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에 소재한 한국민속촌에 들어가서 제8호 집을 찾으면, ‘무명베틀집’이라는 간판이 붙은 북부지방의 민가를 만날 수가 있다. 이 집은 장터로 들어가는 길가에 자리를 하고 있으며, 밖에서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열려진 방안에는 베틀이 놓여있고, 운이 좋으면 방안에서 베를 짜는 모습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제8호집은 북부지방의 전형적인 민가를 복원한 것으로, 중부지방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ㄱ 자형의 안채와 - 자형의 문간채, 그리고 광채가 튼 ㅁ 자형으로 배치가 되어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이 북부지방의 민가에는 마루나, 마루방이 없다는 점이다. 추운지방에서는 방안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방이 넓다는 것도 이 북부지방 민가의 특징이다.


평북 선천군의 심천면의 특이한 사랑채

2월 18일에 돌아본 한국민속촌. 민속촌에 자리하고 있는 50여 채의 가옥을 소개하기 위해 집집마다 세밀하게 돌아보았다. 수도 없이 들린 민속촌이지만, 이번 답사는 남다른 재미를 더해주었다. 우선 한 자리에서 전국의 집마다 갖는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즐겁지만, 각 지방마다의 집의 규모나 특징을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쉽게 갈 수 없는 지역의 집들로는 평남 안주군 가옥, 경기 개성군 개성읍의 가옥인 11호 집과 23호 집, 그리고 함남 북청군 북청읍의 집인 25호 집과, 평북 선천군의 집인 8호 집 등이다. 이 8호 집은 대문채 곁에 사랑채를 붙이고, 그 안에 ㄱ 자형의 안채를 놓았으며, 그 곳을 막아 광채를 놓아,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8호 집은 평안북도 선천군 심천면 인두리의 집을 복원한 것이다. 대문채와 사랑채가 붙어 있다. 위는 대문을 들어서면 바람벽이 없이 개방이 되어 디딜방아간과 붙어 있는 모습, 아래는 사랑채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디딜방아를 놓았는데, 벽이 없이 개방이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좌측으로는 세 칸으로 된 사랑채가 붙어있다. 사랑채는 대문 쪽에 부엌을 두고, 그 옆에 사랑방과 위방을 놓고 있다. 사랑방의 뒤편으로도 문을 내었으며, 그 문들은 각각 밖으로 통해있다. 외부인이 출입을 할 때는 굳이 안채가 있는 마당을 총하지 않고도, 사랑을 이용할 수 있는 지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채의 방보다 큰 쓰임새 많은 부엌

평북 선천군 심천면 인두리의 민가에서 보이는 안채 또한, 일반적인 중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안채와는 많이 다르다. 이 안채는 서편으로부터 방을 두 개를 드리고, 그 다음에 큰 부엌을 두고 있다. 그리고 꺾인 날개부분에 작은 방인 건넌방 하나를 더 두고 있다. 즉 위방과 안방, 그리고 부엌과 건넌방의 형태로 꾸며 놓았다.




안채는 위방과 안방, 그리고 넓은 부엌과 꺾안 부분의 건넌방 모습이다. 방에서 작업을 주로하기 때문에 방이 넓고, 부엌도 넓다.


위방과 안방의 앞에는 툇마루를 놓았는데, 이 툇마루는 길에 이어진 중부지방의 튓마루와는 다르다. 꼭 놓여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툇마루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 툇마루는 이동을 할 수 있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벽이 돌출이 되게 큼지막하게 조성을 한 부엌이 있다. 이렇게 부엌을 크게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평북 선천군의 북부지방 민가에서 보이는 부엌은 상당히 넓다. 그 이유야 많겠지만 우선 안방과 건넌방의 아궁이가 한 부엌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추운 날씨 때문에 더운 물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북부지방에서는, 솥을 많이 걸어놓는 것도 부엌이 넓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아마도 이 넓은 부엌을 이용해 땔감 등도 부엌 안에 쌓아 두었을 테고.



사랑채의 끝과 안채의 끝 사이에는 두 칸의 광채가 자리한다. 광채가 이렇게 막고 있는 이유는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에 있었던 평북 선천군 심천면의 민가. 이러한 한 채의 복원된 집을 보면서 느끼는 감회가 남다른 것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녘에 고향을 둔 많은 사람들이 이 집에 오면, 오래 머물다간다는 설명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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