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문 앞에 뿌리라고 갖다놓았을까?

 

사람들이 참 양심도 없다. 갑자기 눈이라도 쏟아지는 날에 지동 비탈길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주민센터에서 항상 눈이 오기 이전에 여기저기 비탈길 위에 염화칼슘을 한 무더기씩 갖다 놓는다. 물론 눈이 오면 미끄럽고 위험한 비탈길에 뿌려 제설을 하라고 갖다 놓은 것이다. 주민들이 쓸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차들이 다니면 눌린 곳이 바로 빙판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염화칼슘을 갖다 쌓아 놓은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10여 포나 쌓여있던 염화칼슘이 한 포도 보이지 않는다.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 일이 비단 올해 뿐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갖다놓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제설용 염화칼슘,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비양심적인 인간들, 집 앞에 뿌려 대

 

지동은 비탈길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지동시장부터 창룡문까지 마루길인 용마루 길은, 양편으로 비탈이기 때문에 눈이 오고나면 상당히 위험하다. 가끔씩 미끄러지는 사람들도 보이고, 심지어는 눈길이 미끄러워 차들이 올라가지를 못하고 굉음만 시끄럽게 내기도 한다. 심야에 이렇게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내는 굉음에 잠을 설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염화칼슘이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갖다놓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마는 염화칼슘. 비탈길에 사는 한 주민은 사람들이 들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주민센터에서 염화칼슘을 갖다 놓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와서 가져갑니다. 어떤 사람은 한 포도 아니고 몇 포씩 가져가기도 하고요. 그것을 갖다가 어디다 쓰겠습니까? 집 앞을 쓸 생각은 않고 염화칼슘을 뿌려댑니다. 비탈길이 위험하니까 뿌리라고 갖다 놓은 것을, 자기 집 앞에 뿌리려고 가져가는 사람들. 정말 양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몰상식한 인간들이죠.”

 

염화칼슘 사라지는 일은 매년 되풀이돼

 

염화칼슘을 들고 가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비탈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 주민은 이야기를 한다.

 

정작 비탈길에 살아 위험한 사람들은 염화칼슘을 들고 가지 않습니다. 대개는 그래도 미끄러운 길이 아닌 사람들이 집 앞 청소가 하기 싫어 집어가는 것이죠. 비탈길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갖다 놓은 것을, 자기 집 문 앞도 쓸기 싫어 염화칼슘을 뿌려대는 모습도 보입니다. 심지어는 지난 해 갖다 놓은 것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올해도 틀림없이 집어갔을 겁니다.”

 

 

길이 미끄러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다는 한 주부는 이런 비양심적인 사람들과 같이 산다는 것이 불행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19일 아침부터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렸다. 하지만 비탈길에 뿌려야 할 염화칼슘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몇 곳의 염화칼슘 적치장을 돌아보았지만, 비탈이 아닌 제설함에 달랑 한 포가 있을 뿐이다.

 

우려하던 일은 항상 비켜가는 법이 없다. 차 한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제설용 차가 와서 견인을 하게 생긴 것이다. 주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갖다 놓은 염화칼슘을, 집에 눈이 치기 싫어 들고 간 사람들. 이렇게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남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한 주민은 집집마다 조사를 해 염화칼슘이 나오는 집들은 그만한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편하자고 공동의 편의를 위해 쌓아놓은 염화칼슘을 집어가는 사람들. 이젠 제발 이런 비양심적인 행동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남 여수시 연등동 376번지 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변 양편에는 석장승이 서 있다. 예전에 이 길은 여수시로 진입하는 구 1번 도로다. 이 도로변에 동·서로 서있는 한 쌍의 돌장승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장승을 벅수라고 부른다.

 

이 벅수라고 부르는 석장승 한 쌍은 조금 경사진 길을 오르는 곳에 서 있는데, 좌수영 시절에 조선시대 수군이 주둔하여 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문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한다. 이런 문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것으로 보아 이 한 쌍의 벅수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 듯하다. 해학적으로 생긴 이 한 쌍의 벅수는 남녀를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하늘과 땅을 관찰하다

 

연수시 연등동 375번지에 소재한 중요민속문화재 제224호인 이 벅수는 한쌍으로 같은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남벅수의 몸체에는 하늘을 맡은 신이란 뜻으로 ‘남정중(南正重)’, 여벅수의 몸체에는 땅을 관장한다는 뜻인 ‘화정려(火正黎)’라고 새겨져 있다.

 

동쪽에 위치한 남자벅수는 모자를 쓰고 위로 올라간 눈썹에 달걀형의 눈과 길고 큰 자루병코를 가지고 있다. 입은 조금 벌어져 이빨이 보인다. 그저 바라보기에도 큼지막한 코에 세 개의 이빨이 솟아있는 것이, 여간 해학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눈, 코, 입, 귀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나름대로 구조가 맞는다.

 

 

서쪽의 여자벅수는 위로 길게 솟아오른 모자를 쓰고 올라간 눈썹을 하고 있으며, 왕방울눈과 눈과 길고 복스러워 보이는 귀에, 코볼이 넓은 매부리코로 되어 있다. 또한 벌린 입 사이로는 뜬 이빨이 보인다.

 

정조 12년에 세운 연등동 벅수, 나리님들 좀 배워라

 

 

 

여자벅수의 뒷면에 적혀있는 글씨로 보아 정조 12년인 1788년에 세웠음을 알 수 있다. 이 연등동 벅수들은 험상궂은 듯 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모습이 친근감을 주고 있다. 석장승으로 조성된 벅수 중에서 시간이 오래되었음에도,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민간신앙을 보여주는 민속문화재로서 높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벅수, 장승, 장생 등으로 불리는 이 석물이나 나무로 된 신표들은 사찰의 입구, 길 가, 마을의 입구 등에 세워져 성역을 나타내고 있다. 잡귀를 막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세워진 것으로, 신앙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224년이나 지난 세월을 그렇게 두 눈을 부릅뜨고 길가에 서 있는 연등동 벅수 한 쌍. 이 벅수를 촬영하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벅수를 여의도 양편 입구에 세워놓으면, 여의도로 들어가는 잡귀를 다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못된 생각 말이다. 하도 시끄러운 세상 어째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국민을 위해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매번 다툼으로 일관하는 의원나리들을 보면서, 그저 묵묵히 세월을 지켜본 벅수가 오늘은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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