터 미스 춘향, 그리고 각 사회단체에서 참석을 한 일행, 남원시민 등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향이 시작되었다.

 

춘향사당에 들려 정절의 마음을 기리다

 

한낮의 더위는 숨이 가쁘게 만들 정도이다. 전날 비가 내렸다고 하지만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모여든 사람들의 열기까지 더해 광한루원은 후텁지근하다. 물가에 자리하고 있는 광한루원은 보존을 한다고 출입을 막아놓았다. 먼저 광한루원 옆에 있는 춘향의 사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춘향제를 찾아왔으니 사당에 들려 정절을 지킨 춘향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연신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는 춘향 사당을 돌아보고 바로 제향이 시작되는 무대를 찾았다. 중앙에는 춘향의 영정이 놓고 그 앞에 상을 차렸다. 남원국악원의 단원들이 소리와 춤으로 제향을 시작했다.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춘향을 기리는 소리를 하고 난 뒤 한 여인이 하얗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살풀이 수건을 날리면서 살풀이춤을 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런 모습을 담아내느라 열심이다. 그 뒤로 6명의 미스춘향이 상 앞에 도열을 해 자신들이 춘향의 정신을 본받아 많은 홍보를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제향이 시작되었다.

 

 

엿새 동안 많은 행사 이어져

 

주말인 14일과 휴일인 15일에는 성악과 오케스트라가 하모니를 이루는 '세기의 사랑가', 남원시립국악단의 창극인 광한루연가 '춘향', 오페라 춘향 갈라쇼, 신판 춘향 길놀이, 방자 프린지(마당놀이) 등이 열린다. 이밖에도 12년 만에 재현되는 용마놀이의 길놀이를 비롯해 K-뷰티콘테스트, 춘향시대 속으로, KBS 전국노래자랑, JTV '와글와글 시장가요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행사는 광한루원 특설무대와 밖에 마련한 무대, 그리고 광한루원 안에 마련한 마당놀이 마당, 광한루원 건너편에 있는 무대 등 요천가 곳곳에서 열리게 된다. 많은 행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제84회 남원 춘향제. 그동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침체되어 우울하기만 했던 표정들이 모처럼 환하게 바뀐 모습들을 만났다.(남원 공한루원에서)

요즈음 대세는 힐링치유이다. 힐링이 곧 치유이니 다를 바가 없다. 힐링이란 자연에서 치유를 한다는 말로 해석을 하면 될 듯하다. 우리는 자연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만일 우리 주변에 자연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인간은 과연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연에서 우리는 삶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인간들은 자연을 너무 훼파하고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방치를 하고 있다. 그냥 방치만 해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어쭙잖은 인간들이 마치 자신들이 무슨 커다란 권력을 가진 양 설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자연에서 받은 만큼 자연을 지켜야

 

지자체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했고, 서울 등지에서는 인천 검단 쓰레기매립장이 더 이상 쓰레기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온통 난리다. 자칫 이러다가 전 국토의 쓰레기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쓰레기 같은 짓거리들을 마구 행하고 있다.

 

엄연히 분리해야 할 쓰레기들. 그리고 정해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아무 곳에나 갖다가 휙 집어던진다. 그리고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둥 손 탁탁 털고 돌아서버린다. 그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갈까? 비라도 온다고 하면 쓰레기에서 줄줄 흘러나온 물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원지라는 곳을 찾아간다. 전국 어디나 경계나 좋거나 물이 좋으면 사람들도 바글거린다. 산길에는 연신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런데 정말 몰지각한 일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들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연에 버린 쓰레기, 누가 피해자가 되나?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곳을 찾아가면, 어김없이 검정 비닐봉지들이 눈에 띤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자신들이 먹고 남은 것들이나 집에서 가져와 사용을 하고 난 것들을 그 안에 집어넣어 버리고 간 것이다. 그것들은 여기저기 바람에 날려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주변은 너저분하게 변한다.

 

문화재 안에도 쓰레기들이

 

어디 그것뿐이랴? 종교행위를 한답시고 깊은 골짜기를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 음식이며 천이며 나물이며 마구 버리고 간다. 심지어는 고깃덩어리들도 던져놓았다. 종교행위에 사용한 기물까지 너저분하기도 하다. 어쩌자는 것일까? 그렇게 버려두고 간 음식물찌꺼기며 비닐 등이 그냥 냄새를 피우며 썩어가고 있다.

 

이제는 자연을 힐링시켜야 할 때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간섭을 하지 않을 때의 상태이다. 그런 자연을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간섭을 시작한 것이다. 강의 물 흐름을 바꾸어 놓고 유속을 마음대로 조절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날벌레들이 기승을 떤다. 어디 그것뿐이랴? 산을 마구 파헤쳐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얼마나 쓰레기들을 무단으로 버렸으면...  

 

거기다가 힐링을 한다고 하면서 산에 길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다니면서 오염을 시키고 있다. 그동안 인간에게 주기만 했던 자연이다. 그 안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 낸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이젠 자연을 힐링시켜 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자연은 인간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있지 않다. 다만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관심만 가져달라는 것이다.

 

엊그제 산을 오르다가 보니, 누군가 건축물 폐기물을 잔뜩 갖다 버린 것이 보인다. 참 인간이란 존재들이 이렇게 허접하다.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하는 수원. 거리마다 쌓여만 가는 쓰레기들과 진동하는 냄새. 어쩌자는 것일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대로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짓일랑 그만 접고, 자연도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때이다.

난 원래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인사이다. TV를 볼 때도 뉴스나 다큐멘터리 외에 것은 잘 보게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요즈음 새롭게 시작한 ‘신의’라는 드라마와 접하게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고 본 유일한 드라마이다.

 

SBS의 드라마 ‘신의’는 2012년 8월 13일부터 방송하는 월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기존에 만났던 드라마와는 다른 IF의 가정설을 극화한 드라마이다. 사람들은 색다른 소재에 늘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이 신의는 첫 회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볼 수 있다.

 

 

김종학 연출 송지나 극본의, 신의는 고려 공민왕 1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과거를 사는 무사 최영 역의 이민호, 조금은 푼수 같이 현대를 살아가는 속된 여의사 유은수 역의 김희선, 기철 역의 유오성, 공민왕 역의 류덕환, 노국공주 역의 박세영등이 열연을 한다.

 

상상 속으로의 여행이 주는 재미

 

이 드라마에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배우는, 한참이나 연기를 쉬었다가 브라운관을 통해 만나게 되는 여의사 유은수역의 김희선이다. 2012년 서울의 강남에서 병원이라도 개업하기 위해서는 돈 많은 남자를 잡아야한다는 조금은 너무나 시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여의사 유은수는, 시공을 초월해 고려에서 현대로 온 최영에게 이끌려 고려로의 여행을 떠난다.

 

칼을 맞은 노국공주를 살려 낸 유은수는 다시 서울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하늘 문이 닫혀버리게 된다. 유은수는 돌아갈 수가 없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영을 칼로 찌르게 되고, 다시 최영을 살려내기 위해 수술을 감행한다. 그리고 난 뒤 궁 안에서 온갖 팔푼이 같은 좌충우돌을 해가며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푼수 여의사의 좌충우돌 고려생활

 

33세의 성형외과 전문의 유은수. 그녀는 외과전공이었지만, 외과가 돈이 안 된다고 하자 미련없이 성형외과를 택한 조금은 속물스런 요즘여자이다. 그런 유은수의 행동은 낯선 과거의 세계 고려의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오직 현대로 돌아가 3년만 고생을 해서 돈 많은 친구를 꼬드겨 강남에 개업의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이다.

 

현대에서 하늘 문을 통해 660년 전의 고려로 최영에게 끌려간 여의사 유은수(김희선). 조금은 팔문이 같은 그녀의 연기가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29세의 고려무사 최영, 그 남자는 엑스트라 분장을 하고 여의사 유은수를 납치해 고려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 푼수 끼 많은 여의사에게 무엇인가 조금씩 끌려가고 있다. 여의사 유은수도 이 660년의 시공을 뛰어 넘어 강남에서 고려로 자신을 데려간 젊은 무사의 눈빛 속에 깃든 슬픔을 보게 되고, 그런 젊은 우달치부대의 대장인 최영에게 마음이 끌린다.

 

판타지와 역사,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려서부터 꿈을 꾼다. 어떤 어려움을 당한 사람을 보았다면, 꿈속에서 자신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그 나쁜 사람을 벌한다. 또는 하늘을 날아 역사 저 편으로 가서 활약을 한다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악한들을 혼내기도 한다. 드라마 ‘신의’는 그런 재미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역사 속에서 가정은 늘 재미롭다. 만약에 그 시대에 내가 그곳에서 이렇게 적을 물리쳤다면, 혹은 악한들을 물리쳤다면, 과연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등의 꿈을 이루어 줄 수가 있다.

 

최영 역을 맡은 이민호. 많은 우려를 나았으나 그의 연기는 눈에서 보이는 슬픔으로 인해 한 역사를 이끌어가는 비운의 무사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드라마 ‘신의’에는 긱양각색의 군상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사람,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사람, 그런가 하면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미련 없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도 그 안에 존재시키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총 24부작으로 우리에게 수백 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만나게 되는 사랑을 보여 줄 드라마 ‘신의’. 서로가 추구하던 삶의 목적이 달랐지만, 이들은 시공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단다. 어찌 보면 드라마 ‘신의‘는 우리에게 주는 재미 외에도, 진정한 사랑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군상들에게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우치기 위해 일침을 가하는지도 모르겠다. 여의사 유은수 역의 김희선의 연기가 기대되는 것도, 지금까지의 그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재미 때문일 것이다.(자료 사진은 SBS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배신을 했다. 장인은 그 여인에게 평생 벗어날 수 없는 멍에를 씌웠다. 전등사는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635번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정족산성 안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의 말사이다.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인 381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이름을 ‘진종사(眞宗寺)’라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원종 7년인 1266년에 중창하였으며, 충렬왕 8년인 1282년에 충렬왕의 비인 정화궁주가 승려 인기에게 부탁하여, 송나라의 대장경을 가져와 이 절에 두게 하고 옥등을 시주하여 전등사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충숙왕 6년인 1337년과 1341년 승려들이 중수하였고, 그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고찰이다.

 

 

고졸한 멋을 풍기는 전등사 대웅전

 

전등사대웅전은 1963년 1월 21일에 보물 제178호로 지정이 되었다. 전등사 대웅전은 1916년 수리 시에 발견된 ‘양간록(樑間錄)’에 의하면 선조 38년인 1605년에 일부가 불탔으며, 다시 광해군 6년인 1614년에 불이나 전소가 되었다. 다음해인 1615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광해군 13년인 1621년에 거의 완공을 본 것으로 되어 있다.

 

『전등본말사지(傳燈本末寺誌)』에는 철종 6년인 1855년에 규영화주에 의해 중건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전등사 대웅전은 아름답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팔작집으로 막돌 허튼층 쌓기 한 높은 기단 위에 막돌 초석을 놓고, 민흘림 두리기둥을 세워 공포를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짜올린 다포식 건축이다.

 

 

 

처마를 받치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들

 

전등사를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전등사와 만날 때마다 새로운 기분에 젖는 것은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다는 점도 있겠으나 볼 때마다 달라지는 처마 밑 ‘나목녀(裸木女)’들의 표정인 것 같다. 어느 날은 편안한 듯한 표정이었다가, 또 어느 땐가는 절박한 표정이기도 한 것은 찾을 때의 내 마음이 비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하는 이야기 대로라면 도목수를 속이고 정분이 나서 사라진 여인을 영원히 절의 처마를 바치고 참회를 하라는 뜻으로 조각을 해서 올렸다는 것이다. 전하는 이야기가 참으로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왜인. 휴일을 맞아 찾아드는 많은 관광객들은 그저 처마 밑에 웬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을 하다가도 죄를 지은 여인이 벌을 받고 있다는 말에 시큰둥한 표정이다.

 

쭈그리고 앉은채로 무거운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목녀

 

아마도 요즈음에 그런 것이 무슨 죄가 되겠느냐는 그런 마음인지도 모른다. 전등사 처마 밑의 나목녀들을 바라보면서 세상이 참으로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과, 이제는 그만 그 올무를 벗고 처마 밑에서 내려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인을 벌거 벗겨놓은 도목수의 숨겨진 마음

 

전등사 대웅전의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목녀는 마을에 사는 여인네라고 한다. 절집을 짓던 도목수는 그 여인에게 반하여 돈을 벌어 모두 그 여인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여인은 도목수가 벌어다 준 많은 돈을 갖고 딴 남자와 눈이 받아 도망을 갔다는 것. 실의에 빠져 있던 목수는 배신감을 느꼈고, 그 여인을 벌거벗겨 대웅전 처마 밑에 올렸다. 그 곳에서 참회를 하고 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의아심을 갖는다. 그 도목수의 마음이다. 참회를 하라고 그 여인상을 만들아 올렸다고 하는데, 그러면 옷이나 입혀줄 일이지 하필이면 발가벗겨 놓았을까? 갈 때마다 그 여인을 바라보면서 측은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랫동안 무거운 처마를 이고 벗은 몸이 부끄러워 한손으로는 처마를 받치고, 한손으로는 무릎 밑을 가린 채 엉거주춤 쭈그리고 앉아있는 그 여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때로는 그 도목수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 도목수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된 것은 몇 번인가 전등사를 찾은 후였다. 옷을 입혀 놓으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다시 도망을 갈 테고 그러면 죄를 또 짓게 되어 그 업보가 더 깊어질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던 여인이 더 이상 죄를 짓지 못하게, 마음이 아프지만 옷을 벗겨 대웅전 처마 밑에 올린 도목수.

 

 

 

그야말로 정녕 그 시대의 아름다운 사랑을 안 것은 아닐는지. 요즈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콧방귀를 뀌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 고개가 숙여진다. 이번 여름 피서도 할 겸 강화 전등사를 찾아 나목녀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사랑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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